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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생글 674호 2020년 9월 7일

Cover Story

세상을 바꾼 ''창조적 파괴''…스마트폰의 다음 혁신은


“사과(애플)보다 더 달콤하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한 벤처기업인의 별세 소식이 사람들의 옛 기억을 끄집어냈다. 양덕준 전 레인콤 대표(69)는 2000년대 초반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를 내놓으며 세계시장을 휩쓸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세계 최대 가전쇼(CES)에서 최고 혁신 제품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아이리버는 미국 애플이 2003년 MP3 플레이어 아이팟을 소형화해 내놓으며 위기에 몰렸고, 사과를 깨물어 먹는 애플 비교광고를 내보내며 공격적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팟이 컬러 화면, 비디오 보기 등 지금의 스마트폰에 해당하는 기능을 속속 추가하면서 아이리버는 속절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2007년 아이폰이 나온 이후에는 아이리버뿐 아니라 대부분 MP3 플레이어가 시장에서 사라졌다.
스마트폰이 없앤 것들
터치 스크린을 내장한 휴대전화에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도록 고안한 아이폰은 이후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앱)을 자유롭게 적용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진정한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음악을 듣기 위해 MP3 플레이어, 사진을 찍기 위해 디지털카메라를 각각 들고 다니던 사람들은 기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면서 스마트폰에 열광했다. 스마트폰이 비교적 고가임에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면서 기존 제품들은 시장에서 퇴출됐다. 동영상 재생기인 PMP(portable media player), 전자수첩, 전자사전 등은 거의 사라졌고 디지털카메라, 내비게이션, 만보기, 계산기, 녹음기, 플래시, 게임기, 라디오 등 전자기기들은 오늘날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앨범, 알람시계, 달력, 수첩, 다이어리, 보청기, 광고전단 등 전자기기가 아닌 일반 제품들도 스마트폰에 밀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스마트폰이 어림잡아 30여 가지 제품의 시장을 무너뜨린 셈이다.
효용의 극대화
경제학에서는 특정 제품이 각광받거나 퇴출되는 이유를 ‘효용’과 ‘소비자 선택’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효용은 소비자가 상품을 소비해 얻는 만족감의 크기를 의미하며 소비자 선택은 주어진 소득으로 만족을 극대화하기 위한 인간의 행동이다. 디지털카메라는 조리개와 셔터를 매우 세분화해서 조절할 수 있고 MP3 플레이어는 작아서 휴대하기 편한 등 저마다 소비자에게 효용을 줬다. 그렇지만 각각의 기기를 갖고 다니기보다 각 제품의 꼭 필요한 기능만 넣은 스마트폰 하나를 들고 다니는 게 소비자의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그쪽으로 몰려가게 된다.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제품이나 서비스는 결국 위기에 몰리고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스마트폰의 미래는 어떨까
스마트폰은 오늘날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과 결합하면서 더욱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집밖에서 에어컨을 작동하거나 집안에서 자동차 시동을 걸 수 있게 되면서 리모컨이나 자동차 키(스마트키) 등은 쓸모를 잃어가고 있다. 얼마 전까지 대출받기 위해서는 은행 점포를 방문해야 했지만 지금은 핀테크 앱을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소액대출을 바로 받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이 활성화되는 것과 맞물리면서 은행, 식당, 부동산중개업소, 휴대폰 대리점 등 오프라인 매장의 수요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딥러닝(deep learning)으로 무장한 스마트폰이 더욱 똑똑해지면서 통·번역사 속기사 등의 직업도 위협하고 있다. 문법과 맞춤법을 바로 잡거나 멋진 연애편지 문구를 구하는 것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스마트폰 때문에 없어질 제품이나 서비스, 직업들이 많다는 의미다.

증강현실(AR) 기술이 조금 더 발전하면 아예 ‘스마트폰 없는 스마트폰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금도 스마트폰은 가방이나 옷에 넣어두고 스마트워치로 검색하거나 무선이어폰으로 전화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음성으로 스마트폰과 명령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확인하거나 앱을 실행할 수도 있다. 앞으로 안경에 디스플레이 기능을 구현하거나 스마트워치 위에 홀로그램을 띄울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발전하면 지금의 스마트폰 형태는 사라질 수도 있다.

기술과 예술의 차이는 예술은 새로운 사조가 들어와도 기존 사조를 밀쳐내지 않고 공존하지만 신기술은 이전의 기술을 없애고 그 자리를 꿰차는 특성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낭만주의가 유행하다 계몽주의가 도입돼 인기를 끈다고 해 낭만주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서로 공존한다. 반면 새로운 기술은 석기→청동기→철기의 흐름처럼 기존 기술을 완전히 몰아낸다. 끊임없이 혁신하지 못하는 기술은 사람들로부터 잊혀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의 다음 혁신이 어떤 후폭풍을 낳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
NIE 포인트
①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창조와 파괴라는 상반된 개념을 사용해 기술혁신을 ‘창조적 파괴’라고 명명한 이유는 왜일까.

② 스마트폰이 다양한 앱을 자유롭게 설치하거나 제거하도록 플랫폼화한 것이 정보통신산업 생태계를 완전히 바꾼 원동력으로 볼 수 있을까.

③ 스마트폰이 더욱 진화하면서 앞으로 바꿀 우리의 일상은 어떠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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