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씀씀이를 올해보다 9.3% 증가한 513조5000억원으로 짰다. 경기 침체 여파로 내년 국세 수입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초(超)슈퍼 예산’을 설계했다. 나랏빚이 크게 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37.1%에서 39.8%로 뛸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달 말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2020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복지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적극적인 재정확대 정책을 펴기로 했다. 올해(9.7%)와 내년 예산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8.5%, 2009년 10.6%) 이후 1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예산 편성의 방점을 혁신성장과 경제활력에 뒀다. 전체 12개 분야 중 △산업·중소기업·에너지(증가율 27.5%) △연구개발(17.3%) △사회간접자본(12.9%) 등 ‘경제 예산’ 증가율을 일제히 두 자릿수로 높여 잡았다. 소재·부품·장비산업 자립화를 위해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매년 2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방안이 담겼다. 보건·복지·노동 분야도 올해 161조원에서 내년 181조6000억원으로 20조6000억원(12.8%) 늘어난다. 총예산에서 복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고인 35.3%에 달한다.

내년 국세 수입은 292조원으로 올해보다 2조8000억원(0.9%)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내년 국세를 포함한 총수입은 총지출보다 31조5000억원 적은 482조원이다. 정부는 적자 국채를 발행해 부족분을 메울 계획이다. 정부가 내년 나라살림을 어떻게 짰는지, 빚이 늘어나는 데 따른 문제점은 무엇인지 4, 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오상헌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ohyeah@hankyung.com