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형·아우라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사물(사람)의 우열이 비슷하다는 의미-세신설어(世新說語)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난형난제 (難 兄 難 弟)
▶ 한자풀이
難:어려울 난
兄:형 형
難:어려울 난
弟:아우 제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작가/시인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작가/시인
후한 말의 학자 진식(陳寔)은 태구의 현령으로 적은 녹봉을 받으면서도 덕망이 매우 높았다. 그의 아들 진기(陳紀)와 진심(陳諶) 또한 학식과 덕망이 높아 당대 사람들은 그들 부자를 세 군자(君子)로 불렀다. 어느날 손님이 진식의 집에 머물러, 진식이 두 아들에게 밥을 지으라 했는데 어른들의 토론에 귀를 기울이다 밥이 죽이 되고 말았다. 진식이 그 연유를 알고 물었다. “그래, 우리가 나눈 얘기를 조금이라도 외우고 있느냐?” “네,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진기와 진심은 요점을 잡아 들은 얘기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진식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럼 됐다. 죽이면 어떠냐.”

진기의 아들 진군(陳群)도 역시 뛰어난 수재로 재상까지 올랐다. 진군이 어렸을 때 진심의 아들 진충(陳忠)과 놀다가 서로 자기 아버지의 공적과 덕행을 논했는데 서로 자기 아버지가 낫다고 하여 결말을 짓지 못했다. 그래서 할아버지인 진식에게 여쭸다. 진식이 답했다. “형이 낫다고 하기도 어렵고 아우가 낫다고 하기도 어렵구나(難兄難弟).”

난형난제는 원래 ‘형이라 하기도 어렵고, 동생이라 하기도 어렵다’는 뜻이지만 현재는 사람이나 사물이 그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함을 일컫는다. ‘최근 몇 년 새 축구에서 한국과 일본은 난형난제다’ 등으로 쓰인다.

누가 맏형이고 누가 둘째 형인지 모른다는 난백난중(難伯難仲), 어느 것이 위이고 어느 것이 아래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막상막하(莫上莫下), 서로 형세의 우열을 가리기 어려움을 일컫는 백중세(伯仲勢)나 백중지세(伯仲之勢), 역량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임을 나타내는 호각지세(互角之勢) 등도 뜻이 같다.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