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문제1. <가>와 <나>를 비교하시오. <800자 내외>

[문제해설] 지난 호의 문제와 함께 공부해 봅시다. <가>와 <나>는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상이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두 대상을 비교할 때는 우선 공통된 쟁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야 양자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어요. 두 제시문을 보면 모두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시작합시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정리하면 <가>는 역사를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시각에서 수동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를 취하는 반면, <나>의 신채호는 주관적인 관점에서 능동적으로 역사를 이해하려 하고 있어요. 이런 차이의 바탕에는 역사의 의미와 역사 해석 목적의 차이가 깔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가>의 랑케가 보여주는 역사관은 수동적인 역사의 이해방식입니다. 랑케는 역사를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완성된 ‘사실’의 의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역사가의 해석이 개입되면 편견이나 욕망에 의해 역사 해석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에게 역사 해석의 목적은 객관적 정보를 후대에 전달하고, 증거에 의해 입증된 과거의 사실세계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입니다.

이런 과학적 관점과 대비해 볼 때 <나>의 역사관이 지닌 주관적 관점이 두드러집니다. 신채호는 역사를 ‘아와 비아의 투쟁’으로 정의하며 투쟁과 연대를 통해 민족의 역사가 주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지문은 수능 기출 지문을 그대로 활용했습니다.) 따라서 신채호에게 역사는 민족의 생존과 발전 과정을 의미합니다. 신채호에게 역사 해석의 목적은 과거를 있는 그대로 증명하는 <가>의 랑케와 달리, 민족에게 바람직한 길을 제시하고 제국주의의 부조리에 항거해 바람직한 자유의 길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이런 목적이 민족주의적 역사관의 바탕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수답안] 심** (서울 대치동)

<가>와 <나>는 모두 역사가가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서술하고 있으나, 둘은 서로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가>에서 역사가는 자신의 개입을 배제한 뒤, 수동적 입장에서 역사를 서술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역사의 오류가 역사가의 개인적 주관이나 편견 같은 자신의 입장을 투영시켜 서술하는 것에서 기인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에서는 역사가로서의 개인이라고 하여도 능동적으로 역사 과정에 참여할 것을 역설한다. 즉, <나>의 입장에서는 개인의 주관적 역사 서술을 어느 정도는 용인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신채호의 입장에 따르면 개인은 개별적 존재로서, 그리고 사회적 존재로서 양립하게 된다. 그중 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인은 역사적으로 자발적인 참여를 해야 할 의무를 지니며, 이러한 사회적 존재로서 역사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광범위한 시대와 공간에 영향을 미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신채호의 입장은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에 입각하여 바라볼 때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일부 조선의 민족이라 하여도 일본의 침략과 부당한 정치를 긍정하는 이른바 ‘친일파’의 행동과 태도를 비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는 단순히 수동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역사 과정에 능동적, 주체적으로 참여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평가] 위 학생의 답안은 ‘역사가의 태도’에 중점을 둬 두 제시문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양자의 관점이 각각 객관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을 띠게 된 이유에 대해 제시문을 분석해 논리적으로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제시문 내용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이해한 바대로 적절히 환문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이처럼 제시문을 소화해 자신의 표현으로 옮겨 담아, 논리적으로 생각을 밝힌다면 좋은 인상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다만 두 제시문의 내용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나>의 내용에 훨씬 많은 분량을 할애함으로써 <나>를 중심으로 분석되는 것 같은 양상을 보인 점은 아쉽습니다. <가>의 관점도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균형적이고 중립적인 분석과 대조를 전개하면 더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겠습니다.

