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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55호 2006년 7월 24일

생글기자코너

아직 갈길 먼 수행평가

전인적 발달 평가 목적 좋지만, 실제론 점수 올려주는데 사용

"점수 주려고 하는 거니까 기한 엄수하도록!"

선생님들이 수행평가 과제를 내주시면서 하시는 말씀이다. 바야흐로 수행평가의 시즌이 돌아왔다. 전국의 중·고등학생은 아마도 요즘이 일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일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기말고사에, 특히 고3들은 코앞에 닥친 수능 준비에 정신이 없지만 그보다 더 급한 문제는 수행평가다. 학기말 성적에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 차지하는 수행평가의 비중은 결코 만만히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기가 되면 인터넷에서 독서 감상문 찾기에 열을 올리는 등 그동안 밀린 수행평가 때문에 밤을 새는 친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수행평가는 학생의 전인적 발달을 평가하려는 목적으로 1999년부터 초·중·고등학교에 도입됐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학생이 실제로 행동하는 과정이나 결과를 평가함으로써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준다는 취지다. 학습결과나 성취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학습과정 중심의 평가를 지향하며 또한 교사와 학생,학생과 학생 간의 역동적 관계를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이러한 수행평가의 의미를 모르고 있다. 교사들도 수행평가로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을 평가하기보다 점수를 올려주는데 사용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제로 경기도에 있는 한 고등학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점수를 올려줄 수 있어 편하다"고 털어놓았다. 수행평가가 내신 부풀리기 도구로 전락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명지외고 백영옥 선생님도 "본래의 목적이 퇴색된 수행평가는 더 이상 평가로서 의미를 갖기 어렵다"며 주객이 전도된 교육현실을 우려했다.

그렇다면 벌써 8년째로 접어든 수행평가가 아직까지도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왜일까?근본적 원인은 교육부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정책을 도입한 데 있다. '내신등급제'와 같은 대부분의 교육정책들이 학생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오히려 부담만 가중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대다수 고등학교에서는 명문대학에 많은 학생을 진학시키기 위해 가능한 한 좋은 내신을 주려고 애쓴다. 게다가 수행능력을 평가한다는 모호한 기준과 평가 결과가 아이들의 대학 입시에 직결되는 내신에 반영되는 만큼 학생들에게 반발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더욱 객관적인 평가가 되기 어렵다. 여기에다 대학 입시에서 학교 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아 그야말로 내신을 경시할 수 없는 상황이고 보니 결국 수행평가가 입시위주의 교육 풍조에서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자세도 문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제출 기한이 다 돼서야 허겁지겁 작성하는 등 수행평가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서도 정작 평가에서는 무조건 만점을 받으려고 한다. 심지어 최근에는 학부모를 동원해 교사를 위협하는 일까지 생기는 등 '점수 지상주의'가 수행평가의 본질을 더욱 흐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8년 동안 유지돼 온 정책을 하루아침에 폐지하는 것도 더욱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현장에서 직접 뛰고 있는 교사들과 학생들,교육부가 충분한 협의와 토론을 거쳐 수행평가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고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박상진 생글기자(명지외고 3년) imparks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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