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九牛一毛 (구우일모)
▶ 한자풀이
九: 아홉 구, 모을 규
牛: 소 우
一: 한 일
毛: 터럭 모

아홉 마리 소에 털 한 가닥이 빠진 정도라는 뜻
대단히 많은 것 중 아주 적은 것의 비유-<한서>


한나라 7대 황제인 무제 때 장군 이릉(李陵)은 흉노를 정벌하러 5000명의 군사를 이끌고 출전했다. 열 배가 넘는 적의 군사를 맞아 10여 일간 치열하게 싸웠으나 패하고 말았다.

이듬해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전쟁 중 죽은 줄 알았던 이릉이 흉노에 투항해 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분노한 무제는 이릉 일족을 참형하라고 명했으나 중신들은 무제의 얼굴만 살필 뿐 누구 하나 옹호하는 자가 없었다. 사마천이 그를 변호하고 나섰다. “소수의 보병으로 수만의 오랑캐와 싸우다 흉노에 투항한 것은 훗날 황제의 은혜에 보답할 기회를 얻기 위함일 것입니다.” 사마천은 흉노들이 가장 무서워한 이광 장군의 손자 이릉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나라를 구할 용장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이에 진노한 무제는 사마천을 옥에 가두고 궁형(생식기를 잘라 없애는 형벌)을 내렸다. 남자로서 너무나 수치스러운 형벌이었다. 후세 사람들은 이때의 일을 ‘이릉의 화(李陵之禍)’라고 부른다. 사마천은 옥중에서 친구 임안에게 자신의 참담한 심경을 밝힌 편지를 썼다. “내가 법에 의해 사형을 받아도 아홉 마리의 소 중 터럭 하나 없어지는 것뿐이니, 나와 같은 자가 땅강아지나 개미 같은 미물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내가 이런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고도 죽지 않았으니 졸장부라고 여길걸세.”

아홉 마리 소 가운데서 뽑은 한 개의 털을 뜻하는 구우일모(九牛一毛)는 아주 많은 것 중에서 가장 적은 것을 비유하며, 친구에게 보낸 사마천의 편지가 출처다. <한서>나 <문선> 등에 나온다.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작가/시인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작가/시인
사마천이 이런 치욕을 견딘 것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고자 함이었다. 당시 그는 태사령(조정의 사서)이던 아버지 사마담이 통사(通史)를 쓰라고 유언을 남김에 따라 <사기(史記)>를 집필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2년 후 중국 최초의 역사서로, 불후의 명저로 꼽히는 <사기> 130권이 완성돼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