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지난호 문제2 계속)

문제2. [다]의 관점에서 [가]의 주장을 비판하시오. (800자 내외)


[해설] [다]와 [가]는 정부의 개입 여부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의 관점에서 [가]를 좋게 평가할 수는 없겠습니다. 사회계약설이 갖고 있는 문제를 뭉뚱그려 정리하면, 정부의 강한 개입과 통제를 주장하는 것이므로 자유로운 경제활동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정도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답안으로는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없습니다. 누구나 그 정도의 답안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범답안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근거를 다양한 측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답안은 ‘인간의 특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지적하며 [가] 제시문이 전제하고 있는 논리의 오류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그에 더해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잘못된 점을 비판하며 비판의 논거를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우수답안] 윤**(경남 김해)
[가]는 인간이 타인을 지배하고 공격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인간의 모든 권리를 국가에 양도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인간의 이기심을 억누르고 절대 군주에 의해 이기심이 사라질 때 평화롭게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다]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가 존재하고 그로 인해 인간의 마음속에 이기심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그러나 이기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다]의 관점에서 [가]의 주장은 옳지 않다. 만약 인간의 이기심이 허용되지 않고 이기심이 사라진다면, 인간은 자신의 이익이라는 개념을 상실할 것이다. 누군가가 사회 전체를 위해 해야 하는 행위가 있다고 했을 때, 그 행위에 자신의 이익이 보장되어 있지 않다면 굳이 그 행위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할 것이고 변화를 겪기 어렵다. 변화가 없으니 사회와 문명이 진보할 가능성은 차단될 것이며, 이는 국가를 무가치하고 퇴화된 모습으로 변질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자유경쟁 시스템에서 운영되는 효율적 시장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국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이기심을 부정적인 존재로만 단정짓지 말고 이기심을 활용할 방안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이기심은 [다]에서 주장한 것처럼 모두의 이익을 늘리는 자연스러운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국가의 강압으로 적대시하지 말고 공익이 증가하는 쪽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답안 평가]
이 답안을 선정한 이유는 자신이 생각한 근거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확대시켜 나가는 논리적 상상력을 높이 샀기 때문입니다. 이기심을 막았을 때 나타날 만한 문제점을 타당하게 지적하고 있으며, 또 이러한 문제점을 비판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간결하게나마 대안을 생각하고 있어서 건설적 비판의 마무리까지 좋은 인상을 전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비판의 색채가 단조롭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비판을 다각도에서 전개해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가]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오해(인간이 서로를 공격하기만 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지요)’, ‘국가의 역할에 대한 잘못된 판단(국가는 정치적 혼란을 수습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을 보호하고 잘 살게 하기 위한 목적을 지님)’, ‘이기심에 대한 편견(이기심이 서로를 갉아먹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공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 등 다양한 부분에서 비판받을 만한 여지가 있습니다. 비판은 주장의 일종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근거를 갖고 있을 때, 더 높은 설득력을 갖게 된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가]의 논리적 근거나 전제를 공격하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그동안 배워왔던 기술들을 최대한 활용해보면 좋겠습니다. (놓친 학생들은 생글생글 홈페이지의 지나간 인문논술칼럼 기본커리큘럼을 복습해 보세요. 얼마 걸리지 않을 거예요!)

문제3. [라]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가 함의하는 바를 말하시오. (800자 내외)

