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상 시즌이 마무리됐다. 지난 7일 노벨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9일 물리·화학상, 14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결정됐다. 노벨상은 스웨덴의 다이너마이트 발명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시상(경제학상은 1969년)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이다.

일본은 올해로 스물네 번째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서양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초과학 강국’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휴대폰 배터리 등에 쓰이는 2차전지 상용화에 공이 큰 요시노 아키라 일본 메이조대 교수 겸 아사히카세히 명예연구원이 올해 화학상을 받았다.

일본은 1949년 유카와 히데키의 노벨물리학상 수상 이후 24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8명, 생리의학상 5명이다. 일본은 2000년대 들어 수상자가 늘고 있다. 특유의 장인정신 문화와 100년 이상 축적된 과학기술이 어우러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미국(270여명)이다. 이어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스위스, 스웨덴, 러시아 순이다. 수상자 수 기준으로 일본은 세계 5위이지만, 한국은 아직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유는 뭘까. 먼저 과학기술 연구 기간이 해방 이후 60여 년으로 아직 상대적으로 짧다. 단골 수상국들은 길게는 수백 년간 원천기술을 축적해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응용기술에 단기간 모든 걸 쏟아부은 한국은 엄밀히 말해 그동안 ‘단 한 번’도 노벨상 경주에 참가한 바 없다”고 말했다. 장기 연구가 어려운 풍토와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도 기초과학이 약한 이유로 꼽힌다.

이해성 한국경제신문 IT과학부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