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여권의 ‘포털 규제’가 본격화되고 있다. 포털의 뉴스 편집 등을 자동으로 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까지 추진되고 있다. 법안은 처음 발의됐을 때부터 논란이 분분했다. “정부 비판이 많다고 포털을 규제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불만과 비판이 컸다. 네이버 다음 등이 주 타깃이었다. 여당의 ‘언론개혁’ 주장과 같은 맥락이었다.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은 채 언론과 포털 탓이나 하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반론이 만만찮지만, 알고리즘 공개를 의무화하고 심지어 정부가 시정 요구까지 강제할 수 있는 법안까지 나왔다. ‘포털 손보기’ ‘포털 길들이기’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여당은 당내에 관련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입법 절차에 들어갔다. 내세우는 논리는 “뉴스 편집에서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쇼핑과 광고 편집 때도 편향적 입장을 취한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면서 포털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하지만 민간 기업인 포털에 알고리즘은 사업을 유지하는 핵심 노하우이면서 막대한 투자로 개발한 고유의 기술이다. 이를 공개하라는 것은 곧 기술 기밀과 영업 비밀을 공개하라는 게 될 수 있다. 네이버 같은 포털에 AI 알고리즘 공개를 법으로 강요할 수 있을까.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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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포털 새로운 미디어로 자리 잡아…'사회적 책임'도 함께 져야포털의 뉴스 편집에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포털 측이 정치적 편향성이 없다고 계속 주장한다면 AI 방식의 알고리즘을 공개하고, 사회적으로 검증을 못 받을 이유가 없다. 스스로도 당당해지는 길 아닌가. 법으로 강제한다고 불만만 나타낼 상황이 아닌 것이다. 뉴스뿐만이 아니다. 포털이 주요 사업 분야로 키우고 있는 쇼핑이나 광고에서도 편향적 입장을 취한다는 소비자 불만이 종종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해명이 필요하다. 거대 기업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는 포털이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정이다.

포털은 이제 그 자체로 언론이라고 봐야 한다. 그것도 영향력과 파급력이 매우 큰 미디어가 됐다. 많은 신문과 방송, 인터넷 매체들이 포털에 종속돼 가면서 ‘갑을 관계’처럼 변했다. 포털은 늘 객관성을 내세우고 있고, 뉴스 등의 콘텐츠는 생산자(개별 언론사)에 소유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한다. 그렇게 책임을 피하면서 포털 스스로는 ‘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커진 덩치나 행사하는 영향력에 걸맞은 법적인 책임, 사회적 책임을 질 때가 됐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그런 차원에서 공개된 곳에서 객관적인 방식으로 검증을 하자는 주장이고, 이를 수용하라는 것이다. 뉴스의 경우 포털이 기사 배열 알고리즘의 구성 요소와 배치 기준을 공개하는 것이 과연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나.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차원에서 볼 때 포털은 분명히 새로운 형태의 언론이다. 그런데도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은 AI 알고리즘 뒤에 숨고 있다. 알고리즘을 짜는 주체가 사람인 만큼 사람이 입력하는 구성 요소나 가중치, 빅데이터 가공 방법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 것을 공개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검증을 받으라는 것이다. 신문이나 방송 없이는 살 수 있어도 포털 없이는 살 수 없는 게 현대인이다. [반대] 기술·영업 기밀 다 공개 하라는 것…정부의 '비판언론 길들이기'포털의 AI 알고리즘을 강제로 공개하라는 것은 정부 입맛에 맞도록 하는 ‘포털 길들이기’이자 새로운 규제다. ‘정치적 중립성’이나 ‘편향성’을 거론하지만 비판 뉴스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근래 들어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줄곧 외쳐온 이른바 ‘가짜뉴스 처벌’ 주장이나 ‘언론개혁’ 목소리의 연장선에 있다. 이런 주장은 언론의 존재 이유를 부인하고 의사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며, 거듭된 우려와 비판에도 끝내 ‘마이웨이’로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포털은 스스로 책임을 지는 민간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이다. 중립성이 없고 편향성이 강하다면, 이용자가 알아서 외면할 것이다. 그런 포털은 누가 도와도 홀로 설 수가 없다. 홀로서기를 못하면 존재할 수 없고 도태된다. 그게 시장 원리다. 검색 시장, 포털서비스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설령 포털에 일시적·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다 해도, 그래서 ‘공공’이나 정부의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정부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시정명령 등 행정 조치를 얼마든지 내릴 수 있다. 이밖에 편향된 보도로 누군가 피해를 봤다면 언론중재위원회도 있다. 사적(私的) 영역에서는 법원으로 찾아가는 손해배상 소송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알고리즘 공개법’ 외에 ‘알고리즘 시정 요구’까지 가능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

검색이 업(業)의 주요 핵심인 포털에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것은 기술비밀과 영업기밀을 다 내놓으라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렇게 강제하면 어느 포털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겠나. 그렇게 투자를 회피하다가 국내 검색시장을 아예 구글에 다 내주겠다는 것인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아예 정부 돈으로 ‘공영 포털’을 만들자고 했다. 정부 광고를 매개로 이런 ‘관제 포털’에 언론이 순응하게 하자는 주장까지 했다. 그 연장선상의 시도라는 것을 많은 국민이 알고 있다. √ 생각하기 - 포털규제, 언론통제 돼선 곤란…야당 됐을 때도 주장 가능한 논리일까
[시사이슈 찬반토론] 포털의 업무 기밀 'AI 알고리즘' 공개, 법으로 강제할 수 있나
포털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포털 규제가 언론 통제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언론 보도에 따른 피해구제 방법은 지금도 다양하게 열려 있다. 그러지 않아도 여당이 언론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겠다고 한 터여서 여러 가지로 오해를 살 수 있다. ‘공영 포털’을 만들고 정부 예산을 광고로 내걸어 언론 활동에 개입하자는 주장과 연계해 보면 ‘큰 정부’의 부작용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는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온갖 억측과 불필요한 오해에서 벗어나자면 여당은 “야당이 됐을 때도 같은 논리와 주장으로 같은 포털 규제법을 만들 것이냐”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야당이 되면 입장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언론의 자율성과 독립성, 표현의 자유 등은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여당이 자초할 필요는 없다. 기사나 보도라는 것은 접하고 보는 관점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