문제2. <나>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탕으로, <다>의 윤직원 영감의 역사 인식을 비판하시오. <800자 내외>

[문제해설] 비판 평가형 문제인 2번에서는, 기준 제시문인 <나>의 관점에서 풍부하고 논리적인 근거를 통해 자신의 답을 설득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나>는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며, 조선 민족의 식민지배 상황에서 제국주의에 동화되는 모습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조신 민중이 억압을 제거하고 생존과 번영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외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스스로의 고유성을 유지하려는 주체성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할 때, <다>의 윤직원 영감의 역사 인식은 옳지 않습니다. 그의 인식을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고 왜곡된 동양주의에 편승하는 잘못된 방식이라고 비판할 수 있겠지요. 윤직원 영감은 자신의 이익에 위협이 되던 과거와 달리 이익을 지킬 수 있는 식민시대를 ‘태평천하’라고 평하며 환영합니다. 이는 신채호의 관점에서 개별화된 개인적 ‘아’만 있는 셈이며, 국가와 사회 차원의 ‘아’를 갖고 있지 못한 것입니다. 또한 그는 ‘순사를 조선으로 많이 내보내서 부랑당놈들을 많이 소탕시켜’준 일제의 식민지배를 찬양합니다. 이런 태도는 민족과 사회를 주체적으로 인식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에만 따르는 것입니다. 이처럼 그는 역사적 주체의 인식을 갖고 있지 못한데, 이런 인식은 일본을 중심으로 동양을 통합하는 제국주의적 억압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우수답안] 우** (서울 대치동)

<나>는 개인들이 역사적인 주체의식을 가지고 능동적인 태도로 살아가야 하고 부당하거나 잘못된 점에 대항하면서 역사에 개입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식민지배 상황에서는 일본에 동화되지 않아야 하며 조선 민족끼리의 단합과 투쟁의 용기를 바탕으로 자유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의 윤직원 영감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이와 대조적이다. 윤 영감은 자신이 쌓아뒀던 방대한 양의 재산을 외부 세력들이 뺏어갔던 것을 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일제의 식민지 정책이 한창일 때 일제가 조선으로 보낸 순사들이 자신의 재물을 탐하던 이들을 처리해주어 재산을 안심하고 보존할 수 있게 되자 일제를 찬양한다. 이는 자유를 열망하며 일제에 대항하고 있는 수많은 ‘아’들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경제적인 이익만을 생각하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태도이다. 또한 장기적인 민중의 화합과 연대를 중시하는 <나>의 입장에서 볼 때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결국 화합을 가로막기 때문에 어리석은 태도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나아가 윤 영감과 같이 순간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민족을 배반하고 주체적인 국가 의식 없이 일제에 순응하는 ‘아 속의 비아’들이 많아진다면 국가 전체의 식민지 생활이 계속될 것이다. 즉 윤직원 영감의 ‘태평천하’는 천하가 태평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만 태평한 꼴이 된다. 그의 생각이 전염된다면 결국 소수의 친일파들만 잘살 수 있는, 민족적 정체성을 찾기가 요원한 상태로 전락할 것이므로 윤직원 영감의 역사 인식을 풍자적으로만 간과할 수는 없는 것이다.

[평가] 위 학생은 <나>의 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윤직원 영감의 역사인식이 지닌 문제점을 다양하게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우선 중간 부분에서 “자유를 열망하여 일제에 대항하는 수많은 ‘아’들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경제적인 이익만을 생각하는 어리석고 무책임하며 이기적인 태도”를 지적하면서, 이것이 민중의 화합과 연대를 깨뜨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제에 순응하는 태도가 결국 국가 전체의 식민지를 가속화하며 정체성을 상실하게 할 것이라는 점을 예측해 자신의 비판 논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논리적 근거들이 제한된 분량 안에서 다채로우면서도 충분히 설득력있게 전개됐기에 좋은 평가를 줬습니다. ☞ 포인트
프라임리더스 
인문계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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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가 각각 객관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을 띠게 된 이유에 대해 제시문을 분석해 논리적으로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제시문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지 않고 이해한 바대로 적절히 환문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이처럼 제시문을 소화해 자신의 표현으로 옮겨 담고, 논리적으로 생각을 밝힌다면 좋은 인상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