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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 생글이 통신

    "열등감 떨쳐내기 위해 이 악물고 공부했더니…"

    부모님으로부터 “너는 커서 뭐가 되려고 하니?”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고, 농구를 좋아해 선수들의 사진으로 벽을 도배하다시피 했습니다. 성적표는 점수를 올려 위조했습니다. 아버지는 성적표를 보고 실망 가득한 표정을 애써 감추셨습니다.저를 놓고 싶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나 미래에 대한 열망을 포기하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았습니다. 학교생활을 취미로 생각하고, 남들보다 이른 나이에 고깃집 불판을 닦거나 편의점에서 바코드를 찍고 싶었습니다. 돈을 벌면 부모님으로부터 자립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이런 경험들이 내 삶에 좋은 양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제 나이는 열여섯이었습니다.입학 성적 173등으로 고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공부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공부 잘하는 친구 앞에서 점차 주눅 드는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피가 끓었습니다. 열등감을 떨쳐내고 싶어 공부하기로 했습니다.희망 학교란에 서울대를, 희망 직업란에 검사를 써서 제출했습니다. 담임선생님께서 이를 보고 귀엽다는 듯 피식 웃으며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한번 더 피가 끓었습니다.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 고민하다 해외 농구 기사를 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영어가 그나마 만만했습니다. 기초가 없어도 영어 단어 암기는 의지만 있다면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영어 학원에 등록했습니다.전교 173등 주제에 서울대와 검사를 꿈꾸는 것이 부끄러웠기에 더 열심히 했습니다. 물론 죽을 맛이었지만 하다 보니 오기가 생겼습니다. 두 달 동안 4000개 정도의 단어를 외웠습니다. 화장실에 갈 때도, 산책할 때도 단어장을 들고 다녔습니다. 도무지 외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