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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소설 내용을 대화·행동지문으로 구현하는 시나리오

    S#14. 축항시멘트로 만든 축항. 윤 노인과 박 노인이 꼬니를 두고 있다. …박 노인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 저 물빛도 좀 보라니까 ….바람이 점점 세어진다.S#15. 노목성황당 뒤에 서 있는 노목이 불어오는 바람을 가누지 못하고 몹시 흔들린다.S#16. 바위점점 커 가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부서진다.S#17. 축항밀려온 파도는 축항을 뒤엎을 듯이 노한다.S#18. 몽타주문을 열고, 하늘을 보는 가족들. 뛰어나와 바다를 보는 사람들.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낙들.(중략)S#22. 성황당(밤-비)비틀거리는 해순이, 올라와서 당목 앞에 꿇어앉으며 원망스러운 눈초리로해순 서낭님예… 서낭님예….몇 번 부르더니 쏟아지는 빗속에서 몇 번이고 절을 한다. 잠시 후 순임이가 올라와서 해순이와 같이 절을 한다.(중략)S#24. 노한 밤바다노도 속에서 비바람과 싸우는 선원들. 처절한 성구의 얼굴. 무엇인가 소리치지만 들리지 않는다. 선미의 키를 잡으며 이를 악무는 성칠. 분주한 선원들의 모습. 더욱더 거센 파도. 흔들리는 뱃사람들…. 파도에 쓰러지고 흔들림에 넘어지고…. 이윽고 배는 나뭇잎처럼 덜렁 들렸다가 넘어간다.S#25. 성황당(밤-비)해순이와 순임이 외에도 몇몇 아낙이 모였다. 제정신이 아닌 모습으로 절을 하는 아낙들.(중략)S#28. 성황당(밤-비)더욱더 거센 비바람. 아우성치듯 흔들거리는 당목. 가지가 꺾어진다. O.L.S#29. 아침 바다어젯밤의 폭풍우는 어디로 갔는지 자취도 없고 바다는 잔잔하다. 모래밭을 적시는 잔잔한 파도.- 오영수 원작, 신봉승 각색, 갯마을- S#14. … S#15. … S#16. … S#17. … S#22 … S#25 … S#28 … S#29각색이란 서사시나 소설 따위의 문학 작품을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3인칭 시점 소설의 내적 독백…인물의 심리 표현 방법

    [앞부분 줄거리] 차나 한잔 하자는 신문사 문화부장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그는 다른 신문사의 문화부장을 찾아가 차나 한잔 하면서 일자리를 부탁한다. 그러나 문화부장은 돈을 쓰지 않는 사장을 핑계로 부탁을 거절한다. 그는 만화가인 김 선생을 만나 술을 마신다.“다방에 가서 그 양반이 그러더군요. 사람 웃기는 방법의 몇 가지 패턴을 안다고 곧 만화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 양반이 그랬어요. 두꺼비 같은 눈알을 부라리면서 말입니다.”찻값을 앞질러 내버리던 그 키가 작달막한 문화부장. 날 무척 무안하게 해줬었지.“그러면서 말입니다. 너는 미역국이다, 이거죠.”자기네 사장이 얼른 뒈져달라는 기도를 하라던 그 사람. 난 참 면목이 없어서 혼났지.“차나 한잔. 그것은 일종의 추파다. 아시겠습니까, 김선생님?” 그는 혀가 잘 돌아가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그 속에서 성실을 다했던 하나의 우연이 끝나고……”그는 술을 한모금 꿀꺽 마셨다.“새로운 우연이 다가온다는 징조다. 헤헤, 이건 낙관적이죠, 김선생님?” 그는 김선생이 방금 비워낸 술잔에 취해서 떨리는 손으로 술을 따랐다. “차나 한잔. 그것은 이 회색빛 도시의 따뜻한 비극이다. 아시겠습니까? 김선생님, 해고시키면서 차라도 한잔 나누는 이 인정. 동양적인 특히 한국적인 미담 …… 말입니다.”<중략>그는 자기의 술잔을 잡으려고 했다. 잘못해서 술잔이 넘어져버렸다. 그는 손가락 끝에 엎질러진 술을 찍어서 술상 위에 ‘아톰X군’의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자, ‘아톰X군’, 차나 한잔 하실까? 군과도 이별이다. 참 어디서 헤어지게 됐더

