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내어 줄 정도의 사귐이란 뜻으로
생사고락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를 이름-사기(史記)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문경지교 (刎頸之交)
▶ 한자풀이

刎:벨 문
頸:목 경
之:어조사 지
交:사귈 교


전국시대 조나라의 인상여는 진나라 소양왕에게 빼앗길 뻔했던 천하의 명옥인 화씨의 구슬을 무사히 보전해 돌아온 공으로 상대부직에 올랐다. 그리고 3년 뒤 상경(上卿) 자리까지 꿰찼다. 상경은 조나라의 명장으로 이름을 떨친 염파의 직위보다 높은 벼슬이었다.

염파가 화를 냈다. “나는 목숨을 걸고 싸움터를 누볐는데 입만 놀린 인상여 따위가 나보다 윗자리에 앉는 게 말이 되는가.” 그는 인상여를 만나면 크게 모욕을 줄 거라고 떠벌렸다. 이 말을 전해들은 인상여는 염파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늘 조심했다. 병을 핑계로 조정에도 나가지 않고, 길에서도 염파가 보이면 멀찌감치 피해가곤 했다.

인상여를 따르는 자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나리는 염파가 두려워 피해만 다니십니다. 이것은 범부에게조차 부끄러운 일입니다.” 인상여가 말했다. “내가 어찌 염 장군을 두려워 하겠소. 막강한 진나라가 우리 조나라를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나와 염파 우리 두 사람이 있기 때문이오. 지금 두 호랑이가 다투면 둘 다 살아남지 못할 것이오. 내가 그를 피하는 까닭은 나라의 위급함을 먼저 생각하고 사사로운 감정을 뒤로 하기 때문이오.”

인상여의 말을 전해들은 염파는 맨몸에 가시채찍을 짊어지고 인상여의 문 앞에 이르러 사죄하며 말했다. “비천한 제가 상경의 넓은 도량을 미처 몰랐습니다. 앞으로는 ‘목숨도 내어줄 벗(刎頸之交)’이 되고자 합니다.” 목을 베어 줄 수 있을 정도로 절친한 사귐을 나타내는 문경지우(刎頸之交)는 <사기>의 이 고사에서 유래한다.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작가/시인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작가/시인
미국 역사가이자 작가인 헨리 애덤스는 “인생에서 친구는 하나면 족하다. 둘은 많으며, 셋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때로는 그저그런 많은 친구보다 참 친구 한 명이 삶에 귀한 선물이다.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