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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반도체 필수 소재 수출규제 1년…여전히 '어두운 터널'에 갇힌 한·일 관계

    일본 경제산업성은 작년 7월 1일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세 가지 재료를 한국으로 수출하는 절차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는 일본 기업들이 한국으로 수출할 때 한 번 종합허가를 받아놓으면 3년간 별도 심사 없이 자유롭게 물건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작년 7월 4일부터 계약건별로 정부 사전 허가를 받도록 문턱을 높였다. 이들 수출규제 대상 재료는 반도체를 제조할 때 불순물을 씻어내는 등 생산공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품목이었다.당시 일본 정부는 무슨 이유로 이런 수출규제에 나서는지 뚜렷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한국 정부의 수출관리가 미흡하다”는 모호한 설명만 거듭했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한국 대법원은 2018년 11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해당 일본 기업들이 1억원씩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일본 정부는 1965년 한국과 일본이 국교정상화 당시 맺은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배상은 종결됐다며 이 판결에 강력하게 반발했다.한국 정부는 대응 정책을 펼쳤다. 국산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를 위한 연구개발(R&D) 및 생산을 지원하려고 특별법을 마련했다.지난 7월 1일로 일본의 수출규제는 꼭 1년이 지났다. 수출규제 품목 중 일부는 국산 제품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하는 등 정부의 소부장 국산화 전략은 나름 성과를 냈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산 의존도가 높아 ‘절반의 성공’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악화된 한·일 관계는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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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TO로 간 일본의 수출규제…한·일 갈등 2라운드 돌입

    한국의 무역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12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일본 정부에 “(일본이 작년 7월 초) 수출규제를 취하면서 제기했던 세 가지 사유가 모두 해소됐다”며 “5월 말까지 수출규제 원상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방침을 밝혀 달라”고 공식 요구했다.일본 정부는 작년 7월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세 가지의 핵심 소재·부품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겉으로는 한국 정부의 무역 관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논리를 폈다. 구체적으로 한국 정부가 무기로 쓰일 수 있는 물자를 무기 제조 가능성이 있는 국가(북한 등)에 수출되지 않도록 통제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수출 관리 조직 및 인력이 적으며, 한·일 양국의 수출 관리 정책 대화가 중단돼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론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한국인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한국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일본이 주장하는 수출규제 사유에 대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대외무역법을 개정해 전략물자의 수출 통제를 강화했고, 산업통상자원부 내부에 있는 무역안보 전담 조직을 확대했으며, 한·일 간 비공개 정책 대화를 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5월 12일 브리핑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세 가지 사유가 해소됐다고 한 것은 이런 점들을 지칭했던 것이다.WTO에서 법리 다툼 본격화하지만 일본 정부는 “다양한 레벨에서 대화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했을 뿐 5월 말까지 수출규제 원상회복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사실상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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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아직은 '절반의 성공'

    일본 수출 규제 1년을 맞아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줄임말)’이라는 단어가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소부장은 쉽게 말해 산업의 ‘기초 체력’이다. 소재는 반도체나 TV, 자동차 등을 생산할 때 필요한 재료를 말한다. 장비는 각종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기계이고, 부품은 제품이나 장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부속품을 일컫는다.질 좋은 재료를 제대로 만들 수 없거나 외부에서 사올 수 없다면 반도체 같은 제품을 생산해 파는 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신선하고 좋은 식재료 없이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본 수출 규제는 이처럼 질 좋은 재료들을 필요할 때마다 손쉽게 사다 쓰는 구조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의미했다. 작년 7월 일본 수출 규제 이후 1년 동안 상황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소부장’ 국산화 성과는일본 수출 규제를 계기로 한국 정부는 ‘소부장 국산화’를 추진하는 중이다. 즉, 일본으로부터 품질 좋은 재료를 사오기 어렵다면 우리가 재료부터 완성품까지 직접 만들어 쓰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정부는 일본 수출 규제 이후 100가지 소재·부품·장비를 핵심 품목으로 지정하고 국산화를 집중 추진해왔다. 국내 기업들이 각종 연구를 통해 100가지 품목을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예산, 컨설팅 등을 지원했다. 정부는 조만간 ‘소부장 2.0 전략’을 내놓고 이 핵심 품목을 338개로 3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좋은 소부장을 수입할 수 없다면 직접 만들어서라도 쓰려는 이유는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 자동차 등 제조업이 차지하는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 전체 수출액의 17.3%는 반도체 수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