  • 학습 길잡이 기타

    ☞ 포인트

    “… 듣기에 따라서는 궤변 같지만 그분은 남하구 다른 묘한 철학을 지니구 계셨습니다.” “그걸 한번 들려줄 수 없소?” “그분은 세상이 어지럽구 더러울 때는 그것을 구하는 방법이 한 가지밖에 없다구 하셨습니다. 세상을 좀 더 썩게 해서 더 이상 그 세상에 썩을 것이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걸 썩지 않게 고치려구 했다가는 공연히 사람만 상하구 힘만 배루 든다는 것입니다. ‘모두 썩어라, 철저히 썩어라’가 그분이 세상을 보는 이상한 눈입니다. … 그분은 사람만이 지닌 이상한 초능력을 믿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사람은 온갖 악행에도 불구하고 자기 스스로를 송두리째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상이 철저히 썩어서 더 썩을 것이 없게 되면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언젠가는 스스로 자구책을 쓴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 자기 생각을 부정(不正)의 미학이라는 묘한 말루 부르시기두 했습니다.” “… 그분을 언제나 ‘미련한 놈’이라구만 부르셨습니다.” 오일규다. “… 그 미련한 놈이 죽어 버렸으니 자기도 앞으로는 미련하게 살밖에 없노라구 하셨습니다. 당신이 미련하다고 말씀하는 건 우습게 들리시겠지만 착한 일을 뜻하시는 것이었습니다.” “… 이곳에 오신 후로는 그분은 거의 남을 위해서만 사셨습니다. 제가 생명을 구한 것두 순전히 그분의 덕입니다.” 나는 다시 기범이 지껄였던 과거의 요설들이 생각난다. 세상을 항상 역(逆)으로만 바라보던 그의 난해성이 또 한 번 나를 혼란 속에 빠뜨린다. 그는 어쩌면 이 세상을 역순(逆順)과 역행(逆行)에 의해 누구보다 열심으로 가장 솔직하게 살다 간 것 같다. 그에게 악과 선은 등과 배가 서로 맞붙은 동위(同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세계에 대해 무미함, 권태, 허무를 느꼈니? 그럼 부조리한 거야

    나는 집에 도착한 그 첫 순간에 베일에 가린 듯이 모든 사물, 모든 사람들로부터 차단된 나 자신을 느꼈다. 집에서 맞는 첫날 아침을 나는 이상한 비현실감 속에서 맞았다. “이런 전선에서 두부 장수 종소리, TV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 수돗물이 넘치는 소리가 웬일일까?”라고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던 것이다. ‘이런 전선에서’란 느낌은 어떤 긴박한 위기에 대처한 생생한 의지였다. 그것은 아직도 내 몸에 밴 전쟁 냄새였다. 그런데 두부 장수 종소리, 유행가 소리 따위를 의식했을 때 나는 뭔가 맥이 탁 풀리는 것 같았다. 나의 안에 있는 긴박감에 비해서 밖은 너무도 무의미하고 태평스럽고 어쩌면 패덕스럽기까지 했다. 나미도, 학교 공부도, 또 나로부터 그토록 수많은 밤을 앗아 갔던 아틀리에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나는 그것들과의 관계를 다시 시작할 하등의 흥미도 관심도 없었다. 나날이 권태스럽고 짜증스럽기만 했다. 이따금 나는 내 안의 긴장에 대해서, 적어도 숨김없는 그 진실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말하려 애써 보았다. 그러나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가운데 부분 줄거리] ‘나’는 자신의 경험에 공감하지 못하는 애인 나미와도 거리감을 느끼고 이 세계가 극도로 허무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나’는 무력감 속에서 공터를 내려보던 중, 뽑기 과자를 팔고 무엇을 찾는 일에 열중하는 노인을 보게 된다.개는 하루 사이 아주 눈에 띄게 쇠약한 모습이고, 노인도 피곤하고 지친 모습이긴 하나 끈질긴 어떤 힘이 그의 전신에서 면면히 솟아 나오고 있는 듯하다. 나는 완전히 안정을 잃고 방 안을 오락가락했다. 믿어지지 않는다. 거짓말이다.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설명은 없다! 오직 인물의 대사와 행동만 있을 뿐이다!

