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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과 놀자

    상처 회복 더디다?…붉은 머리 유전자의 비밀

    한 유전자가 딱 한 가지 특징만을 결정한다고 믿는다면 크나큰 오해다. 생명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유전자는 전구 하나를 껐다 켰다 하는 스위치가 아니라, 여러 전구가 연결된 복잡한 회로 시스템에 가깝다. 한 유전자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형질을 결정하거나 한 형질이 여러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 예로 동아시아인에게서 자주 관찰되는 EDAR 유전자 변이는 머리카락을 더 굵게 하고, 앞니를 삽 모양으로 만들며 땀샘 밀도를 높인다. 머리카락, 치아, 땀샘은 전혀 다른 기관이지만 발생 과정에서 같은 유전자 신호 경로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최근 영국 에든버러대 염증연구센터는 이와 같은 유전자를 또 하나 발견했다. 모발 색상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진 MC1R이다. 지금까지 MC1R은 ‘붉은 머리 유전자’로 불려왔다. 이 유전자에 특정 변이가 생기면 붉은 머리카락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든버러대 연구팀이 실험한 결과, MC1R이 상처 치유 과정에도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연구팀은 먼저 사람의 피부 샘플을 분석했다. 발에 나타나는 당뇨병성 궤양, 혈액순환 문제로 발생하는 다리 궤양, 흔히 욕창으로 알려진 압박성 궤양 등 오래된 상처 조직에서 피부 샘플을 채취한 뒤, 이 세포들에서 MC1R 유전자 신호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오래된 상처 조직은 건강한 피부에 비해 MC1R 유전자 신호가 약화돼 있었다. MC1R 유전자와 상처 치유 속도에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는 결과였다.연관성을 좀 더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동물실험도 진행했다. 연구팀은 MC1R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