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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공포와 잔인함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기묘한 이야기

    지난 5월 27일, 부커상 발표를 기다렸다가 실망한 사람이 많을 것이다. 2016년 한강 작가에 이어 또 한 번의 쾌거를 기대했건만 《저주 토끼》의 수상이 불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종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판권 거래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저주 토끼》는 이미 18개국과 판권 계약을 맺었고 여러 나라에서 출간을 검토 중이다.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지금을 ‘문학 한류의 도입기’로 부르고 있다. 예전에는 세계 무대에 서려면 해당 분야의 본고장에 가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했지만 이제는 국내 성과가 크면 세계의 관심이 저절로 쏟아진다. 대한민국의 높은 위상과 인터넷의 발달 덕분이다.정보라 작가가 부커상 후보에 올랐을 때 한국에서 오히려 놀라움을 표했다. 신춘문예 같은 문단 등단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작가인 데다 한국에서 비주류로 취급받던 호러, 공상과학(SF) 작품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랭크됐기 때문이다.《저주 토끼》가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은 부커상 후보에 오르기까지는 번역가 안톤 허의 힘이 컸다. 그는 읽자마자 영미권에서 큰 관심을 끌 것으로 판단해 번역을 자처했고 영국 출판도 주선했다. 2017년 출간된 《저주 토끼》는 부커상 후보에 오르며 역주행해 장르소설에 관심없던 독자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저주 토끼》에 수록된 10편의 단편소설을 한마디로 정리하라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세계로 인도한다’는 것이다. 첫 페이지를 읽으며 앞으로의 전개 과정을 짐작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뒤로 가면서 전혀 다른 스토리가 펼쳐지기 때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