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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 기타

    그들은 식민지에 공짜로 '독립'을 주지 않았다

    멀리서 봐야 예쁘다. 대충 봐야 사랑스럽다. 세상도 그렇다. 박정희 대통령이 지방 출장을 갔을 때다. 동행한 장관이 멀리 보이는 언덕 위 초가를 보며 말했다. “정말 목가적인 풍경입니다요.” 박정희가 시니컬하게 대꾸했다. “살아봤습니까?” 여름이면 벌레가 들끓고 겨울에는 냉풍이 문풍지의 존재를 무색하게 만드는 삶에 박정희는 진저리를 쳤던 사람이다.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놀러 갔을 때다. 가보고서야 왜 그들이 해상 제국에 만족하지 않고 육상 영토를 개척하다 오스만제국을 맞아 붕괴했는지 알 수 있었다. 다녀온 이들은 다 안다. 관광으로 며칠 지내다 오면 모를까 거기가 사람 살 곳인가. 현관문을 열면 바로 물비린내가 진동하는 운하에다 옆집에 놀러 가려고 해도 배를 타야 한다. 당시 베네치아 귀족들은 주말에 정원이 딸린 별장에서 우아하게 지내는 것이 로망이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욕심을 부렸고 화를 불렀을 것이다. 현재 베네치아를 찾는 한 해 평균 관광객은 2000여만 명이다. 베네치아 인구가 6만 정도니까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 300명 중 한 사람만 현지인이다. 다들 거기서 살기 싫은 것이다.멀리서 봐야 멋지다. 대충 봐야 아름답다. 사람도 그렇다. 얼마 전 미국에서 벌어진 흑인 혐오 총격 사건으로 세 명이 사망했을 때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아이 해브 어 드림(I have a dream)” 연설이 다시 불려 나왔다. 백인을 타도하는 것도 아니고 노예의 한을 푸는 것도 아닌, 주인의 아들과 노예의 아들이 형제애를 품고 식탁에 둘러앉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연설이다. 할아버지의 꿈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킹의 귀여운 손녀까지 말을 보탤 때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판매정책' 아니고 '판매전략'이에요

    ‘슈퍼주총 시즌’이 끝났다. 12월 결산 국내 상장법인의 정기 주주총회 일정이 3월 하순께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즈음에 늘 따라다니는 말 중 하나가 ‘주주환원정책’ 또는 ‘주주친화정책’이다. 이와 함께 빠지지 않는 말 중 ‘배당정책’도 있다. 이는 기업 이익을 주주들에게 언제, 어떤 형태로, 얼마나 분배하느냐에 대해 기업이 세운 방침을 말한다. 요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부각되니 ‘기업의 ESG 투자정책’이란 표현도 자주 눈에 띈다. ‘정책’은 정부·정치권에서 쓰는 말주주친화정책, 배당정책, 투자정책… 민간기업에서 사용하는 이런 말을 의심 없이 써도 되는 것일까? 다음 문구를 보면 이들 ‘정책’이 왜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있다. “사회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고용정책 운영.” 얼핏 보면 마치 정부의 ‘고용정책’ 가운데 하나를 소개하는 대목 같다. 사실 어느 기업의 ESG 경영 실천 전략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다. 그러니 상황에 맞지 않고 어색한 느낌을 준다. “국내에서 고가정책으로 ‘배짱 영업’ 하던 해외 명품 브랜드.” 이때 쓰인 ‘고가정책’은 어색함의 정도가 더하다.이에 비해 다음 문장에 쓰인 정책은 자연스럽다. “정책서민금융 상품 중 하나인 소액생계비대출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정부의 ‘외국인 투자정책’이나 ‘금리정책’도 눈에 익숙한 표현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정책이란 말의 정체를 알면 이해가 된다.‘정책(政策)’은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꾀하는 방책”을 말한다(<

  • 스도쿠 여행

    스도쿠 여행 (843)

