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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720호 2021년 8월 30일

경제 길라잡이

[최승노의 스마트 경제 읽기] 100년 이상 日기업 2만여곳…장수기업은 경쟁·혁신의 증거


1967년 설립된 현대자동차는 2020년 기준 세계에서 10번째로 큰 자동차 회사다. 정주영 회장이 현대자동차를 만들 때만 해도 현대자동차의 이름을 아는 외국인은 드물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각국에 현대 엠블럼을 단 자동차가 거리를 누빈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에만 총 374만3514대를 판매했다. 그중 국내 판매량은 78만7854대다. 나머지 295만5660대는 모두 해외에서 판매된 수량이다. 약 50년 동안 현대자동차는 혁신을 통해 기업을 발전시키며 수많은 경쟁에서 살아남아 현재의 모습이 됐다. 현대자동차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자동차 기업들이 속절없이 사라져갔음을 생각하면 대단한 일이다. 해외에서도 현대자동차를 벤치마킹한다는 점은,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강자가 됐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장수기업이 많은 미국과 일본
포브스가 2013년 선정한 글로벌 2000대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장수기업을 가진 나라는 단연 미국이었다. 미국에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이 무려 152개, 50년 이상 된 기업이 277개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나라는 유럽이나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 일본에는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 수가 45개이며, 50년 이상 된 기업 수는 205개다. 우리나라에도 100년 이상 된 기업이 2곳 있으며, 50년 이상 된 기업 수는 27개다.

다른 나라에는 100년을 넘어 150년, 200년 이상 된 기업도 많다. 미국에는 150년 이상 된 기업이 33곳, 200년 이상 된 기업이 6곳 있다. 일본은 3곳, 1곳이다. 이러한 장수기업의 숫자는 그 나라의 경쟁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입지는 기업들의 성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때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 역시 경제성장과 더불어 기업의 성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장수기업들을 들여다보면 혁신 능력이 충분한 기업이 많다. 오랜 시간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이 정체된 상황에서도 성장을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산업이 쇠퇴기에 접어들면 새로운 산업 영역을 개척해야 하므로 기술, 경영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혁신을 이뤄내야만 장수기업이 될 수 있다.

경쟁력과 장수기업의 관계는 비단 큰 규모의 기업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장수기업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크고 작은 장수기업이 많다. 일본 제국데이터뱅크가 2010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에는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 수가 무려 2만2200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중에 중소기업 수가 98% 이상이다. 일본의 가업을 이어받는 전통과 맞물려 엄청난 숫자의 장수기업이 생겨난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은 목조건축공사를 하는 ‘곤고구미’로 1400년 이상 지속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의 장수기업 업종을 살펴보면 소매업과 제조업이 많은데 이들이 장수기업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구보타 쇼이치 일본 호세이대 교수는 명확한 기업 이념과 경영 원칙에 근거해 시대적 흐름을 맞춰 변한다는 점을 장수기업의 특징으로 뽑았다. 장수기업 중 승계를 통한 후계 경영을 하는 기업이 많은 이유도 바로 기업 이념을 가장 잘 계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본 사카이시에 있는 ‘이즈미리키제작소’는 칼로 유명하다. 특히 사카이토지라는 브랜드는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 이즈미리키제작소는 1805년 창업해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창업주의 가문에서 7대째 가업을 이어받아 운영되고 있다. 이즈미리키제작소에서 제작된 칼의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즈미리키제작소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는 주로 괭이, 쟁기 등을 제조했다. 하지만 이후 칼 제조로 영역을 넓혀 ‘장인이 쓰는 칼’로 인지도를 쌓으며 성장했다. 7대에 걸쳐 이어진 전통과 더불어 각 시대의 요구에 맞도록 사업 영역을 넓힌 결과다. 더욱이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칼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소재를 이용해 다양한 종류의 칼을 만드는 노력을 했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홍보에도 힘을 쏟았다. 이즈미리키라는 이름을 더 알리기 위해 일본의 유명 TV 요리쇼에 제품을 협찬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요리 경연대회를 찾는 등 다양한 홍보를 펼쳤다.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즈미리키제작소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가업의 전통을 존중하면서 끊임없는 경영 혁신을 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간장 브랜드 중 하나인 ‘깃코만’도 일본의 장수기업이다. 1630년 시골의 간장회사로 시작한 깃코만은 38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창업부터 현재까지 창업자 가문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이 같은 깃코만의 장수 비결은 최고의 제품을 향한 혁신을 멈추지 않는 데 있다. 깃코만은 일본 정통 간장을 세계적인 조미료로 만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그 노력의 결과로 1868년 해외에 간장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뤄낼 수 있었다. 이후에도 끊임없는 경영 혁신을 멈추지 않았고, 현재 100여 개국에 2000여 종의 제품을 판매하는 세계 최대 식품회사 중 한 곳이 됐다.
물려받은 선대의 전통과 시대에 맞는 혁신이 장수기업 비결
일본의 장수기업은 선대로부터 이어져온 가업인 경우가 많다. 창업자의 기업가정신이 깃든 기업 이념과 가족의 신념이 결합돼 전통을 유지한다. 한편으로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경영 자원을 기본으로 시대에 맞는 업태 변환, 신규 산업, 신규 시장 진입 등의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에서 살아남았고 장수기업이 될 수 있었다.

가족 승계 기업은 가업을 후손에게 물려줄 때 좋은 경영 상태로 물려주고자 하는 부모의 마음이 사업 발전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장수기업을 일본 정부에서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친족 간 사업 승계 시 상속세와 증여세 유예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업의 전통이 이어지는 것을 지원한다.

일본의 장수기업은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통을 소중히 여기며 가업을 존중하는 가운데에서도 끊임없는 혁신으로 장수기업들은 그 명맥을 이어나갔다. 국가는 가족 승계를 제2의 창업으로 평가해 세제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즉, 장수기업은 주인정신과 장인정신, 그리고 친기업 문화가 만들어낸 역사다.
√ 기억해주세요
일본에는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 수가 무려 2만2200개에 달한다고 한다. 일본의 장수기업은 선대로부터 이어져온 가업인 경우가 많다. 전통을 소중히 여기며 가업을 존중하는 가운데에서도 끊임없는 혁신으로 장수기업들은 그 명맥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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