    최 노인 : (화단 쪽을 가리키며) 저기 심어 놓은 화초며 고추 모가 도무지 자라질 않는단 말이야! 아까도 들여다보니까 고추 모에서 꽃이 핀 지는 벌써 오래전인데 열매가 열리지 않잖아! 이상하다 하고 생각을 해 봤더니 저 멋없는 것이 좌우로 탁 들어 막아서 햇볕을 가렸으니 어디 자라날 재간이 있어야지! 이러다간 땅에서 풀도 안 나는 세상이 될 게다! 말세야 말세!이때 경재, 제복을 차려입고 책을 들고 나와서 신을 신다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는 깔깔대고 웃는다.경재 : 원 아버지두……최 노인 : 이눔아 뭐가 우스워?경재 : 지금 세상에 남의 집 고추 밭을 넘어다보며 집을 짓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최 노인 : 옛날엔 그렇지 않았어!경재 : 옛날 일이 오늘에 와서 무슨 소용이 있어요? 오늘은 오늘이지. (웅변 연사의 흉을 내며) 역사는 강처럼 쉴 새 없이 흐르고 인생은 뜬구름처럼 변화무쌍하다는 이 엄연한 사실을, 이 역사적인 사실을 똑바로 볼 줄 아는 사람만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소한도로 아셔야 할 것입니다! 에헴!<중략>최 노인 : 듣기 싫어! (화초밭으로 나오며) 이 집안에서는 되는 거라곤 하나도 없어! 흔한 햇볕도 안 드는 집이 뭣이 된단 말이야! 뭣이 돼! (하며 화초밭을 함부로 작신작신 짓밟고 뽑아 헤친다.)어머니 : (맨발로 뛰어내리며) 여보! 이게 무슨 짓이오! 그렇게 정성을 들여서 가꾼 것들을…… 원…… 당신도……최 노인 : 내가 정성을 안 들인 게 뭐가 있어…… 나는 모든 일에 정성을 들였지만 안 되지 않아! 하나도 씨도 말야!- 차범석, 불모지 - 화초며 고추 모가 도무지 자라질 않는단 말이야! … 열매가 열

  •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소설의 단골 소재는 '성장'…그건 갈등과 깨달음의 열매!

    나는 깨진 단지를 눈으로 찬찬히 확인하는 순간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어찌 떨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 단지의 임자가 욕쟁이 함경도 할머니임에 틀림없음에랴! 이 베락 맞아 뒈질 놈의 아새낄 봤나, 하는 욕설이 귀에 쟁쟁해지자 등 뒤에서 올라온 뜨뜻한 열기가 목덜미와 정수리께를 휩싸며 치솟아 올라 추운 줄도 몰랐다. 눈을 비비고 또 비볐지만 이미 벌어진 현실이 눈앞에서 사라져 줄 리는 만무했다.집 안팎에서 귀청이 떨어져라 퍼부어질 지청구와 매타작을 감수하는 게 상수인 듯싶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첫길이라고 일부러 발끝에 힘을 주어 제겨 딛고 가느라 우리 집 앞에서 변소 앞까지 뚜렷이 파인 눈 위의 내 발자국은 요즘 말로 도주 및 증거 인멸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봉쇄하고 있는 터였다. <중략> 나는 울기 전에 최후의 시도를 하기로 맘먹었다. 우랑바리나바롱나르비못다라까따라마까뿌라냐……손오공이 부리는 조화를 기대하며 입속으로 주문을 반복해서 외었다.[중략 부분의 줄거리] 눈사람을 만들어 깨진 단지를 숨기고, 혼날 것을 두려워한 나는 가출을 한 후 여러 곳을 방황하다 해질녘에 집으로 돌아온다. 눈사람은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 혼낼 줄로 알았던 집 안 사람들은 나에게 무심한 채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들의 일만 한다.나는 나를 둘러싼 세계가 너무도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짐작하고 또 생각하는 세계하고 실제 세계 사이에는 이렇듯 머나먼 거리가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 거리감은 사실이 세계는 나와는 상관없이 돌아간다는 깨달음, 그러므로 나는 결코 주변으로 둘러싸인 중심이 아니라는 아슴프레한 깨달음에 속한 것이었다. <중략>그러고는 어른처

