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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90호 2021년 1월 11일

대학 생글이 통신

[대학 생글이 통신] 미국 대학 진학, 명문대보다 자신과 맞는 곳을 골라야

‘재수는 생각해본 적 없니?’ 제가 와바시 대학(Wabash College)으로 진학한다고 했을 때, 주변 어른들께서 제게 하신 말씀입니다. 와바시 대학. 굉장히 생소한 대학일 겁니다. 미국 대학 지원을 위해 수년간 준비하던 저조차도 이 학교에 지원하기 전까지 자세한 것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와바시 대학은 1832년 다트머스대 졸업생들이 인디애나 크로포즈빌이라는 조그마한 소도시에 세운 대학으로, 미국에서 세 군데 남은 4년제 남자대학 중 하나입니다. 굳이 많고 많은 남녀공학 대학 대신 미국 내에서도 크게 인기가 없는 남자대학에 진학한 이유가 저에게는 있었습니다.

저는 고등학교 선택을 잘못해서 큰 낭패를 보았습니다. 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전공언어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해 학업에 지장을 겪었던 것입니다. 이런 실패를 겪고 나니 학교를 지원할 때는 단순히 명성만이 아니라 주변 환경, 교육 체계, 학생들 간 분위기 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더군다나 한국도 지역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미국은 땅이 넓어서 주마다 분위기가 굉장히 다릅니다. 샌프란시스코와 맨해튼 하면 누구나 미국을 떠올리겠지만, 각각이 위치한 캘리포니아와 뉴욕의 분위기는 정반대입니다. 이런지라 저는 단순히 성적을 보고 지원할 학교를 정하지 않고, 학교를 보고 지원하지 말지를 정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생각을 한 후 친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아이비리그 대학(미국 동부에 있는 8개 명문대)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점수였습니다. 주변에서도 그 정도 성적을 받았다 하니 미국 명문대 입학이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말이 나왔고 저도 솔깃했습니다. 점수만 보자면 아이비리그 입학은 불투명하지만, 그 아래 사립대학들이나 유명 주립대학 입학은 수월한 점수였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이런 생각들이 계속해서 떠올랐습니다. ‘명문인 대학은 명문인 이유가 있고 이름 없는 대학은 이름 없는 이유가 있는 것 아닐까?’ ‘괜히 이상한 선택을 하였다가 나중에 실망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고민하던 와중, 조그마한 대학에서 보낸 입학 홍보물을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보았는데, 그것이 저의 생각을 크게 바꿔놓았습니다. 이름도 처음 들어본 대학이고, 입학하는 학생들의 성적도 그저 그런 대학이지만, 교육 환경이 굉장히 좋고, 동문도 좋은 커리어를 쌓고 있었습니다. 저와는 잘 맞지 않는 것 같은 대학이었지만, 이러한 대학들을 점점 찾아다니다 보니 저와 굉장히 잘 맞을 것 같은 대학을 마침내 하나 발견했습니다. 바로 와바시 대학입니다.

와바시 대학은 뉴욕타임스 교육 에디터였던 로렌 포프가 자신의 저서인 《내 인생을 바꾸는 대학》에서 이와 비슷한 대학은 없다고 얘기했을 정도로 특이한 문화를 지니고 있습니다. 학생 대부분이 운동선수이거나 운동을 즐기고, 형제회(Fraternity)에 가입하며, 학생들 간에 형제애(brotherhood)가 존재하고, 무엇보다도 남자 대학입니다. 또한 2000년대 초반 입학 경쟁률이 상당히 올라갔을 때조차도 성적을 우선시해 학생을 뽑기보다는 이 학생이 학교에 맞는지를 판단해서 입학 허가서를 주었던 학교입니다.

이러한 와바시 대학의 설명을 읽었을 때, 저는 이 대학에 다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제게 이보다 더 좋은 학교는 존재하지 않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동문 네트워크와 인턴쉽 기회가 미국 1등(Princeton Review지 2020 대학 랭킹)으로 평가받기도 하여서 금상첨화였습니다. 다른 대학들도 지원해 합격하였지만, 저는 대학 랭킹에서 와바시보다 높게 평가받는 대학들 대신 와바시에 진학하였습니다. 보통 성적에 맞추어 대학을 지원하는 것과 다르게, 대학을 보고 지원하는 것의 결과는 어땠냐고요? 결론만 말하자면, 저는 대단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김기현 생글 13기, Wabash College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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