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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끝나지 않은 상처를 치유하려는 소녀들의 용기

    “이 집에 살던 열일곱 살 난 딸이 죽었단다.”갑자기 차를 세우고 둘러봤던 폐가를 구입한 엄마가 들려준 말이다. 세간살이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으스스한 한옥, 마루 한가운데 놓여 있는 허옇게 빛이 바랜 여자 구두, 등짝이 선득해지는 장면이다. 이어서 발견한 붉은 나무 상자, 뚜껑을 여는 순간 비밀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붉은 무늬 상자》는 초강력 베스트셀러 《시간을 파는 상점》을 쓴 김선영 작가의 최신작이다. 참신한 스토리와 섬세한 문장으로 청소년소설의 품격을 높인 작가가 이번에는 스릴러와 추리 기법에 묵직한 질문을 담아 찾아왔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둑어둑한 저녁, 텅 빈 집에서 읽기 시작한다면 재미와 감동과 오싹함이 배가 될 것이다. 아토피 치료를 위해 작은 산골 중학교로 전학 온 여학생 김벼리. 어릴 때부터 아토피 피부 때문에 놀림을 많이 받았지만 부모의 따뜻한 사랑과 강한 정신력으로 잘 이겨냈다. 원주민 아이들의 텃세에다 자기들끼리 공유하는 소문에 끼어들기 힘들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한마디로 쿨한 소녀다. 오래된 다이어리에서 발견한 진실김선영 작가가 소설을 통해 하려는 얘기는 ‘진정한 용기’에 관한 것이다. 어떤 상황을 목격했으면서도 “묻지 않아 답하지 않았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 나서지 않았다”고 하면 상관없는 걸까? 스스로에게 여러 질문을 던지며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벼리는 전학 온 첫날부터 친절하게 대해준 세나가 좋지 않은 소문에 시달리는 걸 알고 거리를 둔다. 지친 세나가 행여 나쁜 선택을 할지 몰라 걱정하면서도 다른 아이들의 눈총을 받고 싶지는 않다. 개학을 하고 사흘이 지났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