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올림픽 때마다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모든 환호와 관심이 쏟아지는 '금메달 지상주의'가 존재했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는 어려운 시기에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가 쏟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생글기자 코너] "졌지만 잘 싸웠다"…성숙해진 올림픽 관람 문화
2020 도쿄올림픽이 지난 8일 폐막됐다. 코로나19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 이뤄진 터라 이번 올림픽에서는 이전과 사뭇 다른 모습이 많이 보였다. 특히 올림픽을 관람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이전과 달라졌다. 과거에는 메달 색 또는 승패 여부를 중요시했다면 이번 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 여부를 떠나 선수 개개인의 노력을 인정해주고 그들의 사연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황선우 선수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수영 50m, 100m, 200m 자유형 종목에 출전해 아시아 신기록을 썼다. 메달권에 들지는 못했지만 시청자들은 “졌지만 잘 싸웠다” “다음 올림픽이 기대된다”며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방송사의 ‘메달 색깔’ 발언에 시청자들이 직접 나서서 방송사를 지적하는 일도 있었다. 유도의 안창림 선수는 남자 73㎏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제르바이잔의 루스탐 오루주프 선수를 꺾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에 한 방송사의 캐스터는 “우리가 원했던 색의 메달은 아닙니다만 우리 선수들이 지난 5년 동안 흘려왔던 땀과 눈물에 대한 대가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이에 대해 “‘우리가 원했던 색의 메달은 아닙니다만’이라는 말은 선수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메달 색보다 선수의 노력 그 자체를 바라본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우리나라 선수뿐만 아니라 상대 팀 선수들의 노력에도 박수를 쳐주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여자 단식 탁구에서 17세의 신유빈 선수는 58세의 니시아리안 룩셈부르크 선수와 겨뤄 승리했다. 41세의 나이 차를 뛰어넘어 명승부를 펼친 이들의 모습은 나이를 떠나 한데 겨루는 스포츠의 묘미를 보여줬다.

지난 올림픽 때마다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모든 환호와 관심이 쏟아지는 ‘금메달 지상주의’가 존재했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는 어려운 시기에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가 쏟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결과보다 개개인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올림픽의 진정한 가치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유정 생글기자(고양국제고 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