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의 인문 논술 강의노트
오늘은 추론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추론의 뜻을 아래와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추론(推論) : 미루어 생각하여 논함. 혹은 어떠한 판단을 근거로 삼아 다른 판단을 이끌어 냄.

단원이 바뀔 때마다 해왔던 단어 풀어보기를 오늘도 잠깐 같이 해볼까요? 추(推)자는 재밌는 글자예요. 복잡하게 생겼지요? 이 글자는 앞에 손(, Hand)자와 새(, Bird)자의 결합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새는 후진을 못하지요? 손으로 새를 잡으려 하면 새는 앞으로 날아가려 할 것입니다. ‘추(推)’자는 이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의미하는 글자예요. 단순한 논의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더 나아가 더 깊이 생각해보는 것, 이것이 추론의 근본적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늘 추론을 하며 살아갑니다. 일상에서는 추론보다 ‘추리’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사실 두 단어의 의미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범죄 현장을 관찰하면서 범인을 찾아내는 셜록 홈즈의 추리는 우리의 경탄을 자아내지만, 사실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면 누구나 추리라는 사유를 (의도하지 않더라도) 합니다. 시각적 정보만으로 일상을 영위하기에는 정보가 불충분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면 어떤 식당에 들어갔는데 식사하는 이들이 한 테이블씩 건너서 앉아있다면, 우리는 이 식당의 거리두기 방식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친구가 갑자기 어제와 다른 태도로 나를 대한다면, 이 친구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하고 왜 그런지 어제부터 오늘까지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 보게 되는 법입니다. 혹은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어떤 사람이 급히 뛰어가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경우에도 무슨 일인가 바라보고 절로 그 원인을 생각합니다. 혹은 시험을 망치고 집에 들어갔는데 부모님 표정이 안 좋으시면 내 성적을 아셨을까 봐 겁이 덜컥 납니다. 이 모든 것이 큰 범주에서 추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추론은 판단의 논리적 연쇄작용입니다. 즉 이미 알려진 정보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어떤 현상을 목격하면 원인에 대해 생각하거나 결과를 예상해보는 논리적 사유도 추론의 일종입니다. 새로운 정보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적은 정보를 토대로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판단에 기여하기도 합니다. 이런 추론이 논술고사에서도 활용됩니다. 특히 자료를 제공하는 해석 문항에서 그렇습니다.

문항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래 도표를 분석해보세요. (스스로 생각해 본 후에 답안을 읽어보세요)
[2022학년도 논술길잡이] "자료를 만나게 되면 원인과 결과를 추론해 보자"
도표: 산업 변화에 따른 후추나방의 자연선택 (연세대 인문논술 2008 모의)

(위의 도표에서 왼쪽은 흰색나방, 오른쪽은 검은색 나방을 의미한다.) 분석의 답안도표는 산업 환경의 변화에 따른 후추나방의 자연선택을 보여준다. 산업혁명 시기에는 검은색 후추나방이 증가하고, 대기오염이 규제되는 시기에는 흰색 후추나방의 개체가 급증한다. 후추나방의 색은 100년 남짓한 시기 동안의 환경 변화에 따른다. 오염도가 높아지면 흑색이, 청정도가 높아지면 흰색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 환경오염 정도는 인간사회 발전과정의 부산물이다.


이 답안은 위 자료의 객관적인 정보를 정리해서 말한 경우입니다. 후추나방의 색 변화와 인간사회의 변화를 대비해서 관계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정보를 ‘단순 정리’한 것에 그쳤습니다. 그럼 이제 추론을 동원해 보지요. ‘더 나아가 생각’해 볼까요? 위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판단을 만들어보세요. 왜 이렇게 되었을지 원인을 생각해보고,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결과도 예측해보면서, 이런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일반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구체적으로 질문하자면, 왜 후추나방의 색이 변화했을까요? 산업혁명이 일어났을 때 검은색 후추나방의 개체수가 증가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아마도 오염되고 탁한 환경에서 검은색 후추나방이 포식자들의 눈에 덜 띄었을 것입니다. 흰색 나방들은 잡아먹히고 검은색 나방들이 살아남았다면, 후추나방의 후손 집단에서는 검은색 개체의 비중이 크게 높아지겠지요. 그렇다면 대기오염의 규제가 시작되었을 때 후추나방의 개체수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일까요? 오염의 규제는 산업혁명 이전의 공기질이나 오염 수준으로 환경을 복원시켰고 이때부터는 오히려 흰색 후추나방이 검은색 후추나방보다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었음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생각해보는 것이 추론입니다. 계속 나아가 보세요! 생각을 더 파고들어 보는 것입니다. 후추나방과 인간사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여기까지 꼭 스스로 생각해 본 후에 아래 답안을 읽어봅시다. 답안도표는 산업환경의 변화에 따른 후추나방의 자연선택을 보여준다. 산업 혁명에 이은 초기 산업은 대기질을 악화시켜 검은색의 개체 생존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그러나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서는 오히려 흰색이 눈에 띄지 않는다.

후추나방의 보호색 변화는 생존 경쟁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도표에서 산업혁명에 따른 오염이 발생한 이후 검은색 나방의 개체수가 폭증하는 이유는 생태계의 사슬에서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는 자연적 선택의 결과다. 즉 검은색 개체의 생존 확률이 높아 자손을 남길 수 있었고 이것이 집단의 밀도를 결정한 것이다. 따라서 대기오염 규제에 따라 환경이 개선되자 똑같은 원리로 흰색 개체가 많아지는 것이다. 이런 색 변화는 유기체의 진화가 상대적으로 결정됨을 시사한다.

한편 인간사회의 진보는 후추나방의 보호색과 달리 일정한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산업혁명은 부족한 물질적 여건을 충족하려는 사회적 노력의 결실이며, 대기오염 규제는 더 나은 생활환경을 구축하려는 2차적 혁명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방의 생존과 달리 인간사회의 변화는 목표를 위한 능동적 조작이다.

이 자료를 바탕에 둘 때, 후추나방은 대기수준과 환경상태에 따라 앞으로도 변화할 수 있다. 대기오염의 규제가 심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에서 후추나방의 색별 개체수의 차이가 크게 나리라는 점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사회는 삶의 양적, 질적 수준을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일관되게 나아갈 것이다. 후추나방에게는 포식자로부터의 생존이 지상목표지만, 인간은 단순한 생존만을 목적에 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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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sammai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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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론은 판단의 논리적 연쇄작용입니다. 즉 이미 알려진 정보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어떤 현상을 목격하면 원인에 대해 생각하거나 결과를 예상해보는 논리적 사유도 추론의 일종입니다. 새로운 정보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적은 정보를 토대로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판단에 기여하기도 합니다. 이런 추론이 논술고사에서도 활용됩니다. 특히 자료를 제공하는 해석 문항에서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