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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미래 노동시장,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까

    영어권 사람들은 딱딱한 경제 용어를 색깔을 넣은 비유적 표현으로 바꿔 쓰는 경우가 흔하다. 이를테면 해고 통지서를 뜻하는 핑크슬립, 행정 편의주의를 비유한 레드테이프, 간단히 점심을 먹으며 하는 브라운백미팅 같은 것이 그런 예다. 이런 언어 습관은 노동 형태를 구분할 때도 널리 이용된다. 흰 셔츠를 입는 사무직을 화이트칼라, 푸른 계통의 작업복을 입는 생산직을 블루칼라로 구분하는 것은 기본이다.하지만 오늘날 기업에서는 이런 이분법에 속하지 않는 다양한 형태의 노동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그레이칼라다. 공정이 자동화·첨단화되면서 생산직도 반복적인 노동이 아니라 전문 지식과 기술을 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높은 교육 수준과 고도의 전문성을 갖추고 관리와 생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사람이 필요해졌다. 이들이 그레이칼라다. 보통 엔지니어를 말한다. ‘정글의 법칙’과 하루 8시간 근무TV 프로그램인 ‘정글의 법칙’을 보면 어디를 가나 출연자의 일과가 비슷하다. 하루 종일 먹거리를 찾아 헤매고, 불을 피우고, 잠잘 곳을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인류는 대부분 먹고 사는 데 하루를 바쳤다. 수렵·채집시대와 농경시대는 물론 18세기 근대까지도 생산의 원천은 ‘근육’이었다.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사람과 동물의 근육에 의존해 단순재생산을 되풀이했다.이런 쳇바퀴 도는 삶에서 벗어난 것은 19세기 이후 기술문명의 비약적인 발전 덕분이다. 생산의 원천이 인간의 근육에서 기계로 바뀌며 획기적인 확대 재생산이 일어났다. 기계를 통한 생산성 향상은 노동자의 생활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레저라는 말은 근대까지도 귀족이

  • 시네마노믹스

    디지털 파도에 떠내려간 월터의 아날로그 일자리…온갖 모험 무릅썼지만 구조적 실업 피할 수 없는 현실

    라이프 잡지사 사무실에 직원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자신을 구조조정 매니저라고 소개한 남자가 그들 앞에서 말을 꺼낸다. “이런 말씀 드리기 매우 어렵습니다만…” 말끝을 흐리면서 직원들의 눈치를 보더니 급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라이프지를 폐간합니다. 이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라이프 온라인으로 바꾸고 여러분 중 새로운 업무에 불필요한 분은 자리를 비워주셔야 합니다.”웅성거림은 더욱 커졌다. 수십 년을 이어온 라이프 잡지의 폐간도 놀라운 사실이지만 자리를 비워야 할 누군가가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단 사실에 사람들의 초조함은 옅은 탄식으로 흘러나왔다. 그는 계속 이어나갔다. “누가 떠나야 할지는 마지막 호를 제작한 뒤 결정하겠습니다.” 월터, 구조적 실업 위기를 겪다월터 미티(벤 스틸러 분)는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사진 현상가다. 사진가들이 현장에서 찍은 사진필름을 보내주면 인화하는 작업을 도맡아 했다. 사진에 정교하고 세밀하게 마지막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이다.그에게 라이프지의 폐간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사진 기술도 빠르게 디지털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장 먼저 위협받는 자리에 있다는 걸 그 스스로도 직감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매니저의 연설이 끝난 뒤 한숨을 쉬며 그는 사진현상실로 터벅터벅 돌아간다.월터는 ‘구조적 실업’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다. 구조적 실업은 산업 구조의 변화로 산업 간 인력 수급의 불균형이 생겼을 때 발생한다. 기술 진보로 산업 생산성이 향상되거나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면

  • 커버스토리

    AI·4차 산업혁명 시대…미래 내 직업은 어디서 찾을까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5월 발간한 ‘한국직업사전 통합본 제5판’에 따르면 한국의 직업은 1만6891개다. 1969년 첫 직업사전 발간 시 3260개에서 다섯 배 넘게 늘었다. 그동안 버스안내양 타이피스트 도안사 등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사회복지사 심리치료사 유튜버 등 더 많은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 결과다. 하지만 미국 3만여 개(2012년 기준), 일본 2만5000여 개, 캐나다 2만여 개 등 서비스산업이 활발한 국가에 비하면 아직 직업의 발달이 미흡한 편이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직업이 더욱 세분화하고 전문화하는 경향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직업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유망직업에서 소멸한 경우도 있어급속도로 산업화를 이루면서 한국의 유망직업도 부침을 거듭했다. 의사 변호사 공무원 대기업직원 등은 예전부터 꾸준히 사랑받았지만 한때 선호되는 직업들이 순식간에 인기를 잃거나 아예 사라지기도 했다. 전쟁의 상흔이 남은 1950년대에는 군 장교가 유망 직업이었고 타자를 쳐서 문서작업을 해주는 타이피스트도 지망자가 몰렸다. 전차운전사도 유망직업이었지만 1968년 서울에서 전차 노선이 폐지되면서 사라졌다. 1960년대에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주목을 끌면서 섬유공학 엔지니어가 기업의 핵심인재로 꼽혔고, 대표적 수출상품이었던 가발을 만드는 가발기능공이나 9급 공무원보다 월급이 많았다는 버스안내양 등이 인기 직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1970년대는 중화학공업 발전과 함께 각종 산업엔지니어가 인기 직종이었고 자유롭게 해외로 나갈 수 있는 무역업(종합상사) 종사자와 항공기 승무원이 선망받는 직업이었다. 1980년대에는 노동집약적 산업이 자본집약형으로 발전하면서

