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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적이 수단을 거룩하게 만든다는 생각은 버려라"…모든 과거를 부정·파괴하는 프랑스 혁명세력을 비판

    “프랑스혁명은 이제까지 세상에서 벌어진 일 가운데 가장 경악스런 것이며, 온갖 종류의 죄악과 어리석은 짓이 뒤범벅이 된 쓰레기 잡탕들의 광기다.” “역사적으로 발전해온 기존 제도들은 사람들의 인식 범위를 넘어서는 효능을 지니므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1789년 7월 프랑스혁명이 일어났을 때 영국 보수주의 정치사상가인 에드먼드 버크(1729~1797)는 초창기엔 방관자적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영국 지식층 사이에서 프랑스혁명을 자유의 새로운 여명으로 여기고, 열렬하게 지지하는 대중 선동을 시작하자 비판 쪽으로 돌아섰다. 비판 논리를 자세하게 담아 이듬해 출간한 게 《프랑스혁명에 관한 성찰》이다. 이 책은 파리의 ‘젊은 신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여졌다. 프랑스혁명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이 신사가 버크에게 혁명에 관한 견해를 물어온 데 대한 답장이다.“프랑스혁명은 쓰레기 잡탕들의 광기”버크는 철두철미한 경험론자다. 인간 행동의 원칙은 탁상이론보다 관습과 전통에 근거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합리적 능력은 제한돼 있고, 사회는 이성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도덕·관습에 의해 재생산되며, 문명의 진보는 사회 안정을 통해 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기존 제도와 관념은 지혜의 보고(寶庫)”라며 “이런 것들이 바탕이 돼 형성된 국가는 신이 마련한 제도”라고 규정했다. 또 “옛날부터 내려오는 삶에 관한 견해와 규칙이라는 나침반을 없애면 우리는 어떤 항구로 항해하는지 뚜렷하게 알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이 때문에 폭력에 의해 ‘구체제’(루이 14~16세 시대의 절대 왕정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