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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백색국가' 제외 대응 조치…대북 정보력 약화 우려
지난달 25일 독도 인근 해역에서 열린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 해군 특수전 요원들이 독도에 상륙,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26일까지 이틀간 열린 이번 훈련에는 사상 처음으로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을 비롯한 해군 제7기동전단, 육군 특수전사령부가 참가하는 등 훈련 규모가 예년의 두 배로 커졌다.  해군 제공
지난달 25일 독도 인근 해역에서 열린 동해 영토수호훈련에서 해군 특수전 요원들이 독도에 상륙, 사주경계를 하고 있다. 26일까지 이틀간 열린 이번 훈련에는 사상 처음으로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을 비롯한 해군 제7기동전단, 육군 특수전사령부가 참가하는 등 훈련 규모가 예년의 두 배로 커졌다. 해군 제공
청와대가 지난달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내리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쏘는 등 무력 도발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대북(對北) 군사감시 전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외교적으로도 후폭풍이 크다. 협정 당사국인 일본뿐만 아니라 동맹국인 미국까지도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일 관계는 물론이고 한·미 동맹에도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한·일 간 정보 교환은 30건

정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 파기키로
한·일 간 군사 기밀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지소미아에는 교환할 기밀의 등급과 제공 방법, 정보 열람권자 범위, 파기 방법 등이 규정돼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지소미아 체결 후 일본과 직접 교환한 정보는 총 30건이다. 이 중에는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받은 건수도 포함돼 있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북한의 핵·미사일과 관련한 동향 및 분석 정보를 얻어왔다.

지소미아가 2016년 11월 체결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이 있었다. 그간 정부는 지소미아 체결을 여러 차례 추진했지만 당시 야당(현재의 여당) 반대로 무산됐다. 일본의 군사활동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럼에도 지소미아 체결을 계속 추진했던 것은 안보적 실익이 큰 데다 한·미·일 공조를 강조하는 미국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체결된 뒤에는 해마다 갱신돼 왔다. 지소미아는 종료 90일 이전에 파기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자동으로 갱신된다.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청와대 결정은 종료를 92일 앞두고 이뤄졌다.

정밀 분석엔 일본 정보 필요

한국군이 갖고 있는 정보 자산은 남쪽을 향한 북한 공격에 대비하도록 최적화돼 있다.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발사하는 미사일에 대해선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북한이 동해상으로 쏘는 미사일의 경우 분석력이 부족하다. 지구의 곡률 때문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합동참모본부에서 ‘미상의 발사체’라고 표현하는 건 즉각적인 분석이 어려워서다.

정밀 분석을 위해선 동해상까지 커버할 수 있는 미국과 일본의 정보 자산이 필요하다. 일본은 적외선영상(ISR) 위성 7기와 1000㎞ 밖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탑재한 이지스함 6척, 장거리 지상 레이더 4기, 공중조기경보기 17대, 해상초계기 70여 대 등 다양한 정보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동해상으로 발사되는 미사일의 분석이 필요한 이유는 요격을 위해서다. 요격 가능성을 높이려면 미사일의 낙하 시점과 선회 비행에 대한 정보가 필수다. 북한이 ‘북한판 이스칸데르’처럼 불규칙 비행을 하는 신무기를 개발해 시험 발사를 계속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분석은 한국의 안보와 직결된다.

한·미 동맹까지 흔들릴 가능성

한·일 관계는 더 안갯속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지소미아 파기는 일본을 향한 공세적 조치였다.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유화적 메시지를 보내고 수차례 협상을 제의했지만 일본이 응하지 않자 빼든 카드다. 한국의 입장 변화를 요구하던 일본으로선 외교전에서 공격당한 만큼 상응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파장은 한·미 동맹에도 미치고 있다. 청와대 발표 이전부터 미국 조야에서는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한·미·일 사이의 군사 정보 교환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한·일 간 지소미아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 미국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깊이 실망하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을 방어하는 것을 더욱 복잡하게 하고 미군 병력에 대한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한국인들이 보라는 듯 이 발언을 한국어로 번역해 트위터에 게재했다. 매우 이례적이었다.

지소미아 파기로 미국에서 정보를 제공받는 데 제약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는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티사)이 있어 정보 공백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을 거쳐야 하는 티사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정보 중에는 일본이 직접 만들거나 관여한 것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미국은 이런 정보를 배제한 채 미국이 자체 생산한 정보만 제공할 수 있다. 일본 정보를 공유받으려면 일본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을 거부한 상황에서 일본이 동의해줄 가능성은 낮다.

▶지소미아 (GSOMIA)

한·일 간 군사 기밀을 공유할 수 있도록 양국이 맺은 협정.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의 앞글자를 따 지소미아(GSOMIA)라고 부른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11월 체결됐다. 체결 전에는 미국도 일본으로부터 얻은 군사 기밀을 한국과 공유할 수 없었다.

NIE 포인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따라 어떤 안보 공백이 생길지 생각해보자. 지소미아 파기가 한·미 관계 등 외교적으로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정리해보자. 앞으로 한·미·일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토론해보자.

임락근 한국경제신문 정치부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