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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거액 유산'을 둘러싼 로마의 유언장 대결

    로마 공화정 후기 쿠리우스 송사(訟事)는 로마시대 유언의 해석과 관련해 중요한 분기가 되는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사건의 발단은 코페니우스라는 이름의 한 가장이 막대한 토지를 물려줄 상속인으로 태어나지도 않은 아들을 지목하면서 불거졌다. 코페니우스는 생전에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들을 상속인으로 지정하지만 만약 그 아들이 성년이 되기 전에 사망한다면 마니우스 쿠리우스가 대신 상속인이 된다”는 유언을 남겼다. 이 유언을 작성할 당시 코페니우스가 결혼했었는지 여부는 미스터리지만 아무튼 코페니우스는 자신이 아들을 보고 난 뒤에야 죽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보충상속인이 상속 자격을 갖췄는지 논란하지만 사람의 생사와 수명 문제는 하늘이 결정하는 법. 코페니우스는 그만 전 재산을 물려받을 아들을 보지 못한 채 저세상으로 가버리고 말았다. 그는 자식도 없이 죽어버린 이유로 법의 역사에서 유명 인사가 돼 버렸다. 사실 아들이 태어나기만 했어도 당시 로마법상 이 유언을 실행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었다. 아마도 코페니우스의 유언은 허다한 평범한 유언 중 하나로 남았을 것이다. 당시 로마에서는 미성숙한 자를 위한 보충상속인(substitutio) 제도가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보충상속인이란 유언에 의해 상속인으로 지정된 자가 재산을 물려주는 피상속인보다 먼저 사망하거나 상속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대신 상속받을 사람을 지정해놓는 제도다. 당시 유언장에선 “루키우스 티투스가 상속인이 되고, 만약 루키우스 티투스가 상속할 수 없으면 마이비우스가 상속인이 된다”는 식의 문구를 손쉽게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