  • 생글기자

    공동주택 공용공간의 사유화, 개선 시급하다

    아파트 공용공간인 복도 끝부분을 사유화하기 위해 복도 중간에 대문을 설치하는 사람이 많다. 인터넷에서 이런 사진이나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불법행위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아파트 관리업체는 입주민들에게 관리비를 받는 입장이다 보니 주민들이 아파트 공용공간을 사유화하는 행위에 눈을 감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명백히 건축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지방자치단체조차 현황을 파악하려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단속도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이 무단으로 설치한 복도 대문으로 인해 아파트 내 화재의 초기 진압이 어렵고 타인의 생명과 재산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면 이는 과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자기 공간을 넓게 사용하고 싶거나 독립적 사생활을 보호받고 싶다는 등의 이유로 공용공간을 사유화하는 행위는 다른 사람의 피해를 외면하는 이기주의적 발상이다. 개인 편의를 위해 아파트 공용공간인 복도를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은 아파트 입주민 모두에게 돌아갈 이익을 도둑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모두가 아파트 공용공간에 자기 지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유화한다면 공동주택의 의미와 관리가 유명무실해지지 않을까.공용공간인 아파트 복도, 주차장, 옥상 등을 마음대로 사용한다면 극심한 혼란과 불만이 초래될 것이다. 이제라도 지자체는 아파트 공용부분의 사유화에 대한 현황 조사를 통해 원상회복 명령, 과징금 부과 등 강력한 단속을 실시해야 한다.윤상규 생글기자(대일고 1학년)

  • 테샛 공부합시다

    '직접금융과 간접금융' '인플레이션 비용' 어려워

    테샛관리위원회는 3월 16일에 시행한 테샛 86회 성적 평가 회의를 열고 부문별 성적 우수자를 확정해 테샛 홈페이지에 발표했다. 통화정책 문항 까다로워86회 시험은 2월 시험보다 영역별 평균 점수가 낮아 전반적 난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경제이론에서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항의 정답률이 40%대로 낮았다. 보기 ②번 “인플레이션을 예상할 수 있다면 사회적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가 정답이다. 인플레이션을 예상할 수 있더라도 명목이자율과 명목임금은 상승한다. 이에 따라 경제주체의 의사결정과 관련된 유인 구조를 왜곡할 수 있으므로 경제의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 세율이 명목소득에 따라 정해져 있으므로 인플레이션에 의한 명목임금 상승은 자원배분을 왜곡한다.(①번)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 이는 화폐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③번) 장기적으로 화폐시장은 실물 부문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이를 가리켜 화폐의 중립성이 성립한다고 한다.(④번)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시장이나 산업에 따라 가격 조정 속도와 빈도가 상이하기 때문에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상대가격의 변동이 발생해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발생한다.(⑤번)경제 시사는 예멘 후티 반군이 공습에 나서 물류 대란이 벌어진 ‘홍해’, 기업이 자금조달을 할 때 금융기관을 개입시키지 않고 주식이나 회사채를 발행함으로써 투자자로부터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직접금융’과 금융기관을 통해 일반으로부터 흡수된 예금을 빌려 오는 ‘간접금융’을 구분하는 문항의 정답률이 낮았다.상황

  • 교양 기타

    명작의 바탕은 苦心이 아니라 無心 [고두현의 아침 시편]

    날이 개다(新晴)이숭인새로 갠 날씨 좋아 초가 정자에 들르니살구꽃 새로 영글고 버들가지 푸르네시가 이뤄지는 건 무심한 곳에 있는데애써 먼지 낀 책에서 영감을 구걸했네.* 이숭인(李崇仁, 1349~1392): 고려 말 문사이숭인의 칠언절구인데, 맑게 갠 봄날 풍광으로 시의 원리를 일깨워주는 시입니다. 여기저기 덧칠하고 꾸며낸 언사가 아니라 비 온 뒤 벙그는 꽃망울과 버들가지 빛깔처럼 맑고 선명한 것이 좋은 시라는 얘기죠.‘뛰어난 시의 바탕은 고심(苦心)이 아니라 무심(無心)’이라는 이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어릴 때부터 글솜씨가 특출하던 그는 일찌감치 이를 체득한 모양입니다. 그 덕분에 16세에 급제해 21세에 태학(太學) 교수가 되고 이후에도 승진을 거듭했지요. 23세 때에는 명나라 과거에 응시할 고려 문사(文士)를 뽑는 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했으나 너무 어리다(25세에 미달) 해서 떠나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살아 있는 무심필법(無心筆法)얼마나 뛰어났으면 이색(李穡)이 “이 사람의 문장은 중국에서 구할지라도 많이 얻지 못할 것”이라고 극찬할 정도였지요. 실제로 명나라 태조가 그의 표문(表文)을 보고 “표의 문사가 참으로 놀랍다”고 했고, 중국 사대부들도 탄복했답니다.명 태조가 그를 한번 보고 싶다고 해서 1386년(우왕 12년) 정조사(正朝使)로 방문했는데, 최고의 환대와 파격적인 예우를 받았습니다. 황제는 고관들과 펼친 경연에서 그의 재질이 단연 돋보이자 관 위에다 백옥을 얹어 문창성(文昌星)을 표시하고 관복 한 벌, 벼루 한 개를 따로 선물했지요. 그 벼루는 지금도 후손인 성주 이씨 종가에 보관돼 있습니다.그러나 격랑의 시절 탓에 그는

