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길라잡이

오철 교수의 신흥국이 궁금해 (10) 베트남
전망 밝은 베트남 증시…불투명한 기업정보 경계를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경제는 나이키 상표인 ‘스우시(swoosh)’ 형태로 상당히 느리고 완만하게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경제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코로나19가 완전하게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과 같은 경제활동을 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⑤ 주목받는 베트남 주식시장

세계 경제가 이렇게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최근 10년 동안 높은 성장을 기록했으며, 지난 4월 30일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한 베트남 주식에 투자하면 어떨까? 신흥국 주식을 사는 것과 같은 자본의 국제적 이동을 경제용어로 FPI(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라고 한다. FPI는 FDI(해외 직접투자)와는 매우 다른 형태의 투자다.

‘베트남판 동학개미운동’ 벌어져

우선, 코로나19 이후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주식투자 트렌드 중 하나인 ‘동학개미운동’ 현상에 대해서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동학개미운동’은 2020년 초 코로나19의 공포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대량으로 매도세를 보이자 개인투자자(개미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들이는 현상을 말한다. 우리 주식시장은 3월 중순 최저점을 찍은 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현재까지는 동학개미운동에 참여한 개인들은 높은 수익률을 달성한 듯하다.

이 동학개미운동의 트렌드는 미국 주식시장은 물론 베트남 주식시장까지 확대되고 있는 듯하다. ‘베트남판 동학개미운동’으로 인해 최근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고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최근 개인투자자의 매수로 베트남 주가가 상승하고 있고, 이를 일명 ‘베트남판 동학개미운동’이라고 부르고 있다. 실제로도 2020년 3월과 4월 베트남에 신규 개설된 개인 증권 계좌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은 대한민국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신흥시장에서도 자금을 회수하고 있지만,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라고 판단하고 있는 듯하다.

2006년 베트남 주식투자의 참담한 기억

시간을 잠시 15년 전으로 거슬러 2006년 초로 가보자. 당시 베트남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 발전 잠재력이 큰 국가로 인식됐고, 2007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베트남 경제에 대한 온갖 장밋빛 전망이 쏟아져 나왔고, 여기에 해외 주식투자 열풍으로 2006년 한 해 동안 국내에 설립된 베트남 펀드에 투자된 자금이 약 6000억원에 달했다. 결과는 어찌 됐을까? 결과는 참담했다. 펀드의 5년 만기가 돌아온 2011년 말 기준으로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심한 경우 -50%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도 있었다. 사실 2005년 말 기준으로 베트남의 상장기업 수는 37개, 베트남 증권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이 5000억원에 불과했다. 전년도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자금이 2006년 대한민국에서 들어와 주식을 사고팔면서 엄청난 거품을 조성했던 것이다. 호찌민거래소의 종합주가지수인 VN지수는 2006년 140% 상승했고, 그해 신규로 156개 종목이 상장됐다. 2007년 1월 베트남의 WTO 가입으로 베트남 주식의 미래 가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절정에 달했고, 베트남의 VN지수는 2007년 3월 ‘역사적 고점’인 1170포인트를 찍게 된다. VN지수는 2008년부터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고 이후는 등락을 거듭했는데, 13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역사적 고점은 아직 도달한 적이 없다.

베트남 신용등급 낮은 이유 면밀히 살펴 투자해야

시간이 꽤 지났으니 이제 2006년 당시를 좀 냉정히 분석해 보자. 당시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국제신용평가사들은 베트남의 신용등급을 최저로 평가하는 등 부정적인 시각이 만만찮았다. 특히 S&P는 2015년까지도 베트남의 국가신용등급을 BB-인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분류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보다도 낮은 등급이다. 원인은 베트남 경제의 공공부문 부패와 공기업의 방만한 부실 경영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베트남의 10대 대기업은 모두 공기업이고 에너지, 통신, 금융 등은 모두 공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베트남 대기업을 부패의 온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데다 미국과 유럽 투자자들은 근원적으로 베트남의 기업정보를 불투명하다고 보기 때문에 주식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전망 밝은 베트남 증시…불투명한 기업정보 경계를
물론 베트남 증시의 전망은 밝다고 본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글로벌 공급 체인의 선택지로 여겨지고 있고,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19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우리는 베트남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실제로 신흥국 증시에 투자하기에 앞서 미국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피터 린치라는 유명 펀드매니저가 한 말을 한 번쯤 깊이 생각하고 투자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린치가 운용한 마젤란펀드는 1977년부터 1990년까지 2700%의 누적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가 투자자를 위해 한 조언은 다음과 같다. “사람들이 부동산에서 돈을 벌고 주식에서 돈을 잃는 것은 당연하다. 집을 고르는 데는 몇 달을 투자하지만 주식을 고르는 데는 10분도 쓰지 않는다.”

오철 <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

NIE 포인트

① 코로나19 사태로 투자 생산 판매 등 실물경제 주요 지표들이 하락함에도 증권시장 주가가 상승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② 돈과 사업을 연결해줘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증권시장이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공산주의(혹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까.
③ ‘포스트 코로나 승자’로 거론되는 베트남이 신흥시장 투자를 고려하는 한국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