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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들 의사를 반영하는데 최선이라는데…
'한 표'라도 더 많이 얻은 쪽이 모든 것 결정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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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출범한 21대 국회가 개원 13개월 만에 1만 개 이상의 의원 발의 법안을 쏟아냈습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지난달 28일까지 1만307건의 의원 발의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역대 최단기간 1만 건 돌파로, 국회가 법안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는 국회의원들이 실적을 채우기 위해 법안을 남발하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더욱이 사회적인 이슈가 터졌을 때 급조하는 ‘날림 입법’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법을 만들어 모든 것을 규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과잉입법’ ‘입법만능주의’는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수 이상인 172석(57.3%)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떤 법안이든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각종 규제법안을 쏟아내고 있다는 평가죠. 실제로 지난달 2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민주당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손실보상법)을 여당 단독으로 통과시켰습니다. 코로나19 피해를 소급해서 지원해야 한다며 이 법안을 반대했던 국민의힘과 정의당 등 야당들은 “습관처럼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오만과 독선, 거짓과 다수의 횡포, 입법 독재”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가장 발전한 의사결정 과정인 민주주의는 토론과 설득을 통해 합의 도출을 시도하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최종적으로 투표를 통해 결정합니다. 민주주의는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하나의 투표권을 갖는 ‘1인 1표’와 가장 많이 득표한 안건이 최종안으로 확정되는 ‘다수결 원리’를 핵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과반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다수의 횡포’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다수결 원리가 지금껏 나온 의사결정 과정 가운데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그 또한 허점이 많습니다. ‘희대의 독재자’로 불리는 아돌프 히틀러는 ‘단 한 표’ 차로 나치(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 당수로 당선됐고 히틀러는 쿠데타가 아니라 민주적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았습니다. 나치는 1933년 3월 총선에서 공산당원 등을 체포하는 공포 분위기 속에 44%(286석)의 지지로 국민당(52석)과 합쳐 원내 과반수를 차지했죠. 이후는 여러분도 익히 알듯이 인류는 히틀러의 광기가 빚어낸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을 겪어야 했습니다. 과연 민주주의는 최선이고 다수결은 정의로울까요? 4, 5면에서 알아봅시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