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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 이슈 찬반토론

    '초특급 도심 요지'에 임대주택 단지 건설…합리적 도시개발일까

    서울 강남구 삼성동은 국내 최고의 도심 핵심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요지에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문제로 서울시와 강남구가 대립하고 있다. 외형은 서울시와 산하 자치구 간 대립처럼 됐지만, 중앙정부(국토교통부)도 이 문제에 관한 한 서울시 입장과 비슷하다. ‘서민 주거 확대’ 차원으로, 전임 서울시장 때 사업 시작의 단초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서울시 산하 공영병원인 서울의료원 옛 땅이 있다. 부속부지까지 이곳의 시소유지에 서울시는 임대주택 3000가구를 지으려 한다. 부지는 시 소유 그대로 공공용지로 두고 건물만 분양하는 변형된 임대주택 단지인데, 이른바 ‘반값 아파트’ 또는 ‘반의 반값 아파트’ 공급 차원이다. 이에 맞서는 강남구는 이 지역을 앞서 서울시가 발표한 대로 ‘국제교류복합지구 마이스(MICE: 회의·관광·컨벤션·전시) 단지’로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래형 산업인 마이스 용도로 개발하면 해당 용지를 더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그에 따른 개발이익으로 임대주택을 더 많이 지을 수도 있지 않냐는 것이다. 강남구는 필요하면 관내에 임대주택 건설 용지를 찾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서민 주거를 내세운 서울시의 도심 핵심지 임대아파트 건설 추진은 합리적이고 타당한가. [찬성] 인기지역에도 서민주택 늘려야…상징성도 무시 못해서민주택이라고 해서 비인기 지역에나 지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서민도 땅값이 비싼 지역에 살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만 맡겨두면 이런 일은 사실상 어렵다. 대표적 서민주택인 임대주택도 도심 인기지역 ‘상급지’에 지을 수 있어야 한

  • 시네마노믹스

    연금받던 할머니의 죽음 감추려 암매장한 가족들 [시네마노믹스]

    영화 ‘어느 가족’(2018)은 일본 도시 빈민층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일본 도쿄의 일용직 노동자 오사무(릴리 프랭키 역할)와 함께 좀도둑질을 하는 아들 쇼타(죠 가이리), 세탁 공장에서 쥐꼬리 월급을 받는 오사무의 아내 노부요(안도 사쿠라),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쇼타의 누나 아키(마쓰오카 마유), 낡은 판잣집을 갖고 있는 연금 수급자 할머니 하츠에(기키 기린) 등은 피가 섞인 진짜 가족이 아니다. 제각기 사회에서 만나 우연히 ‘가족의 형태’를 갖춘 이들은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티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어느날 집에서 학대를 받으며 자란 꼬마 유리(사사키 미유)를 길에서 발견한 이들은 유리를 거둬들여 자식처럼 키우게 된다. 하지만 오사무는 다리를 다쳐 건설 현장 일을 못하게 되고 노부요는 공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한다. 가족이 추억을 쌓기 위해 바다로 여행을 다녀온 뒤, 하츠에마저 눈을 감는다. 그의 죽음이 알려지면 연금이 끊길까봐 이들은 하츠에를 집 앞마당에 묻는다. 꼬마인 유리에게까지 도둑질을 가르치는 오사무에 회의를 느낀 쇼타는 일부러 티나게 물건을 훔치다 다쳐 입원하고, 경찰이 보호자 확인을 위해 출동하면서 이들 가족의 ‘숨겨진 비밀’이 사회에 드러난다. 노부요는 죄를 모두 뒤집어 쓴 채 체포된다. 선진국인 일본에서 어째 이런 일이?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이 영화를 제작했다. 가난한 가족이 연금을 계속 받으려고 할머니를 직접 암매장한 ‘유령 연금’ 사건이다.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이 컸다.일본은 경제 수준에 비해 빈부 격차 문제가 적지

  • 경제 기타

    자본주의는 더 나아지는 삶을 위한 세상 원리

    '우물 안 개구리'는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말이다. 세상의 넓은 형편을 모르고 우물 안에만 있어 그게 전부인 줄 아는 것을 뜻한다. 우물 안 개구리를 응용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 우물 속 개구리가 탈출하고 싶어서 우물 안에 고인 우유를 끊임없이 밟고 점프했고, 마침내 우유는 응고돼 버터가 됐다. 개구리가 그것을 밟고 결국 탈출한다는 이야기다. 개구리는 왜 그렇게 탈출하고 싶어 했을까? 아마도 '자유'를 갈망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 우물 안에서 얼마나 답답했을까? 자유가 없는 세상은 이렇게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처럼 감옥 같은 세상이다.  개인의 자유 확장이 삶을 풍요롭게 해인류 문명은 점차 개인의 자유를 확장시켜왔다. 그 체제가 바로 자본주의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자유의 폭은 더욱 확장됐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사회에서는 사람들을 우물 안에 가두거나 억압하지 않는다. 우물 밖으로 나와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살 수 있게 한다. 우물 안에서 탈출한 개구리는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자유로운 세상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멋지게 살아갔을 것이다. 또한 자신이 우물 안에서 고통받았던 것을 생각하며 자신처럼 우물 안에 갇힌 개구리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왔을 것이다. 사람들이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로 자유를 찾아 망명하고 이민을 떠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자유가 보장되는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 정의로운 것이다.모든 꽃향기가 그렇지만 특히 장미꽃 향기에는 사람의 호르몬을 자극하는 성분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장미꽃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이 때문에 장미꽃을 선물하면서 프러포즈를 많이 하는 것이

