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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교양 기타

    632년의 시간과 144년의 기도, 성당이 품은 위대한 인내

    “수없이 시작했고, 또 수없이 포기했다. 써놓은 원고를 수없이 바람에 날려 보냈다.”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 서문에서 책을 쓰기 시작해서, 원고가 진척되고, 완성되기까지 20년간 겪은 어려움을 솔직하게 토로했다.위대한 작품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구상에서 탈고까지 60년이 걸렸다. 베토벤은 악상을 떠올린 후 16년간 수없이 고쳐 쓴 뒤에야 ‘합창교향곡’을 세상에 내놨다.위대한 책과 예술품에는 한 사람의 땀과 열정 그리고 혼이 투사된다. 그래도 개인 작품은 작가가 죽기 전에 결실을 볼 수 있기에 사정이 낫다. 대규모 건축물은 주춧돌을 놓고 완공되기까지 한 사람의 생애를 훌쩍 뛰어넘고는 한다. 1248년 착공한 독일 쾰른대성당은 1880년 마무리될 때까지 632년이 걸렸다. 424년에 걸쳐 지어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성당은 여전히 오른쪽 종탑이 없는 미완성 상태다.바티칸 성베드로성당(144년), 파리 노트르담성당(185년), 피사의 사탑(199년), 모스크바 크렘린(364년),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500년) 그리고 건설의 시작과 끝을 확정하기 어려운 중국의 만리장성처럼 대를 이어가며 지은 랜드마크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살아있는 동안 완성을 보지 못하고, 언제 끝날지도 모를 일에 말없이 돌을 쌓아 올린 이들의 마음가짐은 어땠을까.144년째 건설 중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사그라다파밀리아성당의 완공이 가시권에 들었다. 최근 성당 설계자인 안토니 가우디 100주기를 맞아 성당에선 ‘예수 그리스도의 탑’ 준공식이 열렸다. 172.5m 높이의 이 탑은 성당 첨탑 18기 중 가장 높고 중요한 상징물이다. 교황 레오 14세가 직접 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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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 이주를 향한 머스크의 베팅, 시장은 왜 열광하는가

    화성은 붉게 빛난다. 산화철(Fe2O3)과 수산화철(FeO(OH)), 즉 붉게 녹이 슨 쇠 성분이 화성 토양에 많이 함유된 까닭이다. 대다수 푸른 별과 대비되는 화성의 모습에서 로마인들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전쟁의 참화를 떠올렸다. 전쟁의 신 마르스(Mars)의 이름이 붉은 행성을 지칭하게 된 이유다.군신(軍神)의 이미지 탓인지 상상의 세계에서 화성은 지구를 침공하는 주체였다. 1898년 영국 작가 허버트 웰스는 소설 <우주 전쟁>에서 화성인을 지구를 침공해 인간의 피를 빨아먹는 연체동물 형상으로 묘사했다. 팀 버튼 감독의 영화 ‘화성 침공’에선 지구에 쳐들어온 화성인이 재미 삼아 사람을 학살하는 것으로 그려졌다.1976년 미국 행성 탐사선 바이킹1호가 화성에 착륙해 행성의 ‘민낯’을 전송했다. 화성의 이미지도 점차 ‘개척 대상’으로 바뀌었다.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라는 매력도 부각됐다. 화성의 평균온도는 영하 53도지만 최고기온은 영상 20도까지 오른다. 계절이 존재하고 자전주기(24시간39분)도 지구와 비슷하다.여전히 화성은 머나먼 존재다. 2억2500만㎞나 떨어진 공간으로 인간은 거주하기는커녕 가보지도 못했다. 화성을 인류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는 ‘테라포밍(terraforming)’은 차원이 다른 작업이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38%, 대기압은 지구의 1% 수준이고 대기의 95%를 이산화탄소가 차지한다. 지구에서 35억 년이나 걸린, 대기와 물을 조성하고 온도를 높이는 작업을 단기간에 하는 것은 아직은 꿈에 가까운 일이다.인류의 화성 이주 구상을 밝힌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지난 6월 12일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20%