[모범답안]
[라]는 율곡의 법제개혁론을 통해 국가의 본질적 목적인 구성원의 복지 증대와 형식적 체제성립의 균형이 중요함을 전달한다. 율곡에 따르면 ‘이’는 원리나 목적을 의미하고, ‘기’는 현실적 양태를 상징한다. 이러한 구분은 경세, 즉 국가를 운영하는 원리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기계적으로 과거의 법을 적용하는 실태의 폐단을 비판하는 준거가 된다. 법이란 모름지기 백성의 안위나 복지에 기여하는 본질적 목적을 토대로 현실에 적용될 수 있어야 하는데, 율곡이 바라본 당대의 법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이기’의 균형을 주장하는 이이의 생각은 이러한 폐단을 개선하라는 촉구로 이어진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사회의 부조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마]는 국가가 유족보상법을 행정편의적으로만 적용하여 본질적인 목적을 실현하지 못하는 사례를 제시한다. 유족보상법의 ‘이’, 즉 목적은 애국적 헌신에 대한 보은이자 남은 유족에 대한 복지이고, 법령의 구체적 내용이 ‘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보훈처는 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여 처음의 청구를 거절했으며, 법원의 판결 이후에도 보상액을 단순환산하여 5000원이라는 턱없는 보상을 내놓는다. 이는 [라]의 관점에서 ‘이’를 간과한 채 ‘기’에만 치중한 것, 즉 법의 원래 취지를 무시한 채 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했음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 사건은, 국가가 예나 지금이나 실질적인 목적을 간과한 채 형식적인 적용으로만 전도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즉, 국가의 본질적 역할에 대한 고민과 비판, 저항적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건의 결론적 함의라고 정리할 수 있다.

[우수답안] 최**(서울 대치동)
제시문 [라]에서 율곡은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존재하는 ‘이’에 따른 법제를 실현할 것을 주장했다. 시대를 망라하여 왕도와 오륜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종 때 확정된 <경국대전> 역시 이러한 주장을 받들어 선포되었다. 설령 국왕이라 할지라도 훼손할 수 없는, ‘이’에 따른 규정들은 후대에 개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폐단이 있었던 법령들은 오히려 개정할 것을 주장한다. 달리 말하자면 그의 법제 개혁론은 보편적 가치를 지닌 ‘이’로서의 근본 목적을 위해 수단이 올바른지 비판적으로 성찰하자는 주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제시문 [마]의 국가의 처사도 동일하게 잘못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는 법령의 근본적인 목적을 간과한 것으로, 법을 기계적으로 집행하여 구성원의 공공복리적 가치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것이다. 무엇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에 대해 보상금을 1950년도 당시의 비율을 적용해 지급한 정부는, 애국헌신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국가의 기틀을 바로 잡으려는 법의 근본적 목적을 경시하고 있다. 5000원의 보상금을 400만원으로 즉각 올린 조치도 부당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법의 흠결이 있었다 하더라도 법에 의해 운영되어야지, 정치권의 정치적 판단에 의해 정부의 정책이 좌우돼서는 안될 것이다. 율곡이 법제를 개혁하고자 한 이유 안에는 법률주의에 따라 권력의 자의적 남용을 방지하고자 하는 기본이념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법령은 여론에 따라 함부로 고치는 것이 아니라, 법적 안정성의 무게를 가지고 목적을 위해 신중하게 고쳐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에만 법을 통해 ‘이’를 실현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은 법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고 목적이 전치되는 경우가 조선시대뿐 아니라 현대에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답안 평가]
이 답안은 [라]부분의 1문단 논의가 다소 길고 제시문을 옮겨적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을 고쳐야 합니다. 율곡의 법제개혁론이 갖고 있는 취지나 특징을 비판의 목적에 맞게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문제가 자료의 해석과 사건의 의미 도출이므로, 이러한 답을 2문단 마지막에 쓸 것이 아니라, 2문단의 첫 번째 부분에서 밝혀주며 시작하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 문제점을 먼저 지적한 이유는 이 외의 답안 내용이 매우 만족스럽기 때문입니다. 율곡의 법제개혁론이 갖는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마]의 사건에 적용하는 시선도 예리합니다. 상당히 우수한 답안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아주 잘 썼습니다. 이미 논술에 대해 상당히 훈련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답안 작성하느라 고생 많았습니다. 그 외에도 답안을 제출해 준 모든 학생들에게 감사 전합니다. ☞ 포인트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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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을 단편적으로만 생각하지 마세요. 그동안 배운 것들을 융합하고 새로운 앎에 투영하여 짜임새 있는 사유체계를 구성해보길 권유합니다. 해석은 구체적인 사례를 일반화하고, 단편적인 사건을 확대하며, 현상에 담긴 이면을 밝히는 사유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