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생글생글 189호 2009년 4월 6일

Cover Story

[Cover Story] 금융 위기로 흔들리는 달러貨 … 中·러·佛 등 "기축통화 바꾸자"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에서 밀어내자는 중국의 제안을 놓고 세계가 양분되는 모습이다.

중국 러시아 프랑스 브라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기축통화 교체 논의를 바람직하다고 보는 반면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한국 등은 달러화 기축통화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중국도 내심으로는 당장 기축통화를 바꾸자는 것은 아니다.

기축통화 논쟁을 통해 미국의 영향력을 줄여보자는 속셈도 깔려 있다.

⊙ 중국 러시아에 IMF까지...

저우 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지난달 23일 "(달러화를 대체하는) 새 기축통화로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의 역할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달러 대신 IMF의 SDR를 국제통화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SDR는 IMF 가맹국이 국제수지가 악화됐을 때 IMF로부터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로 가맹국은 출자비율에 따라 SDR를 배분받아 위기시 사용할 수 있다.

SDR는 달러 유로 파운드 엔화로 구성돼 있으며 1달러는 0.66SDR 정도다.

저우 은행장은 "SDR가 사용상의 제약 등 때문에 완전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으나 국제 통화체제의 개혁이 불가피한 만큼 이제는 그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달러 가치가 불안정하면 보유국과 발권국 모두에 이롭지 못하다"면서 "특정국 통화가 국제무역에서 다른 통화들의 기준이 되면 그 통화 발권국이 스스로의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미국을 공격했다.

미국 스스로를 위해서도 이제는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의무를 풀어주자는 그럴 듯한 이야기다.

이어 지난달 25일에는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가 "(달러를 대체하는) 새로운 세계 기축통화에 대한 논의는 아주 적절하다"며 "그런 논의가 아마 앞으로 수개월 뒤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칸 총재는 프랑스 태생으로 프랑스 산업부 장관,경제 · 금융 · 산업부 장관을 지냈기 때문에 프랑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달러화 공격에 적극적인 러시아의 안드레이 데니소프 외교부 차관도 지난 2일의 G20 정상회의 이후 별도의 국제회의를 열어 새로운 기축통화에 대해 토론할 것을 제안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독일을 방문,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새로운 기축통화안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중국과 최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도 새 기축통화안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의 보에디오노 총재는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며 "세계가 한두 종류의 통화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BN)의 제티 아크타 아지즈 총재도 "새 기축통화안이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이끄는 유엔 금융 · 경제 개혁자문단도 IMF의 SDR 기능을 확대하는 식으로 달러 중심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 미 · 영 우방국 "달러 체제 유지"

미국과 영국의 우방국들은 달러화 기축통화 체제를 존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달러화의 위상이 아직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지 않으며 위기가 심화될수록 달러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는 등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굳건하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의 모하마드 알 자세르 총재는 새 기축통화 논의 제안이 나온 뒤인 지난달 25일 "현행 달러페그제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미국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다루는 방식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새 기축통화를 제안한 직후 달러페그제 포기를 시사한 홍콩과 대조된다.

캐나다의 짐 플라허티 재무장관도 "G20 정상회담에서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에 대한 논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을 간접 지지했다.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도 "새 기축통화 방안이 논의되더라도 핵심 의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축통화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호주의 케빈 러드 총리도 "달러가 계속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는 내 입장은 명확하다"며 "그것이 미래의 세계 금융과 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중요하고 핵심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호아킨 알무니아 집행위원이 "달러 역할에 커다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해 미국 입장에 무게를 실어줬다.

이명박 대통령도 "당분간 달러를 대신할 기축통화를 찾기는 힘들 것"이라며 "SDR에 대한 논의도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달러화에 대해 아직 신뢰를 갖고 있다"며 "달러 가치는 이번 경제위기 극복의 향배에 달려 있기 때문에 당장의 기축통화 논의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 달러체제 유지 전망 많아

중국 러시아 등이 새 기축통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지만 아직까지는 달러 기축통화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클라우스 슈미트-헤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달러화는 세계에서 주요한 기축통화이고 당분간은 가장 중요한 통화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화가 급격한 가치하락을 겪고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이 같은 위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달러가치 하락에 대해) 매우 강력하고 상당한 수준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도 "달러화는 계속 세계에서 가장 지배적인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며 "달러화를 기반으로 한 기축통화 시스템과 '강달러'가 수렁에 빠진 세계경제를 건져낼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달러 기축통화 시스템을 보완할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재형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jjh@hankyung.com




ⓒ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