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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국가는 가장 크면서 비도덕적인 집단"

    참혹한 첫 번째 세계대전(1914~1918)을 겪은 뒤에도 사람들은 희망을 놓지 않았다. 인류의 이성을 계몽하고 합리성을 함양하다 보면 더딜지라도 ‘이상 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라인홀드 니버(1892~1971)가 1932년 내놓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는 오랜 전통의 ‘이성중심적 낙관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한 저작이다. 그는 “개인이 도덕적·이타적이더라도, 그들이 모인 사회는 구조적으로 비도덕적·이기적으로 타락한다”고 봤다. ‘이성의 시대’가 올 것이란 ‘헛된 망상’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다. 마치 예언처럼 책 출간 이듬해 히틀러 집단이 집권하고, 최악의 두 번째 세계대전이 이어졌다. 니버는 주목받았고, 그가 태동시킨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은 추종자들에 의해 ‘소련 봉쇄정책’으로 구체화돼 냉전종식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모든 현실주의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모두 도덕적이어도 집단은 비도덕적《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는 새로운 정치와 사회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제기한다. 니버는 ‘공동체는 정의와 사랑의 장소며, 역사는 진기한 창조물로 가득하다’는 통념을 거부한다. “비도덕적인 사람이 많아 세상이 어지럽고, 이들을 교육하면 도덕적 사회가 올 것이란 생각은 환상”이라고 몰아붙였다. 개인은 교육과 훈련으로 이성과 정의감을 키울 수 있지만, 사회나 집단에는 불가능하다고 봤다. 사회는 구성원의 이기심과 집단 내 권력 간 상호작용에 의해 집단이기주의로 치닫게 마련이며, 개인의 도덕성은 사회 집단 내에서 발휘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