  • 시네마노믹스

    실업급여에 의존해 '일할 의지' 꺾인 빈민가 청년…무조건적 수당 대신 직업훈련 받았다면 어땠을까

    “대충 몇 글자 끄적여주세요. ‘능력은 있지만 이 일엔 적합하지 않다’ 같이 늘 쓰는 말 있잖아요. 세 번 거절당해야 생활보조비를 받으니깐.”화려한 저택의 복도에 멀끔히 차려입은 사람들이 앉아 있다. 온갖 학위와 경험을 자랑하는 이들은 모두 일을 찾으러 온 구직자다. 면접장에서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장애인을 친형제처럼 생각해서’와 같은 고상한 말을 늘어놓는다. 그 사이 펑퍼짐한 청바지에 가죽점퍼를 입고 온 드리스(오마 사이 분)가 있다. 드리스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일자리가 아니라 실업급여. 구직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출해야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순서를 무시하고 새치기해 덜컥 면접장 안으로 들어간 드리스는 시간이 없으니 빨리 사인이나 해달라고 말한다. 실업급여는 실업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필립(프랑수아 클루제 분)은 으리으리한 저택에 수많은 가정부를 두고 사는 ‘상위 1%’ 백만장자다. 돈은 남부럽지 않게 많지만 24시간 내내 누군가가 돌봐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신마비 장애인이다. 이런 필립을 도와주는 간병인을 뽑는 면접장에 찾아온 건 ‘하위 1%’의 드리스. 세면대에서 물을 틀면 동시에 샤워조차 할 수 없는 열악한 파리 빈민가 아파트에 열 명이 넘는 가족이 살고 있다. 변변한 일자리도 없이 하루 종일 거리를 떠돌아다닌다.간병인을 뽑는 면접장에 오면서도 드리스는 필립의 상태에는 관심도 없었다. 전신마비 장애인에게 “왜 지금 바로 서명을 못 해주냐”고 반문할 뿐이다. “사인은 해줄 테니 내일 다시 오라”는 말에 다음날 다시 필립의 집을 찾

  • 숫자로 읽는 세상

    백인 순자산의 10분의 1…미국 시위 뒤엔 '가난한 흑인'

    인종 차별에 대항하는 이번 미국 시위의 근저에는 제도적 인종 간 빈부 차가 있었다는 분석(찰스 블로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이 나온다. 뿌리 깊은 인종 간 불평등을 겪어온 흑인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더 큰 경제적 어려움에 몰린 상황에서 플로이드 사건으로 분노가 폭발했다는 지적이다.미 중앙은행(Fed) 통계에 따르면 미국 백인 가구의 순자산(2016년 기준)은 중간값이 17만1000달러지만, 흑인 가구는 그 10분의 1인 1만7600달러에 불과하다. 백인과 흑인 가구의 순자산 중간값 격차는 2013년 13만2800달러에서 2016년 15만3400달러로 더 확대됐다. 이는 기본적으로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상속액이 차이 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근로소득의 차이를 만드는 주요 원인인 학력 격차도 뚜렷하다. 미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소(EPI)에 따르면 2016년 기준 25~29세 성인 가운데 흑인의 최종학력은 고교 졸업 92.3%, 대학 졸업 22.8%로, 백인의 95.6%, 42.1%에 비해 크게 낮다.게다가 학력이 같다 해도 흑인의 실업률이 높다. 2017년 기준으로 고교 졸업자 중 흑인의 실업률은 9.5%로 백인(4.6%)의 두 배에 달한다. 대학 졸업자도 흑인 실업률은 4.1%로 백인의 2.3%보다 크게 높다. 어렵게 취업한다 해도 더 낮은 임금을 받는 게 보통이다. 흑인의 임금 수준은 고교 졸업자의 경우 같은 학력을 보유한 백인의 78.1%에 불과했다. 대학 졸업자도 78.7%에 그친다. 특히 1979년(86.9%, 87.2%)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 벌어졌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7~2013년 흑인 가구의 순자산 감소폭(중간값)은 44.3%에 달했지만 백인 가구는 26.1%로 훨씬 적었다.2018년 기준 미국 전체 인구(3억2400만 명) 가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