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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꿀벌 덕에 과일 나무 수확 늘어났으니
과수원 주인은 수익 나눠야 하는 것 아닌가"
벌을 키워 꿀을 채집하는 양봉업자는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인근 과수원에 이익을 제공한다. 벌들이 과수원으로 날아가 수분을 돕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 경제주체의 행위가 제3자에게 대가 없이 영향(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을 미치는 것을 경제학에서 ‘외부효과’라고 한다.   연합뉴스
벌을 키워 꿀을 채집하는 양봉업자는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인근 과수원에 이익을 제공한다. 벌들이 과수원으로 날아가 수분을 돕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 경제주체의 행위가 제3자에게 대가 없이 영향(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을 미치는 것을 경제학에서 ‘외부효과’라고 한다. 연합뉴스
“공장 폐수가 인근 바다로 흘러들면서 가두리 양식장들이 큰 피해를 봤습니다. 남해안에 나가 있는 OOO 기자를 불러보겠습니다.” “벌을 키워서 꿀을 따는 양봉 사업자들이 주변 과수원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벌들이 과수원 수분을 돕기 때문이다.”

여러분은 방송 및 신문에서 이런 보도나 기사를 가끔 접했을 것입니다. 언뜻 보면 단순 고발성 혹은 화제성 보도처럼 보이지만,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외부 경제’ 이슈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외부 경제, 즉 경제의 외부성이 중요한 이유는 한 경제 주체의 행동이 제3자에게 영향을 주고, 이것이 자칫 경제 주체 간 갈등, 지역 갈등, 재산권 분쟁, 사회적 후생(복리) 문제로 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의 외부성은 두 가지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좋은 얼굴이고, 다른 하나는 나쁜 얼굴입니다. 양봉업자 덕분에 과수원 주인이 이익을 본다는 보도처럼 좋은 외부성을 미치는 경우 갈등의 소지는 적습니다. 그러나 공장과 양식업자 사이처럼 제3자에게 피해를 주는 외부성이 발생하면 두 당사자 간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이 필요해집니다. 경제학 책에선 좋은 얼굴을 한 외부성을 ‘외부편익’이라고 부르고, 나쁜 얼굴을 한 외부성을 ‘외부비용’ 혹은 ‘외부불경제(外部不經濟)’라고 부른답니다. 외부 편익은 사회적 후생을 높인다고 할 수 있고, 외부불경제는 사회적 후생을 감소시킨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경제학은 이런 문제를 정치적, 환경운동적 관점에서 풀기보다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해 효과적으로 풀라고 권합니다. 여러분이 정책 당국자라면 외부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싶으세요? 오염도 줄이고, 기업에도 도움이 되고, 피해자도 적절한 보상을 받는 방법은 없을까요? 경제학자들은 “무조건 배출하지 말라”고 금지하는 방식보다 오염배출세나 오염배출권 거래제도를 시행하라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 추천합니다. 오염배출에 세금을 물린다면 기업들은 오염을 줄여야 하는 가격 인센티브에 반응할 겁니다. 그럴 능력이 적다면 세금을 더 내게 되고 그 세금으로 피해자 구제에 나설 수 있습니다. 배출세 비용이 오염방지 시설 개선보다 비쌀 경우 기업들은 방지시설을 설치하려 하겠죠. 배출권 거래제도도 훌륭한 방법입니다. 여러분이 공부하는데 주변 상가에서 나오는 음악이 방해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갈등을 해결해야 할까요? 4~5면에서 외부성을 더 알아봅시다.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