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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189호 2009년 4월 6일

Focus

[Focus] G20, 금융위기 해법 ‘불협화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美·中·유럽 등 보호주의·기축통화 문제 놓고 날선 신경전



지난 2일 영국 런던에서 이틀간의 일정으로 개막된 제2차 G20(주요 20개국) 금융정상회의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상황에서 열렸다는 점 때문에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회의는 G20 체제가 과거 G7(주요 선진 7개국)을 대신해 새로운 세계 경제질서 재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녔다.

하지만 금융위기 극복 해법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중국 등 글로벌 권력의 핵심 축을 이루는 주요 지역 간에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경기회복을 위한 국제적 공조의 길이 여전히 험난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G20은 1999년 12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개국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로 출발했다.

G20 회원국은 한국 · 아르헨티나 · 호주 · 브라질 · 캐나다 · 중국 · 프랑스 · 독일 · 인도 · 인도네시아 · 이탈리아 · 일본 · 멕시코 · 러시아 · 사우디아라비아 · 남아공 · 터키 · 미국 · 영국 · 유럽연합(EU)의장국(6개월마다 바뀌며 현재는 체코)이다.

당시 G20 회의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주요 국제 금융 현안과 특정지역의 경제 위기 재발방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해 선진국과 신흥국 간 협력 체제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만들어졌다.

이후 G20 회의는 매년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여 각종 현안을 실무적으로 논의하는 협의체 형식으로 운영돼 왔다.

실제로 회원국들의 경제 규모에 따른 의결권에 차별도 없으며 비공식 포럼이기 때문에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리지도 않았다.

G20이 정상회의 체제가 된 것은 지난해 11월15일 미국 워싱턴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주요 국가들이 금융정상회의를 소집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2차 G20 정상회의에선 △금융규제 개혁 방안△조세피난처 규제△국제 금융기구 역할 강화△보호주의 차단△개발도상국 및 후진국 지원 등의 의제들이 논의됐다.

G20 정상들은 국제 금융시스템 감시기구 설립과 주요 헤지펀드에 대한 감독,조세 회피처에 제재를 가하는 방안 등에 합의했다.

또 각국의 통화가치 하락 억제를 위해 서로 협력하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

하지만 G20회의를 전후해 어떤 내용을 핵심 의제로 내세울지를 두고 각 나라들은 날선 공방을 벌였다.

미국은 경기 부양이 급선무라고 보는 반면 유럽은 무절제한 미 월가 금융기관이 위기를 초래한 만큼 강력한 국제금융감독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유럽이 요구하는 국제금융감독기구 설립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규제 강화가 미 금융기관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주문했다가 유럽 등의 반발에 부딪쳤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강력한 국제금융감독기관 신설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G20 회의장에서 퇴장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를 두고 "화성에서 온 미국과 금성에서 온 유럽의 대립"이라고 표현했다.

중국이 제기한 기축통화 교체 문제의 경우 이번 회의에선 공식적으로 다뤄지진 않았지만 회의 개막 직전까지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중국은 최근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등이 나서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을 달러 대신 기축통화로 만들자고 주장했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도 지난달 25일 "(달러를 대체하는) 새로운 세계 기축통화에 대한 논의는 아주 적절하다"고 밝혀 논란을 부추겼었다.

중국은 또 IMF(국제통화기금)에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기구의 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그 이면엔 미국을 제치고 '금융패권'을 차지하겠다는 야심도 숨어 있다.

보호주의 배격에 대해서도 겉으론 모든 회원국의 동의가 있었지만 자칫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G20 정상들은 이미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1차 금융정상회의에서 보호주의 확산 방지를 공약했지만, 이후 17개국이 새로운 무역장벽을 만들어 공허한 약속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월 787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공공사업을 벌일 때는 미국산 철강제품만 사용해야 한다'는 '바이 아메리칸' 조항을 포함시켜 빈축을 샀다.

미국은 또 구제금융을 받는 금융기관들의 외국인 직원 채용을 규제하기로 했으며 최근에는 멕시코 트럭의 미국 고속도로 통행허용 조치를 돌연 취소할 정도로 자국 보호에 혈안이다.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높이려는 중국 역시 G20 참석 직전 자국 기업들의 수출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섬유 · 철강 · 유화 · 전자분야에 대한 수출세 환급분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남미 경제를 대표하는 브라질과 러시아 등도 회의 참석을 앞두고 서둘러 국내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강화하고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등 보호주의 움직임을 노골화했다.

마이크 프로먼 백악관 국제경제보좌관은 "1930년대 대공황은 국제 공조가 없어 확산됐다"며 "각국 정부마다 재정과 금융정책 통제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 상황에선 공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개도국 및 후진국 지원 방안 논의도 선언적 의미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G20 정상들에게 "가난한 나라의 교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부자 나라에서는 보너스 지급이 논란이 되지만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중남미에서는 먹을 것을 놓고 투쟁을 벌인다"며 선진국들이 개도국과 후진국 지원에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G20 정상회의 기간을 전후해 벌어진 G20 체제 반대 시위로 런던은 몸살을 앓기도 했다.

회의 하루 전이었던 지난 1일 '반 자본주의' 시위대와 환경단체 회원 등 5000여명은 금융기관 밀집 지역인 시티오브런던에 모여 구호를 외치며 피켓을 들고 미국대사관과 트라팔가 광장을 향해 가두시위를 벌였다.

또 다른 수백 명의 시위대는 런던 지하철 역에서 영국 중앙은행(BOE)까지 행진하며 "금융사들이 일자리를 앗아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금융위기 해결을 위한 구체적 조치 마련을 요구했다.

일부 시위대는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은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로 몰려가 유리창을 부수고 건물 벽에 페인트 낙서를 하는 등의 시위를 벌였다.

또 BOE 인근에서 시위에 참가한 영국인 남성 1명이 군중에 휩쓸려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지만 결국 숨지고, 수십 명이 다치는 등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이미아 한국경제신문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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