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통계의 모든 것

절대치-상대치 잘 구분해야
통계의 함정 피할 수 있어

몇 배 증가·감소만 보지 말고
절대 숫자의 변화 살펴야

잘못된 통계는 의사결정에
잘못된 해결책 제시하는 꼴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쌀 안경 자동차 대입전형료 등 460개 대표품목의 표본조사에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하고 있다. 반면 5년 단위인 경제총조사는 표본조사가 아니라 전수조사로 시행한다.  연합뉴스
통계청이 매월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쌀 안경 자동차 대입전형료 등 460개 대표품목의 표본조사에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하고 있다. 반면 5년 단위인 경제총조사는 표본조사가 아니라 전수조사로 시행한다. 연합뉴스
통계는 숫자로 표현된 과거입니다. 미래에 대한 통계가 있을 수 없는 이유죠. 통계가 중요한 이유는 통계를 통해 과거의 패턴을 살펴보고 모형화해서 미래를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통계는 있는 그대로 산출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당국이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 통계를 낼 때 관련된 숫자를 편의에 따라 부풀리거나 줄인다면, 우리는 그 통계를 믿지 못합니다. 잘못된 통계는 잘못된 해결책을 내게 되고 결국, 통계 하나가 국가의 자원을 불필요하게 소모하게 만들고 맙니다.

우리가 각종 통계를 정확하게 보기 위해선 기본적인 식견이 있어야 합니다. 통계를 제대로 보는 데 방해를 일으키는 요소는 많습니다. 편견은 대표적인 장애물입니다. 편견을 가지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믿는 확증편향에 빠집니다. 잘못된 지식과 정보도 통계를 잘못 읽게 합니다.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p)를 구분하지 못하면 오류에 빠집니다. 책 두 권을 소개하겠습니다. 《통계의 함정》이라는 책과 《팩트풀니스》입니다. 여름 방학 때 사서 꼭 읽어보세요.

통계를 볼 때 절대치와 상대치를 제대로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5년 전보다 바다 상어 공격 피해가 두 배 증가했다는 통계 기사가 있다고 칩시다. 여러분은 아마 바다에서 수영하기 싫을 겁니다. 두 배는 위험의 상대수치입니다. 실상은 2건에서 4건으로 늘어난 것인데, 과장을 좋아하는 언론은 두 배 늘었다고 표현합니다. 5년간 겨우 2건이 늘었을 뿐이죠.

이런 절대치와 상대치 바꿔치기는 의외로 많이 나옵니다. 관심을 끌려 할 때 이런 수법이 동원됩니다. 바다로 놀러 가는 수많은 사람 중 사고가 4건밖에 발생하지 않았다면 사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습니다. 항상 절대 수치가 얼마인지를 따져보아야 합니다.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를 구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약이 발병률을 0.02%에서 0.01%로 떨어뜨린다면 제약사들은 어떻게 홍보할까요? ‘50% 감소 효과’라고 하면 눈에 잘 띄겠죠? 사실 이것은 0.01%p 감소일 뿐이죠. 퍼센트포인트보다 퍼센트가 더 크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죠. 일상생활에서 퍼센트와 퍼센트포인트는 좋든 나쁘든 많이 쓰인답니다. 무엇인가가 크게 보이려면 퍼센트, 작게 보이려면 퍼센트포인트를 사용하죠.

위험도를 과장하는 통계도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물이나 음식류에서 유해 물질이 발견됐다는 뉴스는 언제나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모유에서 300가지가 넘는 유해 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뉴스로 인해 영국이 발칵 뒤집힌 일이 있었습니다. ‘유해 물질=위험하다’는 인식이 우리 뇌를 지배합니다만, 이 뉴스는 사실 과장된 통계 해석이었습니다. 요즘 검출 기술은 분자화학 측정법의 발전으로 아무리 적은 양의 물질이라도 다 잡아냅니다. 10억분의 1은 물론이고 100경분의 1까지 검출해내죠. 호수에 각설탕 하나 떨어뜨려도 성분을 잡아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독성 여부입니다. 분자화학 측정법으로 모유를 조사하면 아니 모든 음식물을 조사하면, 유해한 것으로 나옵니다. 핵심은 복용량입니다. 사실 아기가 모유를 평생 먹어도 괜찮을 정도의 양이죠.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1958년 딜레니 의원이 국민 건강을 생각한답시고 ‘미국 식품에서 암을 유발하는 첨가물이 검출되어서는 안 된다’는 법을 발의해서 법으로 만들었어요. 그러자 거의 모든 식품이 이 조항에 걸려들었습니다. 모든 식품에서 암을 유발하는 첨가물이 검출됐지요. 그러자 난리가 났습니다. 먹어도 괜찮은데 단지 뭔가가 검출됐다는 이유로 생산을 못 하게 하면 되냐며 농부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결국 그 법은 폐기됐습니다. ‘검출=암’이라는 것은 과장입니다.

파라켈수스는 “만물에는 독성이 있으며 독성이 없는 물질은 없다. 독성이란 오직 그 복용량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습니다. 파라켈수스를 아는 사람이 대중 사이에 적다는 게 문제인 거죠.

편견이나 잘못된 정보에 많이 노출되면 통계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됩니다. 다음 질문에 답을 한 번 해보세요. “오늘날 저소득국가의 여자아이들 중 몇 퍼센트가 초등교육을 마쳤을까요?” (1) 20% (2) 40% (3) 60% … 답은 (3)번입니다. 우리가 보통 접하는 언론매체들은 저소득국가의 아이들이 교육을 전혀 못 받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합니다. 이 때문에 이 질문의 정답률이 매우 낮습니다. 대개 (1)번을 고릅니다. 《팩트풀니스》의 저자는 11가지의 본능을 들면서 우리가 세상을 통계적으로 잘못 보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통계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① 통계를 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책 《통계의 함정》과 《팩트풀니스》를 읽고 독후감을 친구들과 교환해보자.

② ‘2배 늘었다’와 ‘100% 늘었다’가 이미지상 어떤 차이를 주는지, 어떤 경우에 잘 쓰이는지를 알아보자.

③ 편견과 잘못된 지식이 통계 위험도를 얼마나 호도하는지를 알아보고 토론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