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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네마노믹스

    피 안 섞이고 가난해도 함께 살아 행복했던 가족, 가혹한 실업 태풍은 범죄와 가족 해체 부르는데…

    “가게에 진열된 물건은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니잖아. 망하지 않을 만큼만 훔치면 돼.”일본 도쿄의 일용직 노동자 오사무(릴리 프랭키 분)는 아들 쇼타(죠 가이리 분)에게 좀도둑질을 가르친다. 둘은 매일 마트와 구멍가게를 돌며 ‘세트 플레이’로 음식과 생필품을 턴다. 다 쓰러져가는 낡은 판잣집에는 할머니 하츠에(기키 기린 분)와 오사무의 아내 노부요(안도 사쿠라 분), 쇼타의 누나 아키(마쓰오카 마유 분)가 기다리고 있다. 가족들은 훔쳐온 식량으로 끼니를 때우며 “샴푸는 왜 잊었냐”는 핀잔까지 건넨다.영화 ‘어느 가족’(원작명 ‘좀도둑 가족’)은 어느 도시 빈민층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진짜 피가 섞인 가족은 아니다. 제각기 사회에서 만나 우연히 ‘가족의 형태’를 갖춰 사는 공동체의 이야기다. 일본 영화계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8년 칸 영화제에서 이 작품으로 황금 종려상을 받았다.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사회가 등 돌리던 일본 빈곤층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을 휩쓴 뒤 하위 계층의 삶을 다룬 유사 영화로 재조명되기도 했다. 피도 안 섞였는데 함께 사는 이유는영화는 이들이 어떻게 가족이 됐는지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다섯 명 모두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사실만 보여 준다. 오사무는 건설 일용직으로 일해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고, 노부요는 공장에서 쥐꼬리 월급을 받는다. 아키는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교과서를 보고 있어야 할 쇼타는 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한다. 월세를 낼 형편이 안되는 이들에게 하츠에의 집과 연금

  • 시네마노믹스

    디지털 파도에 떠내려간 월터의 아날로그 일자리…온갖 모험 무릅썼지만 구조적 실업 피할 수 없는 현실

    라이프 잡지사 사무실에 직원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자신을 구조조정 매니저라고 소개한 남자가 그들 앞에서 말을 꺼낸다. “이런 말씀 드리기 매우 어렵습니다만…” 말끝을 흐리면서 직원들의 눈치를 보더니 급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라이프지를 폐간합니다. 이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 라이프 온라인으로 바꾸고 여러분 중 새로운 업무에 불필요한 분은 자리를 비워주셔야 합니다.”웅성거림은 더욱 커졌다. 수십 년을 이어온 라이프 잡지의 폐간도 놀라운 사실이지만 자리를 비워야 할 누군가가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단 사실에 사람들의 초조함은 옅은 탄식으로 흘러나왔다. 그는 계속 이어나갔다. “누가 떠나야 할지는 마지막 호를 제작한 뒤 결정하겠습니다.” 월터, 구조적 실업 위기를 겪다월터 미티(벤 스틸러 분)는 라이프 잡지사에서 16년째 근무 중인 사진 현상가다. 사진가들이 현장에서 찍은 사진필름을 보내주면 인화하는 작업을 도맡아 했다. 사진에 정교하고 세밀하게 마지막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이다.그에게 라이프지의 폐간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사진 기술도 빠르게 디지털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가장 먼저 위협받는 자리에 있다는 걸 그 스스로도 직감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매니저의 연설이 끝난 뒤 한숨을 쉬며 그는 사진현상실로 터벅터벅 돌아간다.월터는 ‘구조적 실업’ 위기를 맞닥뜨리고 있다. 구조적 실업은 산업 구조의 변화로 산업 간 인력 수급의 불균형이 생겼을 때 발생한다. 기술 진보로 산업 생산성이 향상되거나 새로운 산업이 태동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