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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생충·헤어질 결심…K영화는 왜 강한가?

    ▷아제아제 바라아제, 씨받이, 피에타, 밀양, 기생충, 브로커, 헤어질 결심…▷명량, 국제시장, 극한직업,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베테랑, 광해…앞엣것은 국제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한국 영화입니다. 뒤엣것은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끈 영화들이죠. 여러분은 이 중 몇 편을 보셨나요?최근 한국 영화계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고, ‘브로커’에서 열연한 배우 송강호 씨가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습니다. 작년엔 영화 ‘미나리’로 윤여정 씨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고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2019년 칸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들어올렸죠. 아이돌 그룹 BTS(방탄소년단),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다른 장르의 성공과 함께 K콘텐츠의 쾌거로 기록됐습니다.한국 영화는 양적, 질적으로 모두 성장했습니다. 젊은 작가들이 내놓는 시나리오는 탄탄해졌고, 투자는 거대해졌으며, 멀티플렉스관 등 영화 환경도 좋아졌죠. 할리우드 영화는 물론 홍콩 영화에도 뒤졌던 한국 영화의 놀라운 발전입니다. K영화와 K콘텐츠를 잠시 들여다볼까요?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 커버스토리

    BTS·기생충 이어 오징어 게임까지…'K콘텐츠 전성시대'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세계에 공급하는 넷플릭스는 지난 5년간 한국에 47억달러(약 5조6000억원) 규모의 경제적 기여를 했다고 주장합니다. 지난달 29일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넷플릭스는 5년간 7700억원을 한국에 투자했고 올해도 약 5500억원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다양한 산업에서 5조6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냈고 1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넷플릭스가 이처럼 거액을 한국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한류(K-wave)’가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큰 돈을 벌 기회를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통신사 블룸버그는 봉준호 감독, 윤여정 배우, 방탄소년단(BTS) 등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수많은 창작자와 배우들이 국제 무대에서 올린 명성에 넷플릭스가 편승하고 있다”고 지적했죠. 드라마 영화 음악 등 ‘K컬처’ 인기‘오징어 게임’이 세계적 인기를 얻게 된 것은 한국 드라마가 뛰어난 기획력과 창의성을 앞세워 꾸준히 세계시장을 공략한 덕분입니다. 그동안 ‘사랑의 불시착’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 한국 드라마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 방영되면서 한국 드라마에 대한 외국인 선호도가 높아졌고, 드라마 ‘킹덤’이나 영화 ‘승리호’ 등을 넷플릭스가 직접 투자까지 해가면서 만들어 K컬처가 더욱 상승세를 탄 것이죠.이에 앞서 영화 ‘기생충’은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을 받는 등 4개 부문을 수상했고, 올해는 영화 ‘미나리’에서 열연한 배우 윤여정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습니다. 한국 영화에 대

  • 시네마노믹스

    피 안 섞이고 가난해도 함께 살아 행복했던 가족, 가혹한 실업 태풍은 범죄와 가족 해체 부르는데…

    “가게에 진열된 물건은 아직 누구의 것도 아니잖아. 망하지 않을 만큼만 훔치면 돼.”일본 도쿄의 일용직 노동자 오사무(릴리 프랭키 분)는 아들 쇼타(죠 가이리 분)에게 좀도둑질을 가르친다. 둘은 매일 마트와 구멍가게를 돌며 ‘세트 플레이’로 음식과 생필품을 턴다. 다 쓰러져가는 낡은 판잣집에는 할머니 하츠에(기키 기린 분)와 오사무의 아내 노부요(안도 사쿠라 분), 쇼타의 누나 아키(마쓰오카 마유 분)가 기다리고 있다. 가족들은 훔쳐온 식량으로 끼니를 때우며 “샴푸는 왜 잊었냐”는 핀잔까지 건넨다.영화 ‘어느 가족’(원작명 ‘좀도둑 가족’)은 어느 도시 빈민층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진짜 피가 섞인 가족은 아니다. 제각기 사회에서 만나 우연히 ‘가족의 형태’를 갖춰 사는 공동체의 이야기다. 일본 영화계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8년 칸 영화제에서 이 작품으로 황금 종려상을 받았다. 실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사회가 등 돌리던 일본 빈곤층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칸을 휩쓴 뒤 하위 계층의 삶을 다룬 유사 영화로 재조명되기도 했다. 피도 안 섞였는데 함께 사는 이유는영화는 이들이 어떻게 가족이 됐는지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다섯 명 모두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사실만 보여 준다. 오사무는 건설 일용직으로 일해 수입이 안정적이지 않고, 노부요는 공장에서 쥐꼬리 월급을 받는다. 아키는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교과서를 보고 있어야 할 쇼타는 학교 문턱조차 밟지 못한다. 월세를 낼 형편이 안되는 이들에게 하츠에의 집과 연금

  • 커버스토리

    K컬처는 어떻게 세계 정상에 올랐나

    한국의 문화 콘텐츠(K컬처)가 세계를 누비고 있다.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를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 1위(9월 5일 기준)에 올린 뒤 2주 연속 정상을 지켰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올 2월 세계 최고 권위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K컬처가 세계 정상급 수준에 올라섰음을 보여준 것이다.핫100은 음원 스트리밍 횟수와 판매량,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해 매주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 순위를 집계하는 차트다. 앨범 전체의 순위를 매기는 ‘빌보드200’ 정상을 네 차례 차지한 방탄소년단은 노래 한 곡만을 대상으로 해 경쟁이 더 치열한 핫100에서도 1위에 올라 빌보드 양대 차트를 모두 석권하는 대기록을 썼다. K팝과 K무비뿐 아니라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등 K컬처는 최근 세계 시장을 휩쓸며 ‘한류 4.0시대’를 꽃피우고 있다. 올 상반기 아이돌그룹 슈퍼엠과 NCT 127의 온라인 유료 콘서트에는 세계 7만5000명이 동시 접속했고, 동영상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소개된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 드라마는 동남아시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크래프톤의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은 90%가 넘었다.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문화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103억3000만달러(약 12조원)로 전년보다 8.2%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과 비교했을 때 섬유(129억6000만달러)에 이어 상위 12위에 올라서는 주요 수출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이 같은 한류의 성장은 대한민국의 세계적 위상이

  • 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블룸버그는 왜 영화 기생충이 틀렸다고 했을까?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작년 5월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더니 올해 1월 골든글러브 수상에 이어 아카데미 작품상도 수상했습니다. K팝에 이어 K무비의 시대가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단한 일이죠. 하지만 이거 마냥 축하할 일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영화의 내용이 문제죠. 기생충 같은 영화가 성공을 거둘수록 한국인들의 불만과 불행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한국의 소득불평등도 미국·일본보다 낮아영화 기생충은 같은 집에서 동거하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낸 블랙 코미디입니다. 부잣집에 가난한 가족이 더부살이를 하는 거죠. 두 집안 사람들의 상호작용 갈등 같은 상황을 유머 코드에 실어 실감나고 흡인력 있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날카로운 내용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냈다고 해서 블랙 코미디입니다. 제가 걱정하는 부분은 영화를 보고 크게 공감한 관객일수록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를 격렬하게 느낄 거라는 겁니다. 우리 사회에 대한 불만도 커지겠죠.그런데 외신이 뜻밖의 기사를 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이 기생충의 내용을 다룬 겁니다. 올해 1월 기사에서 한국 사회의 소득불평등이 기생충에 그려진 것처럼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블룸버그가 제시하는 근거는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 배율, 그리고 최상위 1%의 소득비율 등을 근거로 제시했는데요. 지니계수만 볼까요? 한국의 지니계수는 0.32인데 이는 아시아에서 동티모르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지니계수는 작을수록 소득분포가 평등함을 나타냅니다.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같은 선진국들보다 한국의 지니계수가 더 낮습니다.소득수준 올라도 가난하다

  • 시네마노믹스

    기우가 기생충 '그 집' 사려면 547년 걸린다는데…끊어진 계층 사다리를 복원할 방법은 없을까

    “아주 근본적인 대책이 생겼어요. 돈을 아주 많이 버는 거예요.”기생충의 마지막 장면. 기우(최우식 분)는 돈을 많이 벌어서 박 사장(이선균 분)의 대저택을 사겠다고 다짐을 내뱉는다.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기우가 임금을 꼬박 모아 그 집을 사려면 547년이 걸린다”고 했다. 불평등에 대한 감독의 인식이 드러나는 대목이다.영화에서 주인공인 ‘백수 가족’과 부잣집인 ‘박 사장 가족’의 경제적 불평등은 계단이라는 상징으로 표현된다. 기우가 과외를 하러 박 사장 집에 갈 땐 끝없는 계단을 오르고, 홍수로 집이 잠겨 반지하 방으로 돌아갈 땐 끝없이 계단을 달려내린다.갈등의 본질은 결국 일자리어찌 보면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갈등의 이면에는 일자리 다툼이 존재한다. 현실에서도 삶은 결국 일자리 문제로 집약된다. 괜찮은 일자리를 잡아 기득권 울타리에 진입하는 순간, 계층 이동의 기회가 열린다. 반면 어떤 이유에서건 일자리를 잃어 울타리 밖으로 내쳐지는 찰나, 삶은 무너진다. 기택 가족의 반지하 인생도 사업 실패로 기택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시작된 것이다. 아들 기우를 통해 운좋게 다른 일자리 기회를 얻게 된 기택. 하지만 그 자리는 이미 또 다른 약자(운전기사와 가정부)가 차지하고 있다. 한정된 일자리를 둘러싼 ‘약자’ 간의 갈등은 다음 수순이다. ‘일자리 빼앗고, 지키기’를 둘러싼 피튀기는 싸움이 벌어진다.불평등을 설명하는 지표들불평등은 경제학자들이 오랫동안 매달려온 연구 주제다.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표도 다양하다. 지니계수는 그 가운데 경제학자들이 즐겨 쓰는 소득분배 지표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 시네마노믹스

    반지하로 내려간 '기생충' 가족…소득탄력성이 좀 더 낮았다면 어땠을까

    칸영화제, 골든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까지 휩쓴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이 개봉한 지난해 5월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드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만 가지 생각’ 가운데 경제학의 관점으로 기생충에 접근한다면 어떨까. 주인공 가족의 가난은 영화의 설정일 뿐이지만 경제학의 돋보기를 들이대면 맥락이 보인다.기우 가족은 어쩌다 가난해졌나엄마 아빠 아들 딸. 가족 넷은 이렇다 할 벌이가 없다. 반지하에 살면서 피자 상자를 접어 소일하는 게 전부다. ‘기생충’에 등장하는 주인공 가족은 ‘반지하 인생’을 산다. 평균보다는 조금 낮은 곳, 하지만 창밖으로 들어오는 빛을 보며 계단을 오르는 날을 꿈꾸는 삶이다.주인공 가족에게 계층 이동의 기회는 별안간 찾아왔다. 첫째 아들 기우(최우식 분)의 명문대생 친구 민혁(박서준 분)이 자신이 하던 고액과외를 맡아달라고 부탁하면서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인 박 사장(이선균 분)의 딸을 가르치게 된 기우는 한 계단씩 꿈에 가까워진다. 동생부터 부모님까지 차례로 박 사장 집에 취직시키며 소득을 늘린다. 그렇게 기우 가족은 박 사장 가족과 점점 비슷해지는 것 같았다. 기괴한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는….기우 가족이 처음부터 가난했던 건 아니다. 기우는 대입 4수생이지만 영어만큼은 문제없이 과외를 할 정도다. 여동생 기정(박소담 분)은 미대 진학을 꿈꾸는 재수생이다. 아마도 남매는 어릴 때부터 영어와 미술 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반지하에 살았다면 가능하지 않을 법한 일들이다. 가세가 기울기 시작한 건 아버지인 기택(송강호 분)의 대만 카스텔라

  • 생글기자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이 의미하는 것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4관왕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휩쓸며 한국 영화 최초 그리고 아카데미 92년 사상 최초의 비영어 영화의 작품상 수상이라는 타이틀을 따냈다. 수상에 대한 반응은 세계를 놀라게 할 만큼 뜨거웠고, 기생충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축배를 들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기뻐했던 이들은 바로 시상식에 참여했던 할리우드의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과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었다. 유색인종인 아시안의 아카데미 수상이 그동안 겪어왔던 차별과 아픔에 보답해주는 것 같다는 인터뷰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사회적 문제를 정확히 짚어 주었다.9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카데미 최고 영예인 최우수작품상에는 단 한 번도 아시아 영화가 상을 받은 적이 없다. 이번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조차도 아카데미 시상식을 ‘지역 축제’라고 표현할 정도로 아카데미는 유색인종에게 박한 대우를 계속해 왔다. 오스카 역사상 최종 후보에 오른 아시아 작품이나 인물은 전체 작품 대비 3%조차 되지 않으며, 실제 수상까지 이루어진 경우는 전체 부분을 통틀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최근 유색인종의 차별에 대한 비판이 많아지자 흑인이나 라틴계 영화를 후보에 올리는 등의 시도를 하였으나, 아시아계 영화나 배우가 후보에 오르거나 수상을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백인 우월주의가 만연해 있던 아카데미 시상식에 기생충이 ‘아시안’으로서 당당히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지난 시간 동안 걸어왔던 아카데미의 행보는 단언컨대 ‘인종 차별’이라고 말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