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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723호 2021년 9월 27일

영화로 읽는 경제학

[시네마노믹스] ''퍼스트 펭귄''이 만든 스마트폰의 편리함…''불연속적 혁신''이 낳은 강력한 혜택


영화 ‘완벽한 타인’의 주인공인 석호(조진웅 분), 태수(유해진 분), 준모(이서진 분), 영배(윤경호 분)는 배우자끼리도 친밀하게 지내는 40년 지기 초등학교 동창생이다. 이혼한 영배와 배우자까지 함께 일곱명이 석호의 집들이에 모여 저녁을 함께 하다가 각자의 휴대폰을 식탁위에 올려 모든 것을 공유하자는 게임이 시작된다. 오래지 않아 스마트폰 전화와 메지시를 통해 인물들의 비밀이 드러난다.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써왔던 부부간의 갈등, 40년 지기 친구들에게도 감춰온 성 정체성, 철석같이 믿은 배우자의 외도, 전 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한 배우자의 투자 실패까지 ‘완벽한 지인’이라고 생각했던 서로가 사실은 ‘완벽한 타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불연속적 혁신으로 탄생한 스마트폰
스마트폰처럼 소비자들의 행동을 엄청나게 변화시키는 혁신을 경제학자들은 ‘불연속적 혁신’이라고 부른다. 불연속적 혁신은 기술 발달 과정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기술이 탄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불연속적 혁신으로 탄생한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기존에 없던 강력한 혜택을 준다.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다는 의미에서 ‘불연속적’이라는 단어가 붙었다. 기존 기술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때 생기는 연속적인 혁신과 비교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피처폰 시대에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은 불연속적 혁신이다. 피처폰 시대엔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스마트폰 시대엔 가능해진다. 반면 스마트폰의 크기가 커지거나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는 건 연속적인 혁신이다. 연속적 혁신은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않지만 불연속적 혁신은 소비 패턴을 완전히 바꾼다. 불연속적 혁신은 소비 패턴뿐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도 바꾼다. 절친 4인방 가운데 태수의 비밀은 텔레그램에서 만난 사람이 매일 같은 시간에 자신의 사진을 보내준다는 것.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생길 수 없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인간관계다.

산업 지형도도 뒤집어 놓는다. 혁신기업이 모인 나스닥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덩치를 불릴 수 없었을 기업들이다. 애플, 아마존닷컴,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 페이스북 등은 스마트폰과 여기서 나온 앱 경제를 이끄는 기업들이다.
펭귄효과와 퍼스트 펭귄
석호의 아내 예진(김지수 분)이 처음 스마트폰 게임을 제안했을 때 극 중 인물들은 주저한다. 자신의 사생활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과 다른 사람의 비밀을 알고 싶은 욕구가 각자의 머릿속에서 뒤섞인다. 주저하던 인물들이 모두 게임을 하는 데 동의한 건 무리 중 한 명이 “재미있겠다”며 선뜻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결단하자 나머지도 슬금슬금 마음을 정한다. 모두가 동의해 게임을 시작하면서 영화 속 인물들의 비밀도 서서히 드러난다.

경제학에선 비슷한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가 있다. ‘펭귄 효과’다. 특정 상품의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주변 사람 누군가 상품을 구매하면 따라 사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펭귄은 무리지어 생활하면서 바다에서 먹이를 구한다. 하지만 천적이 있을까봐 쉽사리 바다에 뛰어들지 못할 때가 생긴다. 이때 펭귄들 가운데 한 마리가 물에 뛰어들면 나머지도 모두 뛰어든다.

기업들은 이런 펭귄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소비자 후기를 널리 퍼뜨리거나, 영향력이 큰 소비자에게 먼저 상품을 제공해 다른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비슷한 비유가 경제학에서 다른 의미의 용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퍼스트 펭귄’은 선구자 혹은 도전자라는 의미다. 바다에 뛰어들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펭귄 틈에서 첫 번째로 뛰어든 펭귄을 뜻한다. 경쟁자들이 주저할 때 시장에 뛰어들어 판을 벌이는 혁신 기업을 비유할 때 주로 쓴다.

영화의 소재인 스마트폰도 애플이라는 ‘퍼스트 펭귄’이 탄생시킨 제품이다. 퍼스트 펭귄은 성공하면 시장에서 막대한 초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 수 있다. 하지만 리스크 요인도 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이 리스크를 높게 평가하는 기업은 퍼스트 펭귄을 빠르게 따라가는 패스트팔로어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
현실에서도 스마트폰 내용 공유 가능할까
영화 ‘완벽한 타인’은 친구들이 모여 스마트폰의 내용을 공유하는 게임을 하면서 생기는 사건을 다룬 소동극이다.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직원은 물론 절친의 배우자와도 외도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소동은 막장으로 치달을 것 같지만, 영화는 각자 아무 일 없이 저녁식사를 즐기고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끝난다. “나는 하려고 했어”라는 태수의 대사를 통해 핸드폰 공유 게임을 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 아무리 절친이라도 서로 휴대폰 내용을 공유하는 일이 현실에서 가능하기는 할까.

나수지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
① 혁신과 개혁이 서서히 진행되지 않고 단절적이며 급격히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② 나의 성향은 ‘퍼스트 펭귄’일까, ‘펭귄 효과’의 일부일까.

③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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