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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20代 대선-20代 표심…代 , 같은 글자 다른 의미

    20대 대선에서는 유난히 2030세대가 주목을 받았다. 이들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선거 판세가 요동쳤다. 대선 후보들도 이들의 표심(票心)을 잡기 위해 ‘3대 청년공약’이니 ‘5대 청년 권리장전’이니 하는 정책들을 쏟아냈다. ‘20대 대선, 20~30대 표심, 3대 공약.’ 짧은 문구지만 여기에는 우리말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특성 몇 가지가 담겨 있다. 말의 정체 알아야 정확한 쓰임새 구사해무엇보다 ‘-대’ 자가 여러 의미로 쓰였음이 눈에 띈다. 형태는 같아도 의미는 다르다는 것을 모국어 화자는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한자로 하면 좀 더 구체적으로 보인다. ‘20代 대선. 20代 표심, 3大 공약’이다.대개 말의 의미는 문맥을 통해, 또는 발화의 맥락을 통해 자연스레 알게 된다. 하지만 일부 단어는 같은 형태로 여러 가지로 쓰이기 때문에 구별하기가 쉽지 않을 때도 있다. 물론 이런 경우는 형태만 같을 뿐 실제로는 다른 단어다. 그중 ‘대’는 의미와 기능별로 용법이 까다롭다. 의존명사, 자립명사, 접미사, 접두사 등 다양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띄어쓰기도 달라진다. 말의 정체를 제대로 알아야 쓰임새를 정확히 구사할 수 있다.우리말 ‘대’는 적어도 다섯 가지를 알아둬야 한다. ‘大-臺-代-帶-對’가 그것이다. 비교적 쉬운 것부터 살펴보자. 大는 ‘큰 대’ 자다. ‘세계 7대 불가사의’ ‘한국 30대 기업’ 같은 데 쓰인 글자다. ‘일자리 3대 공약’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말이다.‘대(臺)’의 쓰임새도 활발하다. 이는 ‘토대, 무대’를 뜻한다. 그래서 원래 ①받침이 되는 시설이나 이용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사전이 알려주는 것들 (2)