  • 교양 기타

    소설의 끝맺음에 대하여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는 대체로 작품의 주제 의식이 압축되어 있으며 이와 관련된 작가의 비전이 제시될 때가 많다. 그것은 직설적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여운을 남기는 형태로 서술되어 울림을 주기도 한다. 마지막이 인상적인 작품을 읽어 보자.[“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설렁탕이 이다지도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기억될 줄은 김 첨지도 독자들도 몰랐을 것이다. 병든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 사 주지 못하던 인력거꾼 김 첨지는 평소보다 훨씬 많이 돈을 벌게 된 날 결국 아내를 잃는다. 「운수 좋은 날(1924, 현진건)」이라는 제목의 아이러니도, 최고의 행운 뒤에 최악의 불행이 따르는 삶의 상례도 감당하기 힘든 비극이다.[차도로 나왔으나 좌회전을 하지 못해 돌아가야 할 도시를 뒤로 하고 달릴 수밖에 없었다. 어딘가에 유턴 지점이 있겠지, 유턴 지점을 열심히 찾는 것도 아니면서 막연히 그렇게 믿으며 상쾌한 속도를 냈다. 도시와 더불어 내 집 또한 뒤로 뒤로 멀어져가는 기분 또한 상쾌했다.]1993년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박완서의 「꿈꾸는 인큐베이터」의 마지막 문장이다. 화자는 왜 집이 ‘뒤로 뒤로’ 멀어져가는 기분이 상쾌하다고 하는가. 화자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우며 남편과의 사이가 원만하며 딸 둘과 아들이 있는, 남부러울 것 없는 중산층 여인이다. 그러나 둘째 딸과 아들 사이에는 딸이 있었고 그 딸은 세상에 나오지 못한다. 화자는 뱃속의 아이가 딸이라는 이유로 임신 중절 수술을 하였고, 수술을 강요한 시어머니와 시누이에게 원한에 가까운 감정을 품게 된다. 물론 그런 강요

  • 교양 기타

    소설의 첫 문장들

    최인훈 ‘광장’의 첫 문장은?첫사랑, 첫해, 첫아이, 첫인상, 첫 등교, 첫 월급. 모든 ‘첫’은 설렘과 긴장을 동반한다. 우리는 일상이 지루할 때 새로운 무엇인가를 기획하여 ‘첫’의 의미를 부여하고 크고 작은 실패를 했을 때 ‘첫’을 만드는 노력으로 삶에 기회를 다시 부여하기도 한다. 소설의 첫 문장은 어떨까? 흡인력 있는 첫 문장들을 읽어 보자.<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채면서, 숨을 쉰다.> 『광장(최인훈)』의 첫 문장이다. 이 소설은 제목은 광장이지만 그 시작과 끝은 바다다. 주인공 명준이 떠난 곳이 바로 바다였다. 광장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무거운 주제만큼이나 무거운 바다. 그래서 비늘도 육중하다.<사람들은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옳게 보았다. 아버지는 난장이였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조세희)」의 첫 문장이다. 1970년대 도시 개발의 이면에는 강제 철거로 보금자리를 잃고 밀려난 도시 빈민의 눈물이 있었다. 이 작품은 그들의 비참한 삶과 고통을 빼어난 문장으로 형상화하였다. 신산한 세상에 대한 비판은 화자의 이어진 문장에 담겨 있다.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는 것 하나만 옳았다. 그 밖의 것들은 하나도 옳지 않았다.<벌써 30년이 다 돼가지만, 그해 봄에서 가을까지의 외롭고 힘들었던 싸움을 돌이켜보면 언제나 그때처럼 막막하고 암담해진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문열)」은 이렇게 시작한다. 30년이 지나고 이제는 중년의 가장이 된 사내가 초등학교 시절 교실에서 치렀던 ‘전쟁’을 회상한다. 지금도 그때처럼 막막하고 암담한 것은 그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