  • 시사·교양 기타

    정년 연장이라는 고차 방정식: 청년 고용과 노인 빈곤 사이

    1936년 4월 일본 재벌 미쓰이의 지주회사 격인 미쓰이합명회사 상무이던 이케다 시게아키가 정년제를 도입했다. 최고경영진은 65세, 임원진은 60세, 일반 직원은 55세로 정년이 정해졌다.미쓰이은행, 미쓰이물산, 미쓰이광산 등 6개 그룹사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됐다. 같은 해 군사쿠데타(2·26 사건)가 발생한 배경에 ‘빈부 격차’가 있다고 본 일본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고 세금을 감면하고 금리를 낮추며 민심을 다독이던 상황에 발맞춘 조치였다.일반 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정년제를 적용하는 것은 동아시아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정년이 ‘직업 안정성’의 상징으로 여겨진 까닭에 연장 움직임도 뚜렷하다.일본은 법적 정년이 60세지만 2021년부터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했다. 중국은 남성 60세, 여성 50세인 정년을 2040년까지 남성 63세, 여성 55세로 단계적으로 늘리고 있다. 싱가포르도 63세인 정년을 2030년까지 65세로 연장하기로 했다.미국과 유럽에선 법적으로 정년 개념이 없다.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강제 해고’로 정년을 보기 때문이다. 미국은 1986년 연령차별금지법을 개정하면서 기업 내 정년이 불법이 됐다. 2006년 65세 ‘기본 정년연령’ 규정을 마련한 영국은 불과 5년 만에 정년제를 폐지했다. 유럽 국가에선 통상 65세 언저리인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동아시아의 ‘정년’과 비슷한 ‘은퇴’ 시점으로 삼는다.한국은 일본 제도를 참조해 1963년 공무원 정년제도를 도입했다. 1991년 고령자고용촉진법을 제정하면서 민간 기업 권고사항으로 60세 정년을 제시했다. 2013년 법 개정과 함께 정년 60세가 의무 조항이 됐다.노동계가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입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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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학과의 진화, 자유학문에서 융합·첨단으로의 긴 여정

    12세기 유럽 대학에선 ‘7개 자유 과목(septem artes liberales)’을 중심으로 학생을 가르쳤다. 문법과 수사학, 논리학의 ‘문과 3개 과목(Trivium)’과 산술학, 기하학, 음악, 천문학의 ‘이과 4개 과목(Quadrivium)’과 같은 기초학문이 교육의 중심이었다.대학 전공에는 ‘시대 정신’이 반영된다. 근대 대학 모델로 꼽히는 독일 베를린대(1810년 개교)는 외부 간섭 없이 순수하게 학문을 탐구하는 데 중점을 뒀다.교육의 핵심은 교수 주도 세미나와 연구실이었다. 학과는 철학과 법학, 의학을 중심으로 갖췄다. 순수 학문 중심으로 학교가 꾸려진 데는 광산과 건축, 군사와 같은 전문 직업학교 체제를 갖춰가던 나폴레옹 치하 프랑스를 향한 반감이 한몫했다.독일 대학 모델은 미국과 일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1875년 설립된 존스홉킨스대는 실험과 세미나를 중시하는 독일 대학의 수업 방법을 도입했다. 이는 곧 미국 전역으로 번졌다. ‘자유의 바람이 분다(Die Luft der Freiheit weht)’라는 독일어 모토가 적힌 스탠퍼드대 엠블럼은 이런 시대의 유산이다.1897년 설립된 교토제국대를 중심으로 독일 교육을 접목한 일본 주요 대학에선 요즘도 세미나의 독일어 발음(제미나)에서 유래한 ‘제미(ゼミ)’가 수업의 중심이다.일본과 미국을 통해 대학 제도를 도입한 한국에선 경제학과, 생물학과와 같은 순수학문 위주의 학과 체제가 오랫동안 유지됐다. 하지만 시대 변화로 실용적인 학과가 꾸준히 늘었다. 학과 명칭이 바뀌는 일도 흔해졌다. ‘글로벌’ ‘융합’ ‘첨단’과 같은 수식어 때문에 학과 정체성을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서울대가 노어노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