  • 생글기자

    교복 착용 학교 규칙, 변화할 때 됐다

    학교에도 국가의 법률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학교 규칙이다. 학교 규칙은 교육청의 학교생활규정 표준안을 바탕으로 각 학교의 학생, 학부모, 교원 대표가 참여해 만든다. 이를 기준으로 등교 시간 조정부터 교복 착용 여부까지 여러 사항이 결정된다.학교 규칙도 법률처럼 시대에 맞춰 변화한다. 야간자율학습을 강제 사항으로 정했던 학교 규칙이 선택사항으로 바뀐 게 대표적 예다. 지금 또 다른 학교 규칙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바로 교복 착용에 대한 규칙이다.대부분의 학교 규칙은 등교 때 학생들이 교복을 단정하게 착용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런데 현실에선 교복 대신 체육복이나 사복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을 흔히 볼 수 있다. 특정 학교만 그런 게 아니다. 전국적으로 교복보다 사복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추세다.사람의 행동 양식은 그 사회의 문화와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학생들이 교복 대신 일상복을 착용하려는 것도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모습을 반영한다. 일반 직장도 정장 차림이 아닌 자율 복장으로 바뀌듯, 학생들의 사복 착용은 어찌 보면 당연한 사회현상이다.교복제를 폐지하고 사복 착용으로 규정을 바꾼 것은 1983년이 마지막이다. 사복 착용률이 점점 높아져가고 있는 지금, 학교 규칙을 새롭게 바꿀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교복제를 폐지하고 사복 착용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학교 규칙은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 변화하는 시대 상황에 발맞춘 학교 규칙만이 실효성 있는 진정한 규칙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김민정 생글기자(마석고 3학년)

  • 생글기자

    혼란스러운 성인 기준, 일관성 있게 정비해야

    세계 어느 나라나 국민 기본권 행사와 관련한 연령 기준을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관련 제도는 혼란스럽다는 느낌을 준다. 예를 들어, 선거 투표권은 만 18세부터 주어지고, 부모 동의 없이 결혼이 가능한 나이는 만 19세 이상이다. 또 만 20세 이상 되어야 주류 구매 및 유흥 주점 내 음주가 가능하다.자신의 행위에 충분히 책임질 수 있는 나이, 즉 성인으로 인정하는 나이에 관한 판단 기준을 세워둔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사안별로 다른 연령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소년이 각각의 사안에서 달리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기준이 들쭉날쭉한지 참 많이 헷갈린다. 마침 국회의원 총선거가 다가오면서 투표권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돼 주목을 끈다.이런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연령제한 제도를 일관된 기준으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성인으로 인정하는 나이를 만 18세로 통일하고, 결혼·음주 등의 기준 연령도 만 18세부터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게 단순하게 정비해야 일목요연하게 연령 기준을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청소년이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참여하고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도 중요하다. 민주주의 교육이 책에만 있는 건 아닐 터다. 이런 참여 속에서 성숙한 민주시민 의식을 갖춘 국민이 늘어날 수 있다. 투표권 연령을 낮춘 것처럼 청소년이 사회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기회를 늘리는 방안을 더 찾아야 한다. 그러면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인적자본이 형성되고 이에 비례해 대한민국의 미래도 더욱 밝아질 것이다.김정수 생글기자(예산예화여고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