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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예/아니오' 말고 '예/아니요'로 답하세요

    기업인들이 국회에 불려가 진땀을 빼는 것은 미국도 비슷한 모양이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국 거대 정보기술(IT)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얼마 전 미 의회 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렀다. SNS에서의 가짜뉴스 확산에 대해 집중추궁을 받으면서였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이 CEO들에게 “예, 아니오로 대답하라”며 일방적으로 호통을 쳤다는 것이다. ‘예’ 상대어는 ‘아니오’가 아니라 ‘아니요’일상에서도 퀴즈풀이 등 ‘예/아니오’ 답변을 요구받는 경우는 흔하다. 그런데 이런 데 쓰이는 ‘예/아니오’는 실은 틀린 말이다. ‘예/아니요’라고 해야 바르다. “다음 물음에 ‘예/아니요’로 답하시오”와 같이 ‘예’에 상대되는 말은 ‘아니요’를 쓴다. 이때의 ‘예/아니요’는 각각 감탄사로 독립적인 단어다.우리말에서 ‘아니오’와 ‘아니요’는 서로 다른 말이다. 지난 호에서 살핀 ‘책요?/책이요?’의 관계와도 연관성이 있어 많이 헷갈리는 사례 중 하나다. ‘아니오’와 ‘아니요’는 어떤 상황에서 쓰일까? 다음과 같은 대화를 그려보자.“이게 당신 책이오?” “아니오.”(또는 “그건 내 책이 아니오.”) 이때의 ‘책이오/아니오’가 종결어미로 쓰인 ‘-오’다. 경어법으로는 ‘하오체(體)’다. 즉 ‘아니오’는 형용사 ‘아니다’의 활용형으로써, 어간 ‘아니-’에 하오할 자리에 쓰이는 종결어미 ‘-오’가 결합한 형태다. 하오체는 상대가 친구이거나 아랫사람일 때 격식을 갖춰 대접해 말하는 표현이다. 게다가 화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양해는 '드리는' 게 아니라 '구하는' 거죠

    지난 몇 회에 걸쳐 언어에 내재한 논리적 구조에 대해 살폈다. 우리는 말을 할 때 왕왕 언어의 논리성을 무시한다. 이것은 지력의 문제로 연결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논리적으로 말하고 쓸 때 합리적·과학적 사고 능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합리적이며 과학적인 사람이 말을 비논리적으로 할 까닭이 없는 이치와 같다.“양해 말씀 드립니다”는 의미상 성립 못 해“재판 결과 혹은 법관의 인사 문제는 삼권분립을 훼손할 소지가 있어 청원 답변에 한계가 있다는 점 거듭 양해 말씀 드리면서 답변 마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에 답변하는 원고(청원답변 79호)가 올라왔다. 여기에도 이치에 맞지 않는, 어색한 곳이 하나 있다. ‘양해 말씀 드리면서’ 부분이 그것이다.‘양해’는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누군가 이 말을 썼다면 말하는 이가 어떤 문제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한 말이 된다. 예문은 정부가 국민에게 말하는 상황이다. 국민이 양해할 일을 정부가 한 꼴이니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말씀’은 남의 말을 높여 이를 때도, 자기의 말을 낮춰 이를 때도 쓴다. 양쪽으로 다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에서는 ‘남의 말’을 높인 주체존대 문장이다. “제 말씀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에서는 ‘자신의 말’을 낮춘 상대존대에 쓰였다. “철수야, 선생님한테 꼭 말씀드려라”에서는 화자가 아니라 철수를 낮춘, 객체존대형이다.그러면 ‘드리다’의 경어법상 정체는 뭘까? “철수가 동생 영희한테 저녁을 차려주었다”란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커피 나오셨습니다"는 사물을 높인 잘못된 말

    우리말에서 ‘되다’의 유용성은 매우 크다. 활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남용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호에서 살핀 “좋은 하루 되세요”가 그런 사례다. 동사 ‘되다’의 쓰임새는 역사적으로 확장돼 왔다. 1957년 완간된 한글학회 <조선말 큰사전> 당시만 해도 ‘되다’ 풀이에 ‘물건이 다 만들어지다’ 등 세 가지밖에 없었다. 1990년대 나온 국어사전들에서는 열 가지가 넘는 풀이로 넓어졌다.‘-시’는 주어를 높이는 말…사물에는 안 써“5000원 되겠습니다” “다음 역은 서울역이 되겠습니다” 같은 표현은 괜찮을까? 어법에 틀리지 않는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되다’ 항목에 이들을 용례로 올리고 있다. ‘되다’는 어원적으로 ‘다(如)’에서 온 말이다(김민수 편, 우리말 어원사전). 쓰임새가 많이 확장됐다 해도 그 본질은 벗어나지 않는다.하지만 “5000원 되시겠습니다” “다음은 서울역이 되시겠습니다”라는 말은 곤란하다. 이런 용법은 우리말 경어 체계를 흔들어 놓는다. 사물존대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어법은 크게 나눠 주체존대, 객체존대, 상대존대 방식이 있다. “커피 나오셨습니다”를 통해 이를 살펴보자.‘나오셨습니다’의 ‘-시’는 주체를 존대하는 데 쓰는 어미다. ‘선생님께서 오시었다’처럼 서술어미 앞에 온다고 해서 선어말어미라고 한다. 문장의 주체가 말하는 이보다 높을 때 이 ‘-시’를 사용한다. ‘커피(가) 나오셨습니다’이니 ‘커피’를 높인 셈이다. 사물을 존대할 수는 없으니 이 표현이 어법에 맞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