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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202호 2009년 7월 6일

생각하기

[생각하기](다산칼럼) 사교육은 평준화정책이 키웠다

김 영 봉

< 중앙대 교수·경제학 >


한국경제신문 6월29일자 A38면

정부가 시장을 좌지우지하면 100% 암시장이 발생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옛 소련 공산주의 계획경제에도 거대한 암시장이 존재해 부족한 소비재와 사치품이 거래됐다.

그러나 암시장의 가장 큰 고객은 놀랍게도 중앙계획의 지령(指令)을 받는 국영 생산기업들이었다고 한다.

예컨대 국영기업 A가 기업 B로부터 공급받기로 지령된 부품을 제대로 인도받지 못한다.

이때 유능한 A기업 책임자는 암시장에라도 가서 필요한 부품을 조달해 생산 목표부터 달성할 것이다.

이런 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A기업은 자사의 가장 좋은 제품을 암시장에 내다팔고 나머지로 생산 목표를 채울 것이다.

결국 암시장에는 양질 제품이 넘치고 국가계획 부문에는 조악품만 남게 된다.

또한 암시장이 없다면 계획생산체제 가동도 불가능해진다.

한국의 교육시장이 바로 이 사회주의 골동품과 같다.

대학들은 좋은 학생을 뽑으려 하고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 하지만 공교육은 갖은 규제를 동원해 학교와 학생의 차별화를 금한다.

수요자는 '내 기회를 증가시킬 교육'을 원하는데 공교육은 '평준화 교육'만 공급하므로 국민은 이를 다른 시장에서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작년 초 · 중 · 고교생 학부모가 20조9000억원을 지출한 사교육 시장이 생겨났다.

결국 학생들에게는 사교육 시장에서 받는 교육이 '양질의 교육'이 되는 셈이다.

이 사교육 시장이 평준화 일변도의 우리 교육에 그나마 경쟁과 수월성을 수혈하는 것이다.

집권 2기를 맞아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목표가 '사교육 소탕'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자율과 경쟁을 확대해 인재(人材) 대국을 만들겠다"던 정권의 원대했던 구상이 '사교육을 잡는 서민대책'으로 꼬리를 내린 것이다.

사교육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외고 입학 규제,대학 입학 규제,학원 단속 같은 공무원 동원과 규제 강화로는 사교육을 잡을 수 없다.

공교육이 국민의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의 사교육 문제는 과거의 평준화 공교육이 초래한 것이다.

오늘날 한국처럼 폭발적인 교육 수요를 가진 나라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매년 정부 교육 예산에 맞먹는 사교육비가 지출되며 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을 자랑한다.

이렇게 교육열과 신분상승 욕구가 넘치는 국민에게 평준화와 교육 규제가 맞겠는가?

진작부터 공교육을 경쟁,자율과 책임에 노출시켰다면 한국은 거대한 교육 자원에 걸맞은 교육 성장을 이루었을 것이고 사교육 시장이 자랄 여지도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사교육의 근원적 해결 방도는 오히려 이 정권의 원래 교육정책 기조인 '자율과 경쟁'에서 찾을 수 있다.

그 기본 방향은 국제고,외고,과학고,자사고,특목고 등 어떤 고등학교,어떤 대학교라도 자율적으로 설립하고 그 정원,입학,경영,교육 방법을 자율 결정하게 하며 그 결과에 대해 시장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완벽한 자율이 허용되면 시장이 수요자와 공급자를 선발해 균형을 이루게 하고 사교육 시장이 저절로 공교육 부문에 통합될 것이다.

전교조는 '끝없는 경쟁 교육이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장 경쟁만이 다양한 교육을 만들어 내고 모든 사람들의 수요에 부응하게 한다.

먼 장래 우리 교육시장이 그 성장 잠재력에 부응하는 발전을 이룬다면 한국은 조선,자동차,휴대폰처럼 세계적 교육 상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 에쿠스를 가질 수는 없지만 국민 일반은 지금보다 몇 배 좋은 교육을 누릴 수 있다.

학교가 튼튼해지고 명문 학교가 많아지면 더 좋고 더 많은 입학 기회와 장학금이 주어질 것이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사교육을 없애고 서민의 교육 기회도 증대할 교육정책 방향인 것이다.

정권 당국이 이런 교육 혁명에서 지금 후퇴했지만 그 시대적 사명까지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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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교육 바로 잡으려면 ‘자율과 경쟁’으로 돌아가야

우리나라에서 교육이 갖는 위치는 각별하다.

교육이야말로 최고의 '신분 상승' 통로라고 인정돼 왔다.

해마다 정부 교육 예산에 맞먹는 사교육비가 지출될 만큼 폭발적인 교육열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에 대한 공약은 빠지지 않았고 매번 새로운 교육 정책이 시행됐다.

목표는 지나친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군사정권 때야 과외를 전면 금지해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지만 민주화된 사회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이다.

각 정권은 학력고사,수학능력 평가,내신 비중 강화 등으로 대입 시험제도를 바꾸기도 했고 시험 문제를 쉽게 내 보기도 했다.

한 과목만 잘해도 대학을 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사교육 시장이 여전히 건재하며 오히려 더 세를 넓혀 가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각 정권의 시도들은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김영봉 중앙대 교수는 이 같은 실패가 교육 평준화와 교육 규제 때문이라고 본다.

정부가 교육시장에 너무 강하게 개입하는 바람에 암시장(사교육)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렇게 정부의 교육 규제가 교육시장을 망친 것을 옛 소련 공산주의 계획경제에까지 비유하고 있다.

공교육이 '평준화 교육'만 공급하므로 양질의 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은 사교육 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는 대학들이 좋은 학생들을 뽑도록 자율화하고 각 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최근 교육정책 방향을 '사교육 줄이기'로 잡은 것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외고 입학 규제,대학입학 규제,학원 단속 같은 규제 등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교육이 국민의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한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는다.

진작부터 공교육을 경쟁,자율과 책임에 노출시켰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당초의 교육정책 기조인 '자율과 경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이 글에서 필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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