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橘化爲枳(귤화위지)
▶ 한자풀이
橘: 귤 귤
化: 화할 화
爲: 될 위
枳: 탱자 지


강남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되듯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달라짐을 비유-<안자춘추(晏子春秋)>


안영(晏)은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이다. 세 명의 왕을 모신 재상이지만 늘 검소하고 몸가짐을 조심했다. 재상이 된 뒤에도 고기 반찬을 올리지 않고 아내에게도 비단옷을 입히지 않았다. 달변에 임기응변이 뛰어났지만 조정에서도 항상 품행을 삼갔다.

제나라를 얕보던 초나라 영왕이 그를 초청했다. 영왕이 인사말을 나눈 뒤 안영을 깔보듯 물었다. “제나라에는 사람이 없소? 하필 경(卿)과 같은 사람을 사신으로 보낸 이유가 뭐요?” 안영의 키가 작은 것을 비웃은 말이었다. 안영이 서슴지 않고 답했다. “그 까닭은 이러하옵니다. 우리나라에선 사신을 보낼 때 상대방 나라에 맞게 사람을 골라서 보내는 관례가 있습니다. 즉,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보내고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보내는데, 신(臣)은 그중에서도 가장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초나라로 오게 된 것입니다.”

안영의 능수능란한 언변에 기가 꺾인 영왕이 부아가 끓어오르던 참에, 마침 그 앞으로 포리가 제나라 사람인 죄인을 끌고 갔다. 영왕이 잘됐다 싶어 안영에게 들으라고 큰소리로 죄인의 죄명을 밝힌 다음 말했다. “제나라 사람은 도둑질을 잘하는군.” 안영이 자세를 고쳐앉으며 답했다. “그 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제가 듣기로는 귤이 회남(淮南)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회북(淮北)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고 합니다(橘生淮南則爲橘 生于淮北爲枳(귤생회남즉위귤 생우회북위지). 이 둘은 잎은 비슷하나 그 열매의 맛은 전혀 다릅니다. 그것은 풍토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지금 백성 중 제나라에서 나고 성장한 자는 도둑질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초나라로 들어오면 도둑질을 합니다. 초나라의 물과 땅이 백성으로 하여금 도둑질을 잘하게 하는 것입니다.” 왕이 웃으며 말했다. “성인은 농담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과인이 오히려 부끄럽군요.”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작가/시인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작가/시인
《안자춘추(晏子春秋)》가 출처인 귤화위지(橘化爲枳)는 ‘귤이 탱자가 된다’는 뜻으로, 사람이 환경에 따라 선하게도 악하게도 됨을 일컫는 고사다.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