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3년만'과 '3년 만에'는 의미가 달라요~

    글쓰기에서 띄어쓰기는 종종 ‘사소한 것’으로 치부돼 소홀히 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띄어쓰기는 글을 얼마나 성의 있게 썼는지를 보는 척도가 되곤 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글쓰기의 기본으로 받아들여지는 셈이다.‘한정’ 의미는 조사, ‘동안’ 의미라면 의존명사의존명사와 조사로 쓰이는 ‘만’도 어려워하는 용법 중 하나다. 하지만 각각의 쓰임새가 분명히 달라 구별하는 게 어렵지 않다. 우선 ‘만’이 수량명사 뒤에 와서 시간의 경과를 나타낼 때가 있다. 이때는 의존명사다. “신제품은 개발에 들어간 지 3년 만에 만들어졌다.” 지난 호에서 살핀 의존명사 ‘지’와 어울려 ‘~한 지 ~만에’ 꼴로 많이 쓰인다. 둘 다 ‘시간의 경과, 동안’을 나타낸다. 이 ‘만’은 언제나 시간이나 횟수를 나타내는 수량명사 뒤에 온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알아보기 쉽다. “30분 만에 보고서를 썼다”, “세 번 만에 시험에 합격했다” 식으로 쓰인다.조사(정확히는 보조사) ‘만’은 쓰임새가 전혀 다르다. “그 사람만 왔다.” “놀기만 한다.” “이것은 저것만 못하다.” 이런 데 쓰인 ‘만’은 모두 무엇을 강조하거나 어느 것에 한정하거나 비교하는 의미를 나타낸다. 이때는 ‘만’이 조사이므로 늘 윗말에 붙여 쓴다. 같은 ‘만’이지만 “3년 만에 만났다”와 “3년만 기다려라”의 띄어쓰기가 다른 이유다.이제 응용을 해보자. ①집채만 한 파도. ②집채만한 파도. ③집채 만한 파도. 세 가지 띄어쓰기 가운데 맞는 것은 ①번이다. 조사 ‘만’의 용법 중 하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뿐' '데' 등을 띄어쓸 때와 붙여쓸 때

    띄어쓰기는 한글 맞춤법 57개 항 가운데 10개 항을 차지할 만큼 비중 있는 부분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책 한 권 분량이 될 정도로 복잡하고 방대하다. 규정을 둘러싼 논란도 많다. 1988년 한글맞춤법 개정 때 최종 심의에 참여했던 원로 언론인 고 서정수 선생은 생전에 “당시 띄어쓰기를 규정하는 작업이 유난히 힘들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의미에 따라 쓰임새 달라지는 것 구별해야띄어쓰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형태는 같은데 문법적 기능은 다른 말’이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뿐’ ‘지’ ‘만’ ‘데’ ‘대로’ 등이 있다. 이들이 문장 안에서 때로는 의존명사로, 때로는 조사로, 또는 어미나 접미사로 쓰인다. 띄어쓰기를 공략하려면 무엇보다 이들을 구별하는 ‘눈’을 갖춰야 한다.그렇다고 무조건 외우려고 하면 안 된다. 그것 자체로 헷갈리는 일이다. 모국어 화자라면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감각’으로 익혀야 한다. 다만 그것을 끌어내기 위해 ‘개념’ 정리는 해둬야 한다. 글쓰기에서 자주 나오는, 대표적인 용례를 통해 그 개념이 무엇인지 알아보자.우선 ‘뿐’은 조사와 의존명사로 쓰인다. “믿을 건 너뿐이야” 할 때는 조사로 쓰인 것이다. 의미상 ‘오로지’의 뜻을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조사는 자립성이 없으므로 늘 윗말에 붙여 쓴다. 이에 비해 ‘~할/~을’ 등의 수식을 받는 형태일 때는 의존명사다. 띄어쓰기는 단어별로 하는 것이므로 이때는 반드시 띄어 쓴다. ‘소문으로 들었을 뿐이다’ 같은 게 그 예다. 문장 구성이 명백히 다르기 때문에 구별하기 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