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로 읽는 시사경제 - 분양가상한제

공공택지에 적용하던 분양가상한제
투기과열지구內 민간택지로 확대키로
국토부 “분양가 20~30% 인하 기대”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극약처방’
주택공급 위축·청약 과열 등 부작용 우려
정부 내에서도 ‘신중론’ 제기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재건축을 통해 올해 2월 준공된 서울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한경DB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재건축을 통해 올해 2월 준공된 서울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한경DB
서울에서 지어지는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할까. 정답은 3.3㎡(약 1평)당 2678만원이다(지난 6월 말 기준, 주택도시보증공사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통계). 1년 전과 비교하면 21.0% 올랐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계속 들썩이자 정부가 최근 강력한 추가 대책을 뽑아들었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 31개 투기과열지구의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히려 집값이 더 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간택지로 확대 앞둔 분양가 상한제

분양가 상한제란 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업체의 적정이윤을 보탠 분양가격을 산정하고, 그 가격 이하로만 분양하도록 하는 제도다. 쉽게 말하면 정부가 민간 아파트 분양가에 ‘상한선’을 정한다는 얘기다. 공공기관에서 개발·공급한 택지에는 이미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는데, 범위가 대폭 넓어지게 됐다.

정부가 이 제도를 확대하려는 이유는 비싼 값에 분양된 새 아파트가 주변의 다른 주택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 등의 재건축 아파트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1년간 서울 분양가 상승률은 집값 상승률보다 약 3.7배 높았다”며 “분양가 상승이 인근 기존 주택 가격 상승을 이끌어 집값 상승을 촉발할 우려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시행하면 분양가가 시세 대비 70~80%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택 실수요자로서는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 얼어붙고 장기 후유증 클 것”

하지만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시장이 국토부 기대처럼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을 얼어붙게 해 당장은 집값 상승 억제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론 경제 전반에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급 위축으로 인한 집값 급등, 시세보다 저렴한 ‘로또 아파트’로 인한 청약 과열, 신규 아파트 쏠림현상 심화 등이 대표적이다. 향후 새로 지을 아파트의 품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핵심 아파트 공급원인 재건축·재개발을 위축시키는 잘못된 처방”이라며 “단기적으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이 떨어지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투기과열지구 전셋값과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제한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극약처방’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사유재산의 활용·처분 등을 국가가 제한한다는 점에서다. 국토부의 적극적인 움직임과 달리 기획재정부와 여당 일부 의원에게서 분양가 상한제 확대에 대한 ‘신중론’이 나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경제계 일각에선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무역 보복 등으로 불안해지는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전체 부동산 시장이 ‘동반 침체’에 빠져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