    2010년 영국의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비장한 소식 하나를 전했다. “인쇄판 사전 시장이 연간 수십 %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제3판은 인쇄판 대신 온라인판으로만 낼 계획입니다.” 120여 년 역사를 자랑하던 옥스퍼드 종이사전에 종말을 고한 셈이었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종이에서 디지털로 진화하는 국어사전한국은 이보다 좀 더 이르게 종이사전의 조종을 울렸다. “국립국어원에서 1999년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의 개정판을 인터넷사전(웹사전)으로만 편찬할 예정입니다.” 국어원은 2006년 한글날을 기해 앞으로 나올 표준국어대사전 개정판을 온라인으로만 발간하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웹사전의 기능을 한층 강화했다. 컴퓨터와 휴대폰이 일상의 용품이 된 디지털 시대라 ‘내 손안의 사전’이 가능해졌다. 언제 어디서든 더 편리하게 사전을 찾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국어원에서는 표준국어대사전 인터넷판 외에도 온라인 사전인 <우리말샘>도 운영하고 있다. 우리말샘은 국민 누구나 참여해 새로운 말을 올리고 설명을 달 수 있는, 쌍방향 개방형 사전이다. 이와 관련해 국어사전에 관한 일반적인 오해 하나. 우리말샘에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수많은 말이 올라 있다. 이걸 보고 “사전에 나오는데, 써도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이들이 꽤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은 규범어가 아니다. 아직 정식 단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경험상 그중 상당 부분은 시일이 흐르면서 사라질 말들이다. 단어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 간 광범위성을 비롯해 계층 간/세대 간 통용성, 지속성, 품위성 등 여러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선물 받다'는 띄어쓰고 '미움받다'는 붙여써요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에는 크리스마스가 있어서 더 좋다. 이 즈음엔 서로 선물을 주고받으며 연말 의미를 더한다. “선물을 받았다”라고 한다. 곧 이어 새해가 되면 “복 많이 받으세요” 하면서 인사를 한다. 이때의 ‘받다’는 물론 동사다. 그런데 이 말은 접미사로도 쓰여 우리말에 부족한 동사를 풍성하게 생성한다. 파생어들이다.피동 뜻 더하면 접미사 용법이라 붙여 써접사는 독립성이 없어 언제나 어근에 붙여 쓰는 말이다. 문제는 ‘받다’가 동사와 접미사 양쪽으로 쓰이다 보니 이들의 띄어쓰기가 간단치 않다는 데 있다. 앞에서 본 예만 해도 가운데 낀 조사와 부사를 생략하고 쓸 때 “선물받았다” “복받으세요”처럼 하면 되는 걸까? 아니면 “선물 받았다” “복 받으세요”라고 띄어 써야 할까? 답부터 말하면 이들은 띄어 써야 맞는 말이다. 아무 말에나 ‘받다’가 붙어 파생어를 만드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세금 받다/편지 받다/월급 받다’와 ‘귀염받다/벌받다/주목받다’ 등 …. 이들을 구별해야 한다. ‘받다’와 어울리는 말 가운데 어떤 것을 띄어 쓰고, 어떤 것을 붙여 쓸까? 이런 차이는 왜 생길까? 앞의 경우는 ‘받다’를 동사로 보고, 뒤의 경우에는 접미사로 보기 때문이다.접미사 ‘받다’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피동의 뜻을 더하고 그 말을 동사로 만드는 구실을 한다. 그러니 동사인지 접미사인지를 가르는 핵심은 당연히 ‘피동성’ 여부에 있다. 피동성을 판별하는 요체는 그 말이 누군가에게 ‘당하다, 입다’란 의미를 띠는지를 살피는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잘 살다'는 '잘 지내다', '잘살다'는 '부유하다'는 뜻

    “잘살아 보세~ 잘살아 보세~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 1970년대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의 기록적 경제 발전 뒤에는 국민 마음을 하나로 묶어준 노래가 있었다. 새마을운동 하면 떠오르는 이 노래 ‘잘살아 보세’가 그것이다. 전국 어디를 가든 이 노래가 흘러나왔고, 사람들은 너도나도 ‘잘살아’ 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다.‘못살다’는 합성어…‘가난하다’란 뜻 담아요즘은 잊혀가는 이 노래를 새삼 끄집어낸 까닭은 노래 제목에 띄어쓰기의 요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띄어쓰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는 무수한 합성어와 파생어들의 구별에 있다. 어떤 말이 합성어인지 혹은 파생어인지를 구별할 수 있어야 띄어 쓰든 말든 할 것이다. ‘잘살다’와 ‘잘 살다’, ‘못살다’와 ‘못 살다’의 구별은 글쓰기에서 누구나 부딪치는 곤혹스러운 문제다.우선 ‘잘 살다’와 ‘잘살다’를 어떻게 구별할까? “그는 마음을 다잡고 잘 살고 있다.” “병이 깊어 잘 살아봐야 1년이다.” 이런 데 쓰인 ‘잘 살다’는 잘 지낸다는 뜻이다. ‘살아가는 방식(행태)’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에 비해 ‘잘살다’는 재물이 많다, 즉 부유하게 산다는 뜻이다. ‘잘’과 ‘살다’가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담았다. 합성어로 볼지, 구의 구조로 볼지를 판단하는 요령 중 하나는 ‘단어끼리 어울려 무언가 새로운 의미가 더해졌는지’를 보는 것이다. “보릿고개 시절에도 잘사는 집 아이들은 운동화를 신고 다녔다”처럼 쓴다.같은 방식으로 ‘못살다’와 ‘못 살다’를 구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한숨짓다'는 붙이고 '미소 짓다'는 띄어 쓰죠