  • 경제 기타

    '실업급여' 중독…일터 복귀 않는 미국 근로자들

    미국 뉴저지주(州)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김모씨는 지난 3월 실직한 뒤 주정부 실업급여 주당 680달러에 연방정부가 주는 실업보너스 주당 600달러를 더해 한 주에 1280달러를 받는다. 실직 전 소득과 큰 차이가 없다. 김씨는 “주당 실업보너스 600달러 덕분에 저소득자들은 직장을 다닐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경우도 꽤 있다”며 “저소득층 근로자 상당수는 일부러 고용주에게 해고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이는 미 의회가 지난 3월 27일 통과시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경기 부양법에서 2500억달러(약 310조원)를 투입해 실업혜택을 대폭 확대한 탓이다. 이 법은 각 주가 실업자에게 26주간 지급하는 실업급여 기간을 39주(약 10개월)로 확대하고, 연방정부가 추가로 실업보너스(주당 600달러)를 오는 7월 말까지 주는 내용이 들어 있다.실업급여가 지난해 가계소득 중간값보다 높아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실업급여 수준은 주별, 실업자 소득별로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주당 371.88달러(2019년 말 기준)다. 여기에 600달러를 더 받게 된 것. 이렇게 되면 작년 4분기 미 가계소득의 중간값인 936달러보다 더 많아진다.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연구에 따르면 연봉 6만2000달러 이하인 미국인은 이번에 실업급여를 받는 게 더 많은 소득을 누릴 수 있다. 드류 곤솔로우스키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600달러 실업보너스는 실업에 인센티브를 준 것”이라며 “실업혜택은 아무리 많아도 기존 소득의 100% 이하로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 9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기록적인 3860만 건에 달한 데도 이런 과다한 실업혜택이 영향을 준

  • 커버스토리

    코로나가 부른 '고용 참사'…일자리가 사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고용 충격이 역대 최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일도 안 하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달 83만 명 늘어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취업자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56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47만6000명 줄었다. 지난 2월 49만2000명 늘었던 취업자는 3월 19만5000명 감소로 돌아섰고, 4월엔 감소폭이 더 커졌다. 지난달 취업자 감소폭은 1999년 2월(65만8000명) 이후 약 21년 만의 최대였다.고용률(15세 이상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도 작년 4월 60.8%에서 올 4월 59.4%로 뚝 떨어졌다. 하락폭(1.4%포인트)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5월(1.4%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코로나19는 청년과 아르바이트생 등 고용 취약계층에 특히 가혹했다. 지난달 15~29세 취업자는 24만5000명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월(26만2000명) 후 최대 감소폭이다. 30대(-17만2000명)와 40대(-19만 명), 50대(-14만3000명)도 취업자가 줄긴 했다. 하지만 취업자 감소폭이 20만 명을 넘는 연령대는 청년이 유일했다.임시·일용직 근로자 감소폭은 78만2000명에 이르러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2년 이후 최대였다. 정부 관계자는 “정규직 근로자는 노동조합의 반발 등으로 해고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고용 보호 수준이 낮은 임시·일용직부터 고용 조정이 이뤄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일도, 구직도 안 하는 비경제활동인구는 지난달 1699만1000명에 이르러 작년 같은 달보다 83만1000명 불어났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6월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2009년 3월에 기록했던 최대 증가폭(59만9000명)을 20만

