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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숫자로 읽는 세상

    "안드로이드만 써라" 삼성·LG 압박한 구글에 2074억 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4일 삼성전자 등 스마트기기 제조업체에 자사 운영체제(OS)를 쓰라고 강요한 구글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2074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가 불공정행위 혐의로 해외 기업에 부과한 과징금 가운데 세 번째로 큰 규모다.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2011년부터 스마트기기 제조업체와 파편화금지계약(AFA)을 맺고 각 업체가 출시하는 모든 기기에 안드로이드OS를 변형해 개발한 ‘포크OS’를 장착하는 것을 금지했다. 업체들이 직접 포크OS를 개발하는 것도 막았다. 구글은 대신 AFA를 체결하는 업체에 플레이스토어(앱마켓) 라이선스와 안드로이드OS 사전 접근권한을 줬다.공정위는 제조업체들이 자사가 개발하는 스마트기기에 플레이스토어를 설치하기 위해 구글과 부당하게 AFA를 체결할 수밖에 없었고, 이 결과 경쟁 OS의 시장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판단했다. 스마트기기 제조업체들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서비스와 선택을 제공하기 위해 구글의 안드로이드 말고도 여러 포크OS를 쓰려 했지만, 구글이 이를 방해해 결과적으로 자유로운 OS 개발과 시장경쟁이 제한됐다는 것이다. 구글의 모바일 OS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0년 38.0%에서 2019년 97.7%까지 높아졌다.공정위는 구글에 스마트폰, 스마트TV, 스마트워치 등 모든 스마트기기에서 포크OS 사용을 제한하지 않도록 기존 AFA를 수정하라고 명령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시장을 선점한 플랫폼사업자가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행하는 반(反)경쟁적 행위에는 국내외 기업을 차별하지 않고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겠다”고 말했다.최근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국내 대형 플랫폼 기업을 겨누던 공정위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갑질문화?… 행태는 문화가 아니죠

    '갑질문화'도 신중하게 써야 할 말이다. '갑질'이란 단어는 아직 사전에 오르지 않았다. '갑'은 차례나 등급을 매길 때 첫째를 이르는 말이다. 여기에 접미사 '-질'을 붙여 '갑질'이란 말을 만들었다.문화가 넘치는 시대다. 웬만한 말에 갖다 붙이면 다 ‘OO문화’가 된다. 문화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고도로 추상화된 단어다. 개념적으로도 좁은 의미에서 넓은 의미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쓰인다. 그러다 보니 우리 주변에서 문화가 아닌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그렇다고 아무데나 써도 되는 말일까? 요즘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는 ‘갑질문화’도 그런 점에서 들여다볼 만하다. 찬찬히 보면 좀 생뚱맞다는 생각이 든다.강간문화, 조폭문화 등 아무데나 갖다 붙여‘미투 운동’이 한창 보도될 때 일각에서 ‘강간문화’가 튀어나왔다. 영어로는 rape culture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 말이 낯설지만 영어권에서는 꽤 알려져 있는 용어다. 1970년대 미국에서 페미니스트들이 쓰기 시작해 단행본과 영화로도 많이 소개됐다. ‘강간문화’란 말은 인류역사와 강간의 사회적 환경을 조명한 학술적 개념에서 비롯됐다. 이 말을 쓰려면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일상의 언어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갑질문화’도 신중하게 써야 할 말이다. ‘갑질’이란 단어는 아직 사전에 오르지 않았다. ‘갑’은 차례나 등급을 매길 때 첫째를 이르는 말이다. 여기에 접미사 ‘-질’을 붙여 ‘갑질’이란 말을 만들었다. ‘-질’은 노름질, 서방질, 싸움질 같은 데서 보듯 주로 좋지 않은

  • 생글기자

    기업은 이윤추구와 함께 윤리적 경영도 노력해야

    매년 잊을 만하면 나오는 기사가 있다. 바로 재벌들의 갑질이다. 백화점에서 무릎을 꿇리기도 하고, 비행기를 돌려 회항을 하기도 했었다. 이번엔 회의 중 화가 난다는 이유로 광고회사 직원에게 물을 끼얹었다는 항공사 임원의 이야기이다.갑질이란,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의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말한다. 이 뉴스는 뉴욕타임스에도 등장했다. 신문은 ‘Gapjil’ 한국은 봉건시대의 영주처럼 임원들이나 부하직원을 다룬다고 정의했다.대한민국에서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은 아직도 신분제 사회에 산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다른 사람의 인격까지 무시하면 안 된다. 물려받은 ‘부(富)’는 있지만 그에 맞는 교육을 받지 못한 것 같다. 의식수준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교육이다. 학교교육, 가정교육을 통해 인성교육을 제대로 받아야 한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인성교육이 소홀하게 되지만 기본예절이 안 되어 있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기업에서는 경영능력도 중요하지만 도덕적 의무도 검증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합리적 소비도 중요하지만 기업이 윤리적으로 경영되게 하기 위해 윤리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는 윤리적 소비도 필요하다.높은 지위나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일수록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수행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경주 최부자집의 행동지침 중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고 찾아오는 나그네에게 후하게 대접하라는 지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몇몇 불미스러운 사례를 기업 전체로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도 많다.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