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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잔잔하지만 분명한 질문을 던지는 다섯 편의 소설

    노벨문학상과 부커상을 수상한 가즈오 이시구로는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가는 대표적 거장으로 꼽힌다.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해양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세계 전역의 독자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삶의 비전이 담긴 소설을 쓰는 인터내셔널한 작가’를 지향하는 이시구로의 바람대로 그의 작품은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를 주로 다룬다.이시구로는 그동안 일곱 권의 장편소설을 출간했는데, 세 번째 소설<남아 있는 나날>로 부커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이 앤서니 홉킨스와 에마 톰슨 등 톱스타를 기용해 제작한 영화가 소설을 섬세하게 표현해 화제가 된 바 있다.<녹턴>은 유일한 단편집으로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다섯 편의 소설에 싱어송라이터를 꿈꾸었던 이시구로의 음악적 취향이 잘 담겨 있다. ‘황혼’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화자는 대개 음악을 연주하는 젊은이들이다. 일과 사랑, 묘한 함수관계다섯 편에 각각 다른 사람이 등장해 각자의 이야기를 펼치지만 ‘대부’의 테마가 넘나드는가 하면 첫 번째 소설 <크루너>와 네 번째 소설 <녹턴>은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다.크루너는 ‘나직하게 노래하다, 조그맣게 속삭이다’라는 뜻의 croon에서 파생된 단어로, 1930~1940년대 유행했던 부드러운 콧소리가 가미된 크룬 창법을 구사하는 가수를 말한다.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서 연주하는 무명의 기타리스트는 어느 봄날 어머니가 좋아했던 전설적인 크루너 가수 토니 가드너를 만나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