    ‘먼저 인사하는 공항 가족, 미소 짖는 고객.’ 이 문구를 보는 순간 잘못 쓴 글자를 찾아냈다면 그 사람은 우리말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 해도 될 것이다. 오래전 김포공항 청사 내 안내 전광판에 흐르던 문구다. 당시 한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개가 짖는다’와 ‘미소 짓는다’의 차이도 모르느냐”며 우리말 오용 실태를 질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합성어 여부에 따라 띄어쓰기 달라져‘미소 짓다’는 자칫 표기를 틀리기도 하지만 띄어쓰기는 더 까다롭다. ‘짓다’는 누구나 알다시피 동사다. 보조용언이나 접사로서의 기능은 없다. 이 말이 명사와 어울려 여러 합성어를 낳았다. ‘죄짓다, 한숨짓다, 짝짓다, 농사짓다, 눈물짓다’ 등이 그 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짓다’와 결합한 동사가 20개도 넘게 나온다. 그런데 ‘짓다’와 어울리는 수많은 말 가운데 어디까지가 합성어인지 알 도리가 없다. 대개는 사전에 올랐으니 합성어인 줄 아는 식이다. 가령 ‘한숨짓다’와 비슷한 계열인 ‘미소짓다’는 사전에 없다. 그러니 단어별로 띄어 쓴다는 규정에 따라 ‘미소 짓다’로 해야 한다.‘떼지어 다니다’ 할 때도 심리적으로 ‘떼지어’로 붙여 쓰고 싶지만 ‘떼짓다’란 말은 사전에 없다. ‘떼 지어 다니다’이다. ‘마무리 짓다, 일단락 짓다, 이름 짓다’도 다 띄어 써야 한다. 그런 말이 사전 올림말에 없기 때문이다.수많은 단어를 일일이 외워 써야 한다면 이는 너무도 비효율적인 일이다. 범용성 있는 원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우선 ‘짓다’에 접사 기능을 부여할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3년만'과 '3년 만에'는 의미가 달라요~

    글쓰기에서 띄어쓰기는 종종 ‘사소한 것’으로 치부돼 소홀히 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띄어쓰기는 글을 얼마나 성의 있게 썼는지를 보는 척도가 되곤 해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글쓰기의 기본으로 받아들여지는 셈이다.‘한정’ 의미는 조사, ‘동안’ 의미라면 의존명사의존명사와 조사로 쓰이는 ‘만’도 어려워하는 용법 중 하나다. 하지만 각각의 쓰임새가 분명히 달라 구별하는 게 어렵지 않다. 우선 ‘만’이 수량명사 뒤에 와서 시간의 경과를 나타낼 때가 있다. 이때는 의존명사다. “신제품은 개발에 들어간 지 3년 만에 만들어졌다.” 지난 호에서 살핀 의존명사 ‘지’와 어울려 ‘~한 지 ~만에’ 꼴로 많이 쓰인다. 둘 다 ‘시간의 경과, 동안’을 나타낸다. 이 ‘만’은 언제나 시간이나 횟수를 나타내는 수량명사 뒤에 온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알아보기 쉽다. “30분 만에 보고서를 썼다”, “세 번 만에 시험에 합격했다” 식으로 쓰인다.조사(정확히는 보조사) ‘만’은 쓰임새가 전혀 다르다. “그 사람만 왔다.” “놀기만 한다.” “이것은 저것만 못하다.” 이런 데 쓰인 ‘만’은 모두 무엇을 강조하거나 어느 것에 한정하거나 비교하는 의미를 나타낸다. 이때는 ‘만’이 조사이므로 늘 윗말에 붙여 쓴다. 같은 ‘만’이지만 “3년 만에 만났다”와 “3년만 기다려라”의 띄어쓰기가 다른 이유다.이제 응용을 해보자. ①집채만 한 파도. ②집채만한 파도. ③집채 만한 파도. 세 가지 띄어쓰기 가운데 맞는 것은 ①번이다. 조사 ‘만’의 용법 중 하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뿐' '데' 등을 띄어쓸 때와 붙여쓸 때

