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길라잡이

알면 쓸모있는 금융이야기
(4) 주식투자지표 : PER과 PDR
가치주는 뭐고 성장주는 또 무엇일까
서점의 '재테크' 코너를 둘러보다 보면 주식투자와 관련된 많은 책을 만나게 된다. '시장을 이기는…'과 같은 점잖은 제목부터 '마법' '절대지식'과 같은 심상치 않은 제목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토록 많은 종류의 책이 출간되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주식투자를 잘 하는 정해진 공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주식투자로 성공한 이들의 공통적인 비법이 있다면 아마도 '낮은 가격에 주식을 사서 높은 가격에 팔았다'는 정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이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본래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을 사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미래에 빠르게 성장해 가격이 크게 오를 만한 주식을 사는 것이다. 보통 전자의 주식을 ‘가치주’, 후자의 주식을 ‘성장주’라고 한다. 기업가치보다 낮은 가격이면 가치주로 봐야가치주는 회사 실적이나 보유자산 등 본래 가치에 비해 시장에서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주식이다. 그러면, 주식이 본래 가치에 비해 시장에서 낮게 혹은 높게 거래되는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많은 이론과 지표가 있으나 산정이 쉽고 명확해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돼온 지표가 바로 PER(주가수익비율: price earning ratio)이다.

PER는 기업의 주가를 1주당 순이익인 주당순이익(EPS: earning per share)으로 나눈 것으로 현재 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몇 배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주식가격이 3만원이고 주당 순이익이 1만원인 기업이라면 PER가 3이 되며, 해당 기업 순이익을 3년간 모으면 그 회사를 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PER가 낮으면 회사 이익 규모에 비해 주가가 낮은 것으로, PER이 높으면 이익 규모에 비해 주가가 높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통상 가치주는 기업 본질적 가치에 비해 주가가 낮은 주식을 사는 것이므로 투자 대상이 되는 주식은 PER가 낮은 주식 군에 속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런 가치주에 투자하는 것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닌데, PER가 낮은 이유가 애초 가정한 바와 같이 주식 시황에 따라 단순히 저평가돼서일 수도 있지만, 아직 회사 순이익 등 실적에 반영되지 않은 회사의 경쟁력 약화나 시장환경 악화 등 근본적 요인에 기인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 가치가 하락하면서 주가도 더욱 하락할 수 있다.

PER을 이용할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업종에 따라 PER 차이가 크기 때문에 단순히 PER의 절대적 수치만으로 기업이 높게 혹은 낮게 평가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상장기업의 평균 PER은 18.6이지만 업종별로 보면 은행(3.5), 자동차(8.7) 등 전통산업에 속한 기업의 PER은 대체로 낮고 반도체(24.0), 헬스케어(215.8) 등 정보기술(IT), 바이오 같은 신산업 기업의 PER은 대체로 높게 형성돼 있다. 따라서 특정 기업의 PER가 높은지 낮은지에 대한 판단은 해당 기업이 속한 업종의 평균 PER나 대표기업 PER와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 현재 실적보다 미래를 내다보는 주식은 성장주
금융감독원
학교금융교육팀
금융감독원 학교금융교육팀
성장주는 현재는 미미하나 향후 매출과 이익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의 주식을 뜻한다. 기술 개발로 산업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거나,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때 미래에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들로, 미국 전기자동차 생산업체인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시장이 성숙하고 사업이 안착될 때까지 장기간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하므로 통상 분모에 해당하는 주당순이익이 크지 않아 PER가 높다. 실제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주가 기준 세계 1위에 오른 테슬라의 PER가 약 1000 내외로, 이는 지금의 이익이 계속될 것으로 가정할 때 1000년간 이익을 모아야만 해당 기업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치다.

최근에는 이렇게 기존 PER로 해석이 어려운 성장기업들의 높은 주식가격을 설명하기 위해 기업의 꿈·희망을 현재 주식가격과 비교한 ‘주가꿈 비율’(PDR: price to dream ratio) 지표도 등장하였다. PDR은 기업의 ‘주가 총액’을 ‘전체 시장 규모×시장점유율’로 나눠 구하는데, 이때 전체 시장 규모는 10년 후 예상되는 규모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나 미래 시장 규모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기업 경영상황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어서 PDR 지표 역시 다양한 참고자료의 하나로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실제로 2000년 초반 세계적으로 IT 열풍이 불어 관련 회사 주식이 폭등하였을 때 당시 국내 벤처기업인 골드뱅크의 PER가 1만 가까이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후 버블이 꺼지면서 상장폐지돼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안겨준 사례도 있었다.

오늘은 PER을 중심으로 가치주와 성장주에 대해 개략적인 내용을 살펴봤다. 두 종류 주식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고, 사실 대부분 주식은 가치주와 성장주의 성격을 함께 지니는 경우가 많아 어떤 종류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섣불리 단정짓기는 어렵다. 다만 주가는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이므로 본인이 투자하려는 기업이 있다면 사전에 많은 정보를 분석해 신중히 판단하고 거래해야 한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주식투자를 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 방법이 될 것이다. NIE 포인트① 작년에 비해 올해 주당순이익(EPS)이 급격히 상승한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어떻게 변동할까.

② 바이오기업, 전기차 제조기업 등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회사들의 PER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이 있는데 이유가 무엇일까.

③ 세계 경제 동향과 국가별 경제 상황, 산업별 업황, 개별기업의 현재 실적 및 미래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주식에 투자할 때 가치주와 성장주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유리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