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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원 고두현 시인과 함께

    열일곱 어린 임금의 피맺힌 울음, 단종의 ‘자규시’

    자규시(子規詩)단종한 마리 원통한 새 궁중을 떠나온 뒤외로운 홑 그림자 푸른 산중 헤매누나.밤마다 잠을 청해도 잠은 이룰 수 없고해마다 한을 풀려 해도 한은 끝이 없네.울음소리 끊긴 새벽 봉우리 달빛만 희고피 뿌린 듯 봄 골짜기에 붉은 꽃이 지네.하늘은 귀먹어서 슬픈 하소연 못 듣는데어찌하여 설움 많은 내 귀만 홀로 밝은고.비운의 조선 왕 단종(1441~1457)이 강원도 영월 유배지에서 지은 ‘자규시(子規詩)’입니다. 피를 토하듯 운다는 자규, 곧 두견새에 자신을 빗대어 읊은 절창이지요. 짧은 시지만 그 속에 어린 임금의 한이 혈흔처럼 응축돼 있습니다.단종의 삶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어머니 현덕왕후를 여의었고, 열한 살에 아버지 문종이 승하하자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올랐지요. 즉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아버지 수양대군이 계유정난을 일으켜 정권을 장악하자 단종은 허울뿐인 상왕으로 밀려났습니다.사육신의 단종 복위 운동 이후 단종은 노산군으로 강등돼 영월 청령포로 유배됐습니다. 청령포는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쪽은 산에 막혀 있는 ‘육지 속의 섬’이지요.청령포에 머문 지 두 달쯤 지났을 때 홍수로 강물이 범람하자 단종은 영월 관아의 객사인 관풍헌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관풍헌 앞에 누각이 있었는데, 단종은 그곳에 올라 먼 데를 바라보곤 했지요.단종이 누각에서 바라봤을 영월 청령포 모습.이 누각에서 지은 시 중 한 편이 ‘자규시’입니다. 원래 매죽루(梅竹樓)라고 불리던 이 누각은 단종이 여기에서 자규의 한을 담은 시를 읊은 뒤부터 자규루(子規樓)로 불리게 됐습니다.이 시에서 단종은 자신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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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향한 망치보다 나를 다듬는 정을…

    “모두가 세상을 바꾸려 하지만 정작 자신을 바꾸려는 사람은 드물다.”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짧은 산문 <세 가지 개혁 방법>(1900년)에 나오는 명언이다. 톨스토이는 이 글에서 정치가와 혁명가들이 세상의 부조리를 탓하며 타인을 비난하고 제도를 뜯어고치려 하지만, 정작 자신은 탐욕과 이기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그는 결국 세상을 바꾸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나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상을 향한 분노나 외침보다 인간 내면의 윤리적 결단을 중시한 그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톨스토이가 이 문장을 썼을 때 러시아는 혁명의 기운으로 들끓고 있었다. 지식인들은 황제의 폭정을 비판하고, 법을 바꿔야 한다고 외쳤으며, 체제를 무너뜨리면 유토피아가 올 것이라고 믿었다.나를 바꾸는 일은 고통스럽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도덕적 우월감을 주지만, 나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는 것은 수치심을 준다. 일상 습관 하나를 고치는 것이 헌법을 논하는 것보다 어렵다.톨스토이는 이런 비겁함을 꿰뚫어봤다. 그는 집단 속에 숨어 정의를 외치는 자보다 홀로 자신의 이기심과 싸우는 사람이 진정으로 세상을 바꾸는 주역이라고 생각했다.우리도 삶의 고비마다 환경을 탓하고, 정치를 탓하며, 운명을 탓하지만 톨스토이는 그 최면을 과감히 깨라고 권한다. 그의 지적처럼 세상을 향한 망치를 내려놓고, 나를 다듬는 정을 드는 데서 진정한 변화가 시작된다.고두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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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은 스스로 비추지 못하고, 칼은 스스로 찌를 수 없다

     위키피디아장조(張潮)의 역작 <유몽영(幽夢影)>은 청나라 쇠퇴와 함께 잊혔다가 20세기 초중반에 다시 빛을 봤다. <생활의 발견>으로 유명한 린위탕(林語堂·임어당)은 이 책을 읽고 너무나 감격해 영어로 서구에 소개하면서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책”이라고 극찬했다.<유몽영>에는 서양의 아포리즘(aphorism·금언, 격언)이나 에피그램(epigram·경구, 풍자시) 같은 문장이 많다. 빛과 그림자의 양면을 고찰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장조는 “거울과 물속의 그림자는 빛을 받아들인 결과이고, 햇빛과 등불로 만든 그림자는 빛을 베푼 결과”라면서 “하늘의 달도 햇빛을 반사해 그림자를 만드는데, 천공에서 만들어지는 달의 그림자는 햇빛을 받아들인 결과이고 밤에 만들어지는 그림자는 달이 햇빛을 받아 땅에 베푼 결과”라고 설명한다.빛을 반사하는 대상인 거울과 빛을 베푸는 광원(光源)인 달을 대비하면서 그가 달을 사랑하는 까닭 역시 “빛을 받기도 하고 베풀 줄도 알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또 “거울은 스스로를 비추지 못하고, 저울은 스스로를 달지 못하고, 칼은 스스로를 찌를 수 없다”는 경구와 함께 거울을 대하는 인간의 양면성을 풍자하기도 한다. “추한 용모와 더러운 성깔을 지닌 자가 거울과 원수 되지 않는 것은 거울이 지각없는 사물(死物)이기 때문이다.만일 거울에 지각이 있다면 반드시 박살이 났을 것이다.”모든 잠언과 경구는 오랜 자기 성찰 과정에서 완성된다. 남다른 생각 끝에 체득한 진리를 압축적으로 기록했기에 가장 짧은 말로 가장 긴 울림을 주는 묘미까지 갖췄다. 난세를 헤쳐 갈 묘안도 손에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