    띄어쓰기는 한글 맞춤법 57개 항 가운데 10개 항을 차지할 만큼 비중 있는 부분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책 한 권 분량이 될 정도로 복잡하고 방대하다. 규정을 둘러싼 논란도 많다. 1988년 한글맞춤법 개정 때 최종 심의에 참여했던 원로 언론인 고 서정수 선생은 생전에 “당시 띄어쓰기를 규정하는 작업이 유난히 힘들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의미에 따라 쓰임새 달라지는 것 구별해야띄어쓰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형태는 같은데 문법적 기능은 다른 말’이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뿐’ ‘지’ ‘만’ ‘데’ ‘대로’ 등이 있다. 이들이 문장 안에서 때로는 의존명사로, 때로는 조사로, 또는 어미나 접미사로 쓰인다. 띄어쓰기를 공략하려면 무엇보다 이들을 구별하는 ‘눈’을 갖춰야 한다.그렇다고 무조건 외우려고 하면 안 된다. 그것 자체로 헷갈리는 일이다. 모국어 화자라면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감각’으로 익혀야 한다. 다만 그것을 끌어내기 위해 ‘개념’ 정리는 해둬야 한다. 글쓰기에서 자주 나오는, 대표적인 용례를 통해 그 개념이 무엇인지 알아보자.우선 ‘뿐’은 조사와 의존명사로 쓰인다. “믿을 건 너뿐이야” 할 때는 조사로 쓰인 것이다. 의미상 ‘오로지’의 뜻을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조사는 자립성이 없으므로 늘 윗말에 붙여 쓴다. 이에 비해 ‘~할/~을’ 등의 수식을 받는 형태일 때는 의존명사다. 띄어쓰기는 단어별로 하는 것이므로 이때는 반드시 띄어 쓴다. ‘소문으로 들었을 뿐이다’ 같은 게 그 예다. 문장 구성이 명백히 다르기 때문에 구별하기 쉽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띄어쓰기가 중요한 이유

    한때 수원~광명 고속도로상에 야릇한 이름의 표지판이 등장해 화젯거리가 된 적이 있었다. ‘동시흥분기점’이 그것이다. “동시흥분기점까지 6㎞ 남았다네…. 근데 이 이상한 이름은 뭐지?” 2016년 개통한 이후 운전자들에게 ‘엉뚱한 상상력’을 자극하던 이 명칭은 2017년 말께 ‘동시흥 분기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띄어쓰기로 엉뚱한 상상력 유발을 차단한 것이다.‘열쇠 받는 곳’이라 하면 금세 알아예전에 ‘키불출장소’란 말이 있었다. 지금도 가끔 쓰인다. 이 말도 사연을 알고 나면 “아하! 그렇구나” 하겠지만 모르고서는 희한한 말일 뿐이다. “키불 출장소? 그런 데도 있나?” 사람들은 낯선 말을 받아들일 때 대개 자신에게 익숙한 단어 단위로 인식한다. 동시흥분기점은 ‘동시 흥분 기점’으로, 키불출장소는 ‘키불 출장소’ 식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 언어 인식체계가 그렇게 구조화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소통’에 실패한 사례다.한편으론 우리말 육성과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시사한다. 하나는 띄어쓰기의 중요성이고, 다른 하나는 쉬운 말로 쓰기다. 우선 띄어쓰기를 하면 조금 나아진다. ‘동시흥 분기점’이라 하면 아쉬운 대로 의미 전달이 훨씬 잘 된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몸에 익어 알기 쉬운 순우리말로 풀어쓰는 것이다.분기점(分岐點)은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곳’이다. 영어 약자 ‘JC(junction)’를 다듬었다. 고속도로와 다른 고속도로를 연결해주는, 고속도로를 갈아타는 교차로를 말한다. 전에 ‘동시흥JC’라고 하던 것을 그나마 우리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