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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열두째'는 차례…수량 말할 땐 '열둘째'죠

    헷갈리는 수의 세계에 조금 더 깊이 들어가보자. “왼쪽에서 (열두째/열둘째)에 있는 사람이 나야.” “이번 시험은 만점자가 많군. 이 답안지가 벌써 (열두째/열둘째)야.” 두 문장에 쓰인 ‘열두째’와 ‘열둘째’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답부터 말하자면 첫 문장은 ‘열두째’, 둘째 문장은 ‘열둘째’라고 해야 한다.둘째, 셋째, 넷째는 차례.수량 아울러 써‘열두째’는 맨 처음에서 열두 번째라는 뜻이다. 차례, 순서를 말한다. “위에서 열두째 줄을 읽어 보아라”처럼 쓴다. 이에 비해 ‘열둘째’는 열두 개째란 뜻이다. 지금까지 모두 해서 몇 개째임을 말한다. “이 라인에서 발견된 불량품이 오늘만 벌써 열둘째다” 식으로 쓴다. 표준어 규정 제6항 얘기다.말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거나 줄어들어 형태에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제6항은 발음 변화에 따른 표준어 사례를 담았다. 두 개의 비슷한 발음 중 하나는 버리고 다른 하나만을 표준어로 삼았다. 단수표준어의 사례다.예전엔 ‘두째, 세째’와 ‘둘째, 셋째’를 구별해 썼다. ‘두째, 세째’는 차례를 나타낼 때, ‘둘째, 셋째’는 수량이나 개수를 나타낼 때 썼다. 하지만 언어 현실에서 이 같은 구별이 쉽지 않고 다소 인위적인 측면도 있어 이를 ‘둘째, 셋째’로 통합했다(네째/넷째도 넷째로 통일). 따라서 지금은 ‘둘째, 셋째, 넷째’가 차례와 수량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쓰인다. 바꿔 말하면 우리말에 ‘두째, 세째, 네째’ 같은 말은 없다는 얘기다.하지만 예외가 있다. 십 단위 이상에서는 ‘열두째, 스물두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서너 명'이 옳고 '세네 명'은 틀리죠 ~

    우리말 수의 세계는 들여다볼수록 오묘하다. 그동안 ‘맞춤법 바로 알기’를 통해 우리말 수사에 한자어 계열과 고유어 계열이 있다는 것을 살펴봤다. 하나, 둘, 셋 등이 고유어 수사고 일(一), 이(二), 삼(三) 같은 게 한자어 수사다. 고유어 수사는 관형어로 쓸 때 ‘한, 두, 세’ 식으로 또 변화를 일으킨다. 그래서 더 복잡하다. 뒤에 오는 단위명사가 무엇이냐에 따라 ‘서 말’과 ‘석 자’ ‘세 명’ 식으로 구별해 쓰기도 해야 한다.서 돈, 서 말은 돼도 석 돈, 석 말은 안 써표준어규정 17항은 이들을 구별하는 까닭을 담고 있다. 요약하면, ‘의미는 같되 비슷한 발음으로 몇 가지가 쓰일 경우 그중 더 널리 쓰이는 하나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택된 게 ‘돈, 말, 발, 푼’ 앞에서는 ‘서-’다. ‘세-/석-’은 쓰지 못한다. ‘냥, 되, 섬, 자’ 앞에서는 ‘석-’을 쓰고 ‘세-’는 버렸다. ‘서-’는 당연히 못 쓴다. ‘넷’의 관형형인 ‘너-’와 ‘넉-, 네-’를 구별해 쓰는 요령도 같다. ‘돈, 말, 발, 푼’ 앞에서는 ‘서-, 너-’가, ‘냥, 되, 섬, 자’ 앞에서는 ‘석-, 넉-’이 주로 쓰이기 때문이다.그 외의 단어가 올 때는 어떻게 될까? 마찬가지로 무엇이 더 널리 쓰이는지를 보면 된다. 예컨대 ‘(보리) 서/너 홉’, ‘(종이) 석/넉 장’과 같이 쓸 수 있다. ‘세/네’는 비교적 널리 통용된다. 따라서 이를 ‘세/네 홉’, ‘세/네 장’이라 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은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모든 단위명사를 분류해 제시할 수는 없기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20살'보다 '스무 살'로 쓰는 게 좋아요~

    우리가 흔히 쓰는 1, 2, 3 등 아라비아숫자가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게 언제쯤일까? 아래 예문을 토대로 추정하면 대략 100년이 채 안 될 것 같다. 일제강점기하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펼친 문자보급운동이 계기가 됐다.① 다음 숫자를 차례차례 한 자씩 쓰고 읽는 법을 가르칠 것. 一 1, 二 2, 三 3 …. (조선일보사 <문자보급교재> 1936년)② 필산숫자: 1(一), 2(二), 3(三) …. 한문숫자: 일 一 (하나), 이 二 (둘), 삼 三 (셋) …. (동아일보사 <일용계수법> 1933년)100년 전 ‘1, 2, 3’을 ‘일, 이, 삼’으로 가르쳐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숫자를 읽는 방식이다. 아라비아숫자 1, 2, 3을 나열한 뒤 이를 읽고 쓰는 법을 한자 ‘일(一), 이(二), 삼(三)…’으로 가르쳤음을 알 수 있다. 우리말 수사에는 두 가지가 있다. 수량을 셀 때 쓰는 말을 ‘기수(基數)’라 하고, 사물의 순서를 나타낼 때 쓰는 것을 ‘서수(序數)’라고 한다. 일, 이, 삼(한자어 계열) 또는 하나, 둘, 셋(고유어 계열) 등이 기수다.(서수는 한자어로 제일, 제이, 제삼..., 고유어로 첫째, 둘째, 셋째 식으로 한다.)아라비아숫자는 수사가 아니라 수를 나타내는 여러 부호 중 하나일 뿐이다. 그것을 어떤 식으로 읽을지는 나라마다 다르다. 한국에선 일, 이, 삼(한자어) 또는 하나, 둘, 셋(고유어)으로 읽고 영어로는 원, 투, 스리다. 일어에서는 이치, 니, 산이며 중국에선 이, 얼, 싼이다. 한국인이 1, 2, 3을 보고 유독 일, 이, 삼, 즉 한자음으로 읽는 까닭은 100여 년 전 문자 보급 당시 그리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부터 ‘일~십’을 소리는 한자음으로 익히고 뜻은 고유어 ‘하나~열’로 새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