  • 커버스토리

    올 1분기 일자리 50만개 증가 속 정작 기업은 7만개 줄어

    올 들어 고용 상황이 나아졌다는 정부 발표가 잇따르자 대부분 전문가는 “공공부문 중심의 일자리 증가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추정을 뒷받침하는 통계가 나왔다. 통계청이 지난 26일 발표한 ‘임금 근로 일자리 동향’을 보면 올 1분기 회사법인, 즉 민간 기업이 새로 창출한 일자리는 10만3000개였다. 작년 1분기(17만8000개)보다 42.1% 감소한 수치다. 반면 정부·비법인단체 일자리 증가 폭은 두 배 넘게 뛰었다. 민간 일자리는 기업이 투자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진출해야 생기는 게 정상이다. 정부가 신산업을 규제하고 기업을 옥죄는 정책을 쏟아내니 기업 고용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기업의 고용 기여도 21%로 낮아져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임금 근로자 일자리는 총 1824만8000개였다. 1년 전보다 50만3000개 늘었다. 이는 작년 1분기(31만5000개)보다 20만 개 가까이 많은 수치다. 일자리 총량 측면에선 개선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 일자리가 쪼그라들고 있어서다.작년 1분기만 해도 민간 기업의 일자리는 17만8000개 늘어 전체 고용 증가분의 56.5%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 1분기 민간 기업의 일자리 증가 기여도는 20.5%로 줄었다. 자영업자가 고용한 근로자를 의미하는 개인 기업체 일자리는 4만9000개 증가했지만 대부분 단기 아르바이트 성격이어서 양질의 일자리라고 보기 어렵다.전문가들은 생산·투자·소비 등 기업 부문이 침체되다보니 기업들이 일자리를 원활하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용과 연관이 깊은 지표인 설비투자지수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네 분기 연

  • 커버스토리

    일자리 창출, 성공한 밀양 vs 실패한 예산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기업 유치다. 기업이 들어오면 그만큼 고용이 늘어 인구가 증가한다. 기업이 내는 세금 덕분에 곳간도 더 풍족해진다.경남 밀양과 충남 예산은 이 같은 기업 유치 과정에서 명과 암이 엇갈린 지자체다. 두 지역은 동시에 주물산업단지 조성에 나섰지만 성공한 밀양에는 3500억원 투자에 2200개 일자리가 생기게 됐고, 예산은 긴 소송전 끝에 기업과 주민 모두 큰 손실을 봤다.2009년 인천 경인주물단지 기업들은 예산을, 경남 진해 마천주물공단 기업들은 밀양을 이전 대상지로 정했다. 10년이 지나고 나란히 신규 산업단지 조성 공사까지 마쳤지만 결과는 엇갈렸다. 100만㎡로 조성된 밀양 하남산업단지에는 2024년까지 28개 주물 관련 기업이 이전한다. 기존 일자리 1700개가 그대로 옮겨오고 500개는 새로 생긴다.예산으로 이전하는 기업은 애초 23개에서 1개로 줄었다. 주민 반대 탓이다. 산업단지 지정 취소를 놓고 대법원까지 이어진 5년간의 소송전을 치르는 동안 기업들이 하나둘 이전을 포기했다. 기업들은 각각 3억~6억원의 계약금을 포기했다. 시행사에 냈다가 돌려받은 중도금 등 각종 비용까지 고려하면 기업들의 전체 손실은 10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인근 주민 600여 명은 가구당 150만~200만원을 소송과 시위 등을 위한 ‘투쟁 기금’으로 내야 했다. 당시 마을 이장이던 김영범 씨는 “소송까지 지면서 주민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어떤 것이 두 지역의 운명을 갈랐을까. 기업들은 지자체와 지역사회에 어떤 공헌을 할까. 4면과 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노경목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autonomy@hankyung.co

  • 숫자로 읽는 세상

    23% vs 0%… 한·일 일자리 격차 제조업이 갈랐다

    “원하는 기업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은 있어도 직장을 구하지 못한 동료는 없습니다.” 올해 와세다대 상학부를 졸업하고 석사과정에 입학한 유학생 공모씨(27)가 전한 일본 대학가 풍경이다. 일본에서 취업을 걱정하는 대학생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일본 문부과학성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대졸자 취업률은 98%다. 취직 의사가 있는 대졸자 100명 중 98명이 취업했다는 얘기다. 체감실업률은 사실상 ‘0%’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한국 청년층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23.4%)과 비교가 안 된다.일본은 채용전쟁, 한국은 취업전쟁일본이 청년고용을 걱정하지 않게 된 것은 201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경제 활성화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본격 추진한 뒤부터다. 투자 확대책 등에 힘입어 실적이 좋아진 기업들이 채용을 늘린 데다 급속한 고령화로 퇴직자가 증가한 것도 청년층 신규 채용이 많아진 요인이다. 지금 일본에서는 ‘취업 경쟁’이 아니라 기업들 사이에 ‘채용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한국은 정반대다. 치솟은 청년실업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올해 3월 기준 11.6%로 일본(4.5%)의 두 배를 웃돈다.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취업준비생과 구직단념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0%를 훌쩍 뛰어넘은 지 오래다.日 제조업, 실적 바탕으로 꾸준히 일자리 늘려한국과 일본의 청년 고용 형편이 엇갈린 요인으로는 제조업 일자리 증감 여부가 우선 꼽힌다. 일본은 고령화가 더 빨리 진행돼 퇴직자가 많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조업 일자리가 유지되면서 고용 안정의 든든한 버팀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