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인구의 경제학

합계출산율 0명대로 떨어져
OECD 회원국 중 가장 심각
은퇴자 늘며 복지부담도 가속
vs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노동력 부족 문제 충분히 해결
진정한 복지와 여유있는 삶 가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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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인구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시점은 2006년으로, 다른 나라보다 늦었다는 지적을 받는다. 게다가 저출산·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통계청은 2016년 ‘장래인구추계’(2015~2065년)에서 한국의 총인구(외국인 거주자 포함)가 감소세로 돌아서는 시점을 2032년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인구 감소 시점을 2028년으로 앞당겼다. 저출산·고령화 가속화
"인구 줄어들면 생산 절벽" vs "AI 발달로 노동력 감소 대체"
한국의 저출산 추세는 매우 심각하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아이 수)은 0.92명대로 전년(0.98명)보다 더 떨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일한 0명대다. 인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하는데 한국 여성은 한 명도 채 낳지 않는다는 의미다. 향후 출생아를 가늠할 수 있는 결혼 건수도 계속 줄고 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23만9200건으로 전년(2018년)보다 7.2% 줄었다. 2012년부터 8년 연속 내리막이자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후 최소 기록이다.

고령화 속도도 커다란 부담이다. 65세 이상 내국인 고령인구는 올해 803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6.1%를 차지한다. 유엔은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로 구분한다. 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지 불과 17년 만인 2017년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장 심각했던 일본은 1970년 고령화사회, 1994년 고령사회, 2006년 초고령사회가 됐다.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가는 데 24년 걸렸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7년이나 빨랐다. 통계청은 한국이 2025년 고령인구 1000만 명을 넘어서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2060년 무렵에는 한국의 고령화가 일본을 추월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생산·소비 위축으로 경제 규모 쪼그라들 우려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생산과 소비를 위축시켜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의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올해 7월 기준 3579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71.5%를 차지한다. 내년에는 현재 64세인 66만7616명이 은퇴하는 반면 새로 생산연령인구에 편입되는 14세는 42만9899명에 그친다. 내년 한 해에만 23만7717명의 생산연령인구 숫자가 줄어드는 것으로, 그만큼 국내 생산과 소비가 감소하게 된다는 의미다. 그 뒤로도 오랫동안 매년 20만 명 이상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든다. 지방도시의 소멸도 예상된다.

일부에선 은퇴자가 많고 신규 노동시장에 들어서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청년실업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생산·소비 감소로 경제 규모가 쪼그라들면 투자와 일자리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일자리 감소는 또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등 ‘경제의 악순환’이 야기될 수도 있다. 일본이 1990년 이후 ‘잃어버린 20년’ 동안 장기 슬럼프에 빠졌던 것도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생산연령인구가 줄고 고령자는 늘어난 영향이 컸다.

복지에 대한 부담은 더 늘어난다.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내는 인구가 줄어드는 반면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같은 복지 혜택을 필요로 하는 인구는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재정의 악화로 이어진다. 내국인 생산연령인구 100명 대비 부양인구(14세 이하 유소년인구와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합)는 올해 39.8명에서 2030년 54.5명으로 늘어난다. 유소년인구의 부담은 더욱 크다. 유소년인구 100명당 고령인구 비율인 ‘노령화지수’는 올해 129.0명에서 2030년 259.6명, 2040년엔 340.9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유소년인구 한 명이 장차 3.4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는 의미다. 시급한 대책 마련 필요급격한 저출산·고령화로 대한민국은 2060년께면 OECD 국가 중 가장 ‘늙은 국가’가 될 것으로 예견된다. 심지어 국회 입법조사처는 2014년에 당시 인구 감소 추세가 이어진다면 2750년 한국인이 멸종된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적이 있다. 유엔 미래보고서도 2800년이면 마지막 한국인이 숨을 거둘 것이라는 경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물론 《인구 쇼크》라는 책으로 유명해진 앨런 와이즈먼은 진정한 복지와 여유있는 삶을 향한 인류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으로 인구가 줄어야 한다는 반론을 편다.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고 정년을 연장하면 경제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남북한의 통일로 인구 구조도 건전해질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빠른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NIE 포인트①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이유는 무엇일까.

② 생산연령인구의 지속적인 감소가 불가피한데, 생산·소비 위축에 따른 부정적 영향과 청년실업 해소라는 긍정적 영향 가운데 어느 쪽이 우리 경제에 더 큰 영향을 줄까.

② 한국 인구의 적정 규모는 얼마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최근의 급속한 인구 감소를 억제하는 방안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