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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美 대공황 키운 것은 글로벌 리더십 실종 때문

    ‘로마제국이 멸망한 원인은?’과 같은 질문에 답하기 힘든 것은 아마도 인류사를 뒤흔든 대사건의 원인을 한두 가지로 꼽는 것만큼 부질없는 일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1929년 세계 경제대공황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도 학자들의 설명이 엇갈린다.경기불황이 그처럼 광범위하고 장기적이었던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학자들은 실물 요인 때문인지 아니면 화폐 요인 때문인지를 놓고 대립했다. 기원이 미국에 있는지 유럽에 있는지를 놓고도 논박을 거듭했다. 1920년대 기술 발전에 따른 대량생산 체제 도입과 대규모 실업 간 상관관계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글로벌 경제가 동시에 대혼돈에 빠지게 된 치명적 약점이 국제자본주의 시스템의 본질에 있는지, 단순히 운영상 실수였는지를 놓고도 의견이 갈렸다.대공황의 원인을 짚은 경제학자들의 면면만 봐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급 거장들의 집합소라 할 만하다. 미국 금융정책 원인설(밀턴 프리드먼), 금본위제 오용설(라이어널 로빈스), 디플레이션 실책설(존 메이너드 케인스), 장기 정체설(앨빈 한센), 구조적 불균형설(잉바르 스베닐손) 등 ‘한가락’ 한다는 경제학자들은 한마디씩 경제대공황의 원인에 대한 설명을 내놓은 것이다.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설명은 찰스 P 킨들버거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주장이다. 킨들버거 교수는 경제대공황 발생 당시 글로벌 지도력 부재를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1929년 불황이 그처럼 광범위하고 심각하며 장기적이었던 이유로 국제경제 시스템이 불안정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불안정의 배경에는 글로벌 정치 리더십의 상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국제경제 시스템을 안정시